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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Jan 02. 2019

렌터카 타고 자유롭게 떠나는
미 서부 가족여행

오붓하게 우리만의 가족여행


처음은 아니어도 오랜만의 해외 운전이어서 그런지 렌터카 자유여행 첫날부터 긴장감이 몰려온다. 무엇보다 렌터카를 제대로 인수하는 게 중요하다. 이게 잘못되면 뒤 일정도 모두 엉망이 되고 만다. 허츠Hertz 렌터카 LA 코리아타운 영업소로 향하는 택시 안은 이런저런 걱정으로 가득하다. 토요일 이른 아침인데 문은 열었을까, 예약은 제대로 이뤄졌을까…. 반갑게 아침인사를 건네는 허츠 직원을 만나고서야 마음이 놓인다. 확인과 설명 과정도 잠시, 어느새 렌터카 키를 건네받는다. 생각보다 신속하게 받아서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진다.  


캘리포니아 1번 국도는 꿈의 드라이브 코스답게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뷰포인트가 많다


닛산의 중형세단 알티마가 매끈한 자태로 우리를 맞는다. 이 차로 LA 곳곳을 여행하고 ‘꿈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히는 캘리포니아 1번 국도(Califonia No.1 Road)를 타고 샌프란시스코까지 올라갈 작정이다. 마지막까지 여정을 함께한 뒤 허츠 샌프란시스코공항 영업소에 반납하고 귀국편 항공기에 오르면 렌터카 자유여행은 완성된다. 

항공기 스케줄상 새벽 3~4시에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걱정이 앞섰지만 다행히 공항 영업소는 24시간 운영이란다. 렌터카 업계 1위라고 하네, 150여 개국에 9,700여 개의 영업소를 운영하고 있대. 계약서를 훑어보던 아내가 허츠 렌터카에 새삼 감동한다. 영업소가 많으니 내 일정과 동선에 쉽게 맞출 수 있었겠지.  



‘1인 1자동차’ 문화인 미국에서는 렌터카 여행이 여러모로 수월하다. 유럽이나 일본과 달리 운전방향도 우리와 같으니 크게 어려울 것도 없다. 스톱Stop 표시에서는 무조건 정차한 뒤 사방을 살피고 멈춘 순서대로 출발한다, 별도 표시가 없어도 비보호 좌회전이 가능하다, 어떤 상황이든 사람이 우선이다, 우리와 확연하게 다른 몇 가지만 명심하면 된다.  




영화와 예술의 향취 LA


렌터카는 LA를 미끄러지듯 달린다. 첫 목적지는 US뱅크타워다. 높이 310m, 73층 건물로 우리나라 한진그룹이 이보다 25m 높은 윌셔그랜드센터를 2017년 6월 개관할 때까지 LA 최고층 건물이었다. 그래도 인기는 여전하다. 


US뱅크타워
스카이 슬라이드


69~70층 외벽에 설치된 유리바닥 미끄럼틀 ‘스카이 슬라이드(Sky Slide)’ 덕분이다. 아내와 딸 앞에서 호방하게 미끄러지고 싶건만 너무 긴장한 탓에 발바닥에 힘을 많이 줘 도중에 멈춰 버린다. 민망하고 창피한데 웃음이 터진다. 


로스앤젤레스 차이니즈 극장 앞은 유명 할리우드 스타들의 손도장과 발도장으로 빼곡하다


영화의 도시 LA이니 스튜디오 투어에도 나선다. 여러 영화제작사 중 파라마운트 픽쳐스를 택한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왔다는 젊은 직장인 2명과 우리 가족이 한 팀이 돼 주요 영화 촬영 세트장을 방문한다. 스튜디오 투어 가이드는 좋아하는 영화도 물어가며 유머러스하게 안내한다. 

비영어권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은 전혀 배려하지 않는 아주 유창하고 빠른 본토 영어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왜 영어를 배워야 하는지 이제 잘 알겠지? 아내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딸을 압박한다. <탑건>, <포레스트 검프>, <인디아나존스>에서는 전혀 반응이 없던 딸이 <트랜스포머>와 <슈렉>이 나오니 그제야 아는 체를 한다.  


명예의 거리는 영화의 도시 로스앤젤레스의 하이라이트다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라고 불리는 ‘워크 오브 페임(Walk of Fame)’은 영화 도시 LA의 하이라이트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이름이 새겨진 붉은 별이 길 바닥에서 반짝이고, 길의 시작점인 차이니즈 극장 앞 광장에는 유명 스타들의 손도장과 발 도장이 빼곡하다. 우리나라 배우 안성기와 이병헌의 이름을 보니 절로 기념촬영 모드로 변한다. 아내는 해리슨 포드와 톰 행크스와 손을 맞잡고, 딸은 톰 크루즈와 맷 데이먼과 발을 맞춘다.  


