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섬의 모든것, 오지카지마
화산섬 비경 퍼레이드의 서막
우쿠지마를 떠나는 첫 배는 아침 6시55분이었다. 이슬 젖은 텐트를 대충 말아 배낭에 우겨넣자마자 예약한 택시가 도착했다. 바빴지만 순조로운 출발. 오지카지마까지는 배로 4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오지카지마에서 오전시간을, 이웃 무인도인 노자키지마에서 밤을 보낼 계획이었다. 그래서 오지카지마를 그냥 지나쳐 가는 섬이라고 생각한 것은 오산이었다. 고토여행 내내 이어졌던 놀라운 화산섬 비경 퍼레이드의 서막이 여기서부터 열렸기 때문이다. 카키노하마해수욕장(柿の浜海水浴場)은 자갈밭 끝에 모래사장이 차분하게 가라앉은 해수욕장인데 중국 여행자들이 이미 선점을 한 상태였다. 좀 더 비밀스러운 분위기의 시라하마해수욕장(白浜海水浴場)은 연인과 피크닉을 오면 좋을 만큼 아늑해 보였다. 아카하마해변(赤浜海岸)은 자갈과 모래가 온통 붉은색이어서 푸른 바다와 대조를 이루는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오나가사키(長崎鼻)의 초원에서는 흑우들이 풀을 뜯고 있는 목가적인 풍경도 스쳐 지나갔다. 이쯤 되면 눈 호강은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고료다키(五両ダキ) 절벽 앞에서는 모두 흠칫 놀라고 말았다. 용암의 문양이 분명한 직벽 아래 숨겨진 해수욕장이었다. 한국에서는 제주도 토끼섬에만 자생하는 문주란이 제철을 만나 꽃을 활짝 피워 내고 있었고, 암초 사이로 거북손이 옹기종기 손을 내밀고 있었다.
더 좋은 것은 없으리라고 생각했을 때, 렌터카는 다리를 지나 이웃섬 마다라지마(斑島)로 건너갔다. 해안에 서 있는 도리이가 특별한 것인가 했더니, 비밀은 그 너머에 있었다. 타마이시 포트홀(ポットホール 玉石甌穴)은 바닷물이 소용돌이치면서 자갈을 회전시켜 바위에 돌구멍을 파 놓은 자리다. 들여다보니 꽤 넓고 깊은데 깊이 3m, 위쪽의 폭은 90cm, 아래쪽은 60cm다. 지금도 조금씩 깊어지는 중이라고.
마지막은 빛을 향했다. 마다라등대(斑島灯台)가 목적지였다. 처음엔 소를 보고 다가갔는데, 인기척에 놀란 소들이 멀리 도망가 버리자 하얀 등대가 눈에 들어왔다. 등대를 가까이 보고 싶어서 다가가니 이번에는 낚싯대를 멘 남자가 홀연히 등장했다. 등대를 지나 그가 올라온 곳으로 다가가니 용암의 결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기막힌 절경이 나타났다. 해안 바위들은 손을 잘못 짚었다간 베일 것처럼 날카로웠다. 절벽 아래 풍경이 궁금해서 가장자리로 나아가니 물색이 황홀하다. 이대로 풍경에 빨려 들어가다간 바다 속까지라도 끌려가겠다 싶어 걸음을 멈췄다. 아쉬움에 취해 느릿느릿 돌아가는 길에 뱀 한 마리가 빠르게 발 앞을 가로질러 갔다. 비명으로 모두를 불러 모았다. 이제 무인도로 갈 시간이라고.
잊을 수 없는 한 끼
비경도 비경이지만, 오지카지마의 존재를 더욱 각인시켜 준 것은 한 끼의 식사였다. 선착장에서 멀지 않은 아지쇼 후루사토(味処ふるさと) 식당은 단돈 1,000엔에 그때그때 잡은 제철 회와 생선구이가 밥, 국물과 함께 나오는 스페셜 정식 메뉴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가성비, 맛, 분위기 모두 만장일치로 엄치 척!
전화: +81 959 56 3935
오지카지마
홈페이지: ojikajima.jp
글 천소현 기자 사진 김민수(아볼타)
취재협조 (주)엔타비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