brunch

매거진 해외여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래비 매거진 Feb 20. 2018

히로시마의 소울푸드
오코노미야키 맛집 4

히로시마성과 히로시마 평화공원

1945년 8월이었다. 상공에서 원자폭탄이 투하된 후 히로시마 시내 전역이 파괴됐다. 히로시마성은 물론 남북의 축선*을 따라 늘어선 수많은 근대적 건축물들과 상점가가 잿더미로 변했다.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일본은 당시 지독한 기근에 시달려야 했고, 특히 원폭으로 인해 도시 전체가 파괴된 히로시마 주민들의 삶은 그야말로 비극이었다. 


이때 등장한 음식이 바로 ‘오코노미야키(お好み?き)’다. 히로시마풍의 오코노미야키는 밀가루 반죽을 넓게 편 다음 양배추를 소복이 쌓고, 그 위로 숙주와 돼지고기 등을 넣어 볶는다. 밀가루 반죽과 양배추의 비율이 대략 1:4를 이뤄 풍성한 볼륨감을 자랑하는데, 이는 굶주림에 지친 사람들의 애환이 담긴 결과물일 것이다. 

*남북의 축선│히로시마성에서 오오테마치 거리를 거쳐 남쪽 관문(오늘날의 타카노바시 육교 근처)에 이르기까지 펼쳐진 직선대로 



히로시마의 소울푸드, 오코노미야키


두툼한 반죽에 소복하게 올라간 양배추, 그 위로 푸짐하게 깔린 돼지고기. 히로시마의 오코노미야키는 다른 지역의 그것에 비해 유독 더 두툼하다. 풍성함의 비결은 보이는 데만 있지 않다. 켜켜이 쌓인 사연, 게다가 주민들의 소울까지 진하게 더해졌으니.





히로시마 오코노미야키의 원조
밋짱(みっちゃん)


히로시마풍 오코노미야키의 원조격 가게다. 1950년, 이세 이사오가 운영하던 야타이(포장마차) ‘미카사야’를 물려받은 그의 아들 이세 마츠오는 가게 상호를 ‘밋짱’이라 바꾸고 양배추와 숙주를 듬뿍 넣은 오코노미야키를 구워 팔기 시작했다. 이후 푸짐한 양과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는 밋짱의 오코노미야키가 큰 인기를 끌면서 이를 모방한 오코노미야키 전문점도 속속 등장했다고. 그런 와중에도 밋짱은 아랑곳 않고 히로시마 오코노미야키의 1번지로 지금까지 그 명성을 이어 가고 있다. 이곳의 오코노미야키는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무난한 맛인데, 여기에 시원한 맥주 한 잔은 없어선 안 될 짝꿍이다. 밋짱은 시내 곳곳에 체인점을 두고 있다. 


가격: 특제 스페셜特製スペシャル(오징어, 새우, 떡 등이 들어감) 1,350엔 
오픈: 월~금요일 11:00~14:30/ 17:30~21:30, 토·일요일 11:00~15:00/ 17:00~21:30(비정기 휴무)  
주소: 6-7 Hacchobori, Naka-Ku, Hiroshima-Si, Hiroshima Ken  
전화: +81 82 221 5438





아는 사람만 가는 그 집
토쿠(得)


밋짱이 여행객이 많이 가는 맛집이라면, 토쿠는 현지인이 찾는 단골 가게다.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될 만큼 맛으로 정평이 난 곳이기도 하다. 이곳의 오코노미야키는 히로시마 시내 어느 가게보다도 뛰어난 풍미를 자랑한다. 맛있는 오코노미야키의 조건은 아삭아삭한 양배추의 식감이 남아 있으면서도 탄력 있는 면발이 살아 있는 것인데, 토쿠는 그 조건에 가장 부합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오코노미야키 가게가 부분적으로나마 살짝 탄 바삭한 면발을 내놓는 것과 달리 이곳의 면발은 면발대로 부드러우면서 양배추와 숙주 등 여타 재료는 재료대로 신선함을 유지한다. 긴 말 필요 없이, 맛보면 그저 엄지 ‘척’이다. 오후 7시쯤 되면 이미 재료가 동나는 경우가 많으니, 그 전에 가는 것이 안전하다.


가격: 소바니꾸타마(そば肉玉)와 치즈 토핑 1,000엔 
오픈: 11:30~20:30(월요일 휴무)
주소: 3-5-20 Yokogawa-Chou, Nishi-Ku, Hiroshima-Si, Hiroshima-Ken





기다림이 아깝지 않아
핫쇼(八昌)


토쿠만큼이나 히로시마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이곳에 가면 최소 30분, 평균적으로는 기본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핫쇼의 오코노미야키의 특징은 2개의 계란이 들어간다는 점. 고소하고 부드러운 오코노미야키에 맥 주 몇 잔씩은 기본으로 술술 들어간다. 단 한국인들에게는 오코노미야키의 소스 자체가 달게 느껴질 수 있는데, 그렇다면 치즈를 토핑으로 추가할 것. 주문시 철판 위에 올려놓고 먹을 것인지 접시에 담아 먹을 것인지를 물어 보는데, ‘텟빤데 오네가이시마스(철판으로 부탁드립니다)’를 외치길 강력하게 권한다.


가격: 1,000~2,000엔 정도
오픈: 16:00~22:30(일요일은 21:00까지, 월요일과 첫째·셋째 주 화요일 휴무) 
주소: 10-6 Yagenbori, Naka-Ku, Hiroshima-Si, Hiroshima-Ken





한국인 입맛에 제격
후미짱(ふみちゃん)


한국에서 친구들이 올 때면 현지인이 즐겨 찾는 오코노미야키 전문점으로 데려가곤 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돌아온 친구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면발도 좋고 다 좋은데 소스가 너무 달아 못 먹겠다는 게 그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후 ‘어딜 데려가야 좋아할까?’ 계속 궁리하던 차 찾아 낸 집이 후미짱이다. 면발과 재료 식감이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우면서도, 무엇보다 ‘소스의 양’이 적어 한국인 입맛에 더 맞다. 그럼에도 여전히 달게 느껴진다면 역시 치즈 토핑을 얹을 것. 경험상, 돌아오는 반응들은 모두 흡족했다. 


가격: 소바니쿠타마(そば肉玉) 750엔, 치즈 토핑 200엔
오픈: 11:30~03:00(비정기 휴무)
주소: 1-20 Horikawa-Cho, Naka-Ku, Hiroshima-Si, Hiroshima-Ken   


글·사진 TAN(박탄호)


TAN의 <맛있는 이야기(일본편)> 시리즈는 히로시마에 살고 있는 TAN이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찾은 맛들을 소개한다. 맛집뿐 아니라 주변 명소, 그 속에 얽힌 에피소드 등 ‘현지인’만이 알 수 있는 정보들이 톡톡하다. post.naver.com/inb403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