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ada Story #4
오늘도 아이들은 컴퓨터 게임에 푹 빠져있다. 저러다 엉덩이에 굳은살이 박이는 건 아닐지 걱정이 앞선다. 날개가 퇴화되어 날지 못하는 뉴질랜드 키위새 이야기를 들어봤는가. 뉴질랜드에는 천적인 뱀이 없어 날개가 퇴화되었다고. 문뜩 아이들의 본능을 깨워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날 수 있도록 말이다. “애들아 아빠랑 나가서 놀자!” 아이들의 새하얀 동심을 깨워줄 핫한 가득 오타와 겨울축제를 소개한다.
Let it go, 겨울왕국 캐나다
캐나다에서는 문턱만 넘으면 겨울왕국이다. 스노우 모빌을 타는 사람, 얼음 낚시를 하는 사람, 올해도 뒷마당에서 아이스하키를 즐기는 옆집 가족들까지. 신기한 풍경 투성이다. 온타리오 북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더더욱 특별한 풍경을 만나볼 수 있다. 이 곳 주민들은 스노우 모빌과 크로스 컨트리를 겨울 교통수단으로 이용한다. 이런 것이 진정한 여행의 매력 아니겠는가! 누군가의 일상이 이색적으로 다가오는 재미.
HOT&ICE 1. 윈터루트(Winter + Interlude)
윈터루드는 캐나다의 겨울을 축하하는 축제다. 5개월이나 되는 긴 겨울의 중간쯤인 2월에 ‘좀 쉬었다 가자’는 의미로 개최된다. 축제가 열리는 공원마다 각기 테마가 다르다. 크리스탈 가든(Crystal Garden)으로 잘 알려진 컨퍼더레이션 공원(Confederation Park)의 테마는 ‘대비의 조화’다. 이에 맞춰 국제 얼음 조각 대회가 개최된다. 음과 양의 대비를 조화롭게 섞어 창의성이 돋보이는 얼음 조각 작품을 전시 및 선발한다.
올해 윈터루드에는 질주하는 하니스 경마(Harness racing)의 설키(Sulky, 말 한 필이 끄는 1인승 2륜 마차) 얼음 조각이 눈길을 끌었다. 윈터루드 개막식이 열렸던 1979년부터 1985년까지 리도 운하 빙판 위에서 펼쳐졌던 쿼터마일 하니스 경마를 기념하기 위한 작품이다.
가티노 쟈크 카르티에 공원(Gatineau’s Jacques Cartier Park)에서도 윈터루드 축제가 열린다. 눈송이 왕국으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이 공원의 테마는 ‘MOVE’다. 가족과 아이들이 함께 놀 수 있도록 얼음 미끄럼틀, 설피걷기, 킥슬레드(Kicksled)타기 체험이 준비되어 있다. 입장료는 무료.
자크 카르티에 공원 남쪽에서는 25개의 얼음 조각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모제베르날(Mosaivernales)이 한창이다. 모제베르날(Mosaivernales)은 겨울 모자이크를 뜻한다. 지난 여름 캐나다 1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MosaiCanada150이 열렸던 장소에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이곳의 테마는 ‘신들로의 조명여행’이다. 입장료는 10불.
세상에서 가장 긴 리도 운하 스케이트장
초입부터 인파가 엄청나다. 열심히 헤치고 도착한 리도 운하 스케이트장의 길이는 무려 7.8km.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세계 최장 길이의 스케이트장이다. 스케이트를 빌리는 데는 25불, 보증금으로 100불을 지불해야 한다. 반납만 잘 하면 100불은 돌려주니 걱정하지 마시길.
NCC(National Capital Commission)의 초록 색 깃발이 펄럭인다. 리도 운하에서 스케이트를 즐겨도 안전하다는 표시다. 얼음 상태가 좋지 않으면 붉은 색 깃발을 펄럭인다. NCC의 얼음 안전 위원회는 리도 운하 스케이트장의 안전을 담당하고 있다.
얼음의 가장 큰 적은 예상외로 눈이다. 눈은 보온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얼음을 빨리 녹게 만든다. 때문에 얼음 위에 쌓인 눈은 가급적 빠르게 치워주는 것이 좋다. 스케이트장 가장 자리에는 얼음 구멍이 가득하다. 이 구멍을 통해 얼음 아래 물의 양을 조절한다. 신나게 스케이트를 즐기다 살짝 금이 간 곳이 있어도 걱정하지 말자. 온도 변화로 인해 생긴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니까.
