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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Oct 08. 2018

일본으로 떠나는 캠핑 여행 #1

자전거가 손에 잡히는, 우쿠지마


우리가 고토로 간 이유


고토열도가 성지순례의 한 코스로만 알려져 있어서인지, 자연을 만끽했다는 여행기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구성된 6명의 고토열도 원정대의 미션은 알려지지 않은 비경을 속속들이 만나고 오는 것이었다. 순례자가 아닌 여행자로, 특별히 캠퍼로서 말이다. 


오지카지마


우리가 여행한 고토(五島), 즉 5개의 섬은 원래 고토의 주요 섬 5개와는 달랐다. 나가사키 사세보에서 배를 타고 고토열도를 북에서 남으로 내려오는 동선을 짰다. 첫 밤은 우쿠지마(宇久島), 둘째 밤은 노자키지마(野崎島), 3일과 4일째 밤은 나카도리지마(中通島), 5일과 6일째 밤은 후쿠에지마(福江島)에서 보내고 다시 나가사키를 거쳐 귀국했다. 고토열도는 섬이라서 보존될 수 있었던 깨끗한 자연과 고립감을 토양으로 생명력을 키워 온 기독교공동체 문화, 섬 특유의 느슨한 라이프스타일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여행의 기본 콘셉트는 캠핑이었고, 여의치 않을 땐 로지를 이용했다. 작은 섬은 자전거를 대여해서 일주했고, 걸어서 다닌 섬도 있었으며, 렌터카를 대여해서 돌기도 했다. 저녁과 아침 식사는 마트에서 구입한 재료로 요리해 먹었고, 점심은 정겨운 섬 밥상이었다. 폭염과 태풍과도 사이좋게 지내며 틈날 때마다 스노클링, 낚시를 즐겼다. 무거운 짐은 나눠 들고, 성게에 찔린 가시를 뽑아 주고, 서로의 옷을 섞어 한 세탁기에 돌리며 가족이 되어 간 여행. 이들이라면 어디든 같이 가고 싶고, 고토라면 언제든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다. 



고토열도


고토는 일본 나가사키현(長崎縣)의 서쪽 140여 개의 유·무인도가 이어진 열도다. 주요 섬은 5개인데(그래서 이름이 고토(五島, 오도)다), 나카도리지마(中通島)와 와카마쓰지마(若松島)를 ‘위쪽 고토’를 뜻하는 가미고토(上五島)라고 부르고, 후쿠에지마(福江島)·히사카지마(久賀島)·나루시마(奈留島)를 ‘아래쪽 고토’라는 뜻으로 시모고토(下五島)라고 부른다. 한국에는 나가사키와 함께 성지순례 여행지로만 알려져 있지만 대부분의 지역이 사이카이국립공원(西海國立公園)에 속해 있을 정도로 바다 비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자전거가 손에 잡히는, 우쿠지마
두 바퀴로 만난 섬


섬에서 섬으로 여행할 때 가장 조심할 점은 배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첫 단추를 잘 못 끼우면 주르르 밀려 버리기 때문이다. 근데 비행기가 말썽이었다. 인천에서 나가사키행 비행기가 지연 출발하면서 사세보항에서 출발하는 우쿠지마행 배 시간을 맞추기 위해 공항에서도, 항구에서도 얼마나 조바심을 냈는지 모른다. 어쨌든 오전 10시40분. 우쿠지마행 페리에 안전하게 탑승했다. 첫 여행지인 우쿠지마는 고토열도 최북단의 섬이지만 행정구역상으로는 고토시가 아니라 사세보시에 속한다. 


고토열도의 최북단에 자리한 우쿠지마는 자전거로 여행하기 좋은 섬이다. 동북쪽의 등대 풍경 앞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이 모두 멈춰 섰다


짐을 내려놓고 한숨을 돌린 후에 목마른 사람은 맥주 자판기에서, 출출한 사람은 컵라면 자판기에서 위안을 찾았다. 고토열도를 오가는 배들은 모두 안락했다. 조용하고 시원하고, 화장실도 넓고 깨끗했다. 그래서 배에 탑승한 시간은 한 번도 지루한 적 없고, 오히려 달콤한 휴식이었다. 섬에 도착할 때까지 견디는 기분으로 겨우 잠을 청했던 지난 경험들과는 사뭇 달랐다. 


스게하마해수욕장의 야자수 아래에서


우쿠지마는 자전거로 일주하기 딱 좋은 사이즈였다. 2~3시간이면 넉넉하다. 우쿠지마 터미널 안에 있는 관광안내소에서 전기 자전거를 대여해 준다. 코인라커가 없으면 어떠랴, 터미널 한쪽에 배낭들을 척척 쌓아 두고 가까운 민박 겸 식당 미나토소(港荘)에서 국물이 진한 짬뽕을 먹고 왔다. 나가사키현에서의 첫 식사로 딱 어울리는 메뉴였다. 


나가사키 첫 식사는 역시 짬뽕


헬멧까지 단단히 착용하고 본격 라이딩에 나섰다. 모바일 지도를 열어 보긴 했지만 길을 잃어도 상관없을 만큼 길은 단순했다. 오르막길에서는 전기 자전거의 성능에 대한 찬사가 터져 나왔고, 언덕을 넘어서면 풍경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둘레가 16m나 되는 천연기념물 용나무 아래에서 잠시 쉬기도 했고, 바닷가 목장에서는 흑우들의 관심을 끌어 보려 애를 썼다. 스게하마해수욕장(スゲ浜海水浴場) 에서는 고운 모래에 발을 담글 수 있었지만 동쪽 등대(肥前長崎鼻灯台)는 먼발치에서 인사만 했다. 썰물 때 바다가 열려야 걸어서 갈 수 있단다. 점점 더 신이 났던 라이딩에 브레이크를 건 것은 섬 공무원들의 퇴근 시간. 1분 전에 자전거를 반납하자 담당 직원의 얼굴이 환해졌다. 


오하마해수욕장의 석양


밤은 불시착이었다. 오하마해수욕장(大浜海水浴場) 앞 캠핌장에 도착했을 땐 관리인이 이미 퇴근해 버린 상태였다. 샤워장을 포함한 관리동이 문을 닫았다는 뜻이다. 다행히 화장실과 개수대는 열려 있었다. 2개의 잔디 사이트 중에서 위쪽 사이트가 화장실과 가깝고, 아래쪽 사이트는 바다와 가까웠다. 망설임 없이 아래쪽 사이트에 설영을 마치고 나니 땀에 절어 버렸다. 600m 길이의 모래 사장과 투명한 바닷물을 확인하더니 몇 명은 그냥 바다로 뛰어들어 갔다. 고토 여행기간 동안 아무리 바빠도 1일 1해수욕을 거르지 않게 된 것은, 이날의 첫 단추 때문이었으리라.


천연기념물 용나무


터미널 앞 마을 풍경



오하마 캠핑 사이트
전화: +81 959 57 3935

우쿠지마
홈페이지: ukujima.com

전기자전거 대여
요금: 1시간 300엔, 3시간 700엔, 1일 1,500엔



글 천소현 기자 사진 김민수(아볼타) 
취재협조 (주)엔타비글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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