Skate on the Rideau Canal Skateway
www.ncc-ccn.gc.ca/skateway
신나게 스케이트를 즐겼다면 먹을 차례다. 리도 운하 스케이트장의 별미인 비버 테일 페이스트리(Beaver Tail Pastry)를 맛보자. 추웠던 몸을 달콤히 녹여준다. 비버 테일 페이스트리는 비버의 꼬리를 닮아 붙여진 이름으로 통밀가루와 으깬 감자를 바삭하게 튀겨낸 뒤 시나몬과 설탕을 묻혀 먹는다. 초콜릿, 휘핑크림, 엠엔엠 캔디등 다양한 토핑을 추가할 수 있다. 2009년 오마바 전 대통령의 취임식과 캐나다 방문을 축하하기 위해 휘핑크림과 초콜릿 소스로 알파벳 ‘O'를 장식한 ’오바마테일‘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리도 운하 스케이장 끝에 위치한 다우스 레이크(Dow's Lake)에서는 아이스 드래곤 보트 경기가 펼쳐진다. 드래곤 보트는 밑쪽에 날을 장착한 썰매다. 즉 보트 경기라기 보단 썰매시합에 가깝다. 12명의 선수가 한 팀을 이뤄 경기를 펼친다. 올해 두 번째로 열리는 아이스 드래곤 보트 경기는 윈터루드 기간중 유일하게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참가 자격은 13세 이상. 팀원 구성은 노를 젓는 패들러(Paddler) 10명, 드러머(Drummer) 1명, 그리고 방향타를 조정하는 1명의 스티어(Steerer)로 구성된다.
Drive to the Ice Dragon Boat Festival Dows Lake (1001 Queen Elizabeth Drive)
www.icedragonboat.ca
Winterlude
www.winterlude.ca
HOT&ICE 2. 캐나다 자연사 박물관 (Canadian Museum of Nature)
캐나다 자연사 박물관은 유서 깊은 빅토리아 기념박물관 건물에 위치해있다. 총 7개의 전시관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중 2017년 개관한 북극 전시관과 나비 특별 전시를 눈여겨 봐야한다. 북극 전시관 입구에 들어서면 ‘얼음 너머(Beyond Ice)'라 불리는 멀티미티어 설치 예술 작품이 눈에 띈다. 북극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작품으로 오감을 이용해 북극을 느껴볼 수 있다. 이누잇 예술가들이 만든 애니메이션과 북극의 모습이 얼음 위로 투사된다. 덕분에 얼음을 직접 손으로 느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여기저기 손자국이 가득하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새것으로 교체한다고 하니, 부담 없이 느껴보시길.
아이들이 천천히 전시관을 둘러보고 싶단다. 새하얀 북극에서 새하얀 동심을 찾은 모양이다. 입가에 옅은 미소가 돌았다.
‘날고 있는 나비’ 특별전시를 보기 위해 열대 온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은 인원이 제한된 전시관이기 때문에 30분전 사전 예약이 필수다. 입구에 들어서면 코스타리카에서 온 번데기를 볼 수 있다. 몇몇 나비는 이미 껍데기를 벗고 날개짓을 하고 있다. 온실 안 주의해야할 사항이 있다. 바로 걸음을 옮길 때 나비를 밟지 않도록 유의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바닥을 살피며 살며시 걷게 된다. 오렌지 즙으로 식사를 하고 있는 나비 무리 속에 유난히 투명한 날개가 눈에 띈다. 바로 글라스윙(Glasswing)이다. 투명한 날개를 보고 있자니 몬트리올 노트르담 바실리카 교회의 스테인글라스가 떠오른다. 아이들은 멈춰선 채 나비의 날개짓을 응시한다. 미동도 없는 이 공간에는 아이들의 동심이 가득 흐르고 있다.
이번 특별 전시의 표지를 장식한 블루 모르포(Blue Morpho)는 신비로운 기운의 푸른색 날개를 가지고 있다. 덕분에 포식자의 쉬운 표적이 된다. 하지만 놀랍게도 모르포나비 날개 밑면은 갈색, 빨간색, 회색으로 덮여있다. 날개의 양면이 다르다보니, 위장이 가능하다. 정글속에서 나비를 마주치면 사려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캐나다 자연사 박물관에서 열린 나비 특별 전시는 4월 2일까지다. 일정이 빠듯해 찾아가지 못한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이아가라 폴스(Niagara Falls)에 위치한 온실에서도 45종, 2천 마리나 되는 나비를 만나볼 수 있다.
National Museum of Nature
240 rue McLeod Street, Ottawa, Ontario K2P 2R1
+613 566 4700
www.nature.ca
HOT&ICE 3. 노르딕 스파 네이처(Nordik Spa-Nature)
캐나다 오타와 다운타운에서 북쪽으로 20여분이면 북미에서 가장 큰 노르딕 스파 네이처에
도착한다. 데스크에서 팔찌와 욕실가운, 타월을 받아 입장하면 된다. 수영복과 슬리퍼는 개인지참이니 참고하시길
스파를 즐기기 전 노르딕스파-네이쳐의 온열 요법을 배우는 것이 좋다. HEAT(온),COLD(냉), REST(쉼), 3단계 사이클을 반복하는 것이다. 10~15분은 사우나를, 이후 몸을 식히기 위해 10~15초 야외 냉탕을 들어간다. 마지막 단계는 체온과 심장 박동을 회복하기 위해 20분 휴식을 취하면 된다.
2천년 전통을 가진 북유럽 온열요법을 체험해보도록 하자. 이곳에는 건조 사우나 7개, 스팀 사우나가 2개가 위치해있다. 그 중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아우프구스 의식(Aufguss Ritual)을 볼 수 있는 핀란디아 사우나로 향했다. 남녀 모두 수영복 차림으로 편하게 앉아있다. 다행이었다. 사실 독일 아우프구스에서는 아무것도 입지 않는 것을 규칙으로 한다. 수영복을 입었다는 이유 하나로 쫒겨 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안도감이 밀려왔다. 사우나 마이스터(Sauna Meister)가 들어와 아우프구스 방법과 효과를 알려준다. 더워 견딜 수 없다면 퇴실은 자유다. 단, 재입장은 불가하다.
방법은 이렇다. 성인 주먹만 한 얼음 볼을 돌 위에 깨트린다. 사용될 3개의 얼음 볼에는 라벤더와 베르가못, 팜플무스 로즈 등의 에센셜 오일을 주입한다. 사우나 마이스터가 현란히 수건을 돌리니 열기와 향기가 가득 퍼진다. 조용히 눈을 감고 명상하니, 절로 치유되는 느낌이다. 세 개의 얼음 볼이 깨지고, 어느새 몸에는 땀이 가득 흐른다. 사우나를 마치고 찬 공기를 쐬며 시설을 둘러보았다. 삼나무로 만든 바릭(Barik) 사우나는 둥근 모양으로 8명까지 수용이 가능해 가족이 이용하면 좋다. 또한 몽고에서 만들어 공수해온 유르트(Yurt)는 아로마 향을 맡으며 쉴 수 있는 공간으로 40명까지 수용이 가능하다.
반야(Banyä)는 러시아식 건강 사우나다. 반야의 역사는 중세부터 시작되어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다. 찜질체험과 반야 트리트먼트 패키지는 115불. 노르딕스파-네이처를 아쉽게도 금요일날 방문해 반야의식을 체험하지 못했다. 매주 화, 수, 목 오후 2시에 시작되니 참고해 방문해보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북미에서 유일한 소금물 수영장인 칼라(Källa)에 몸을 맡겼다. 염도가 높아 몸이 둥둥 뜨기 때문에 물에서 누워 쉴 수 있다. 공기를 주입해 사용하는 목 배게 하나면 귀에 물이 들어갈 일도 없다. 소금물의 깊이는 무릎 높이이기 때문에 사해(The Dead Sea)보다 안전하다. 샤워 중 막내가 넌지시 말을 건넸다. “나중에 여자친구 생기면 같이 오고 싶어!” 내심 서운한 감정이지만, 이내 기분 좋아진다. 그만큼 좋았을 테니.
Nordik Spa-Nature
16 CHEMIN NORDIK, CHELSEA (QUEBEC) J9B 2P7
+866 575 1111
www.lenordik.com
글 · 사진 이종상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