할리우드 사인과 여행객들
그리피스 천문대


최신 영화로 눈을 돌린다. LA를 배경으로 한 <라라랜드>다. 남녀 주인공이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던 그리피스 천문대(Griffith Obervatory)에는 영화의 열기가 여전하다. 저기 할리우드 사인이다! HOLLYWOOD라고 하얗게 쓰인 입간판이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지척으로 보인다. 내친 김에 바짝 다가가기로 한다. 구불구불 비탈길을 렌터카는 잘도 올라간다. LA의 상징물답게 할리우드 사인 아래 길목마다 여행객들이 왁자지껄하다.  


게티센터 미술관


LA 외곽지역이라고 해서 다르지는 않다. 석유재벌 폴 게티(Paul Getty)가 소장한 미술품과 예술품을 전시한 게티센터(The Getty)는 지하 주차장 맨 아래층까지 내려가야 할 정도로 방문자들로 빼곡하다. 1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공사비를 들여 14년에 걸쳐 만들었다니 그럴 만도 하다. 거대한 미술관이자 정원이다. 게티센터에서 오붓하게 산책하며 예술의 향취로 LA를 기억한다.  




태평양 끼고 꿈의 드라이브


LA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의 여정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다, 가는 길목마다 아름다운 도시들이 점점이 매력을 발산하고 캘리포니아 1번 국도는 꿈의 드라이브 코스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제대로 누리자면 하루를 꼬박 잡아도 충분하지 않다, 앞선 경험자의 조언을 떠올린다. 작정하고 새벽 출발을 감행한다.  


스페인풍 정취가 물씬한 산타바바라에 있는 올드미션


LA를 벗어나 101번 도로를 타니 왼쪽에 태평양을 낀 해안도로가 나타난다. 한산하고 올망졸망한 해변마을들이 아름다운 경치와 함께 스친다. 제법 규모가 있는 도시로 들어간다. 산타바바라(Santa Barbara)다. 18세기 말경, 스페인 사람들이 이주해 오면서 형성된 도시여서 스페인 정취가 물씬하다. 18세기 말, 포교를 위해 이곳에 세워진 교회 올드미션(Old Mission)에 들러 하얀 벽과 주홍빛 기와지붕이 조화를 이룬 스페인풍 정취를 만끽한다. 스페인 다음은 덴마크다. 


솔뱅


산타바바라에서 20~30분쯤 달리니 ‘미국 속의 덴마크’로 불리는 솔뱅(Solvang)이 반긴다. 1900년대 초 덴마크인들이 이주하면서 형성된 덴마크풍 마을이다. 북유럽의 아기자기하고 이국적인 분위기에 반했는지, 아내와 딸은 떠날 기색이 없다. 뭐 어때, 정해진 스케줄이 있는 것도 아닌데…. 결국 솔뱅의 카페에서 덴마크식 샌드위치와 커피로 느긋하게 브런치를 즐긴다. 

모로베이


꿈의 드라이브 코스를 향해 속도를 높인다. 캘리포니아주 1번 국도 중 모로베이(Morro Bay)에서 몬터레이(Monterey)에 이르는 약 200km의 해안도로다. 해안도로는 왼편으로 드넓고 짙푸른 태평양을 끼고 육지의 자연지형을 따라 들고나기를 반복한다. 

직선도로면 2~3시간이면 닿을 거리지만 해안도로이다 보니 그 두 배는 소요될 것 같다. 저절로 브레이크를 밟게 만드는 아름다운 뷰포인트는 또 얼마나 많은가. 제발 운전에만 집중해, 자꾸만 곁눈질로 경치 감상하려는 드라이버가 미덥지 않은지 조수석 동승자는 시도 때도 없이 다그친다. 이대로 쭈욱 1번 국도를 타고 북으로 북으로 도로의 종착지까지 달리고 싶다는 욕구를 꾸욱 누르고 몬터레이에서 빠져나온다.  

페이스북 본사 앞의 ‘엄지척’ 간판


매인 데가 없으니 여정도 자유롭다. 이게 렌터카 여행의 매력이 아니던가. 즉흥적으로 실리콘밸리의 도시 산호세(San Jose) 투어를 위해 핸들을 돌린다. 세계적 IT기업과 연구소가 밀집해 있는 도시다. 딸의 선택은 단연 구글과 페이스북이다. 방문자를 위한 것이라곤 ‘엄지척’ 입간판과 ‘Google’ 글자뿐이지만 그 앞에 선 딸은 마냥 행복하다. 


스탠포드대학


기세를 더해 스탠포드대학 탐방에도 나선다. 대학 진짜 좋다, 학생들도 멋있고, 나도 공부 잘해서 여기 오고 싶어…. 곧 고3 수험생 학부모가 될 입장이어서인지 제 스스로 학구열을 다지는 딸의 모습에 오길 잘했다 스스로 칭찬한다. 


금문교는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으로 언제나 인기가 높다


렌터카 자유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샌프란시스코다. 하루뿐이지만 기동력을 갖췄으니 주요 매력 포인트를 들르기에는 부족하지 않다. 금문교(Golden Gate Bridge)에서 시작된 여정은 기라델리 스퀘어(Ghirardelli Square)로 이어진다. 


샌프란시스코의 명물인 케이블카


맘껏 초콜릿 쇼핑을 마치고서야 빅토리아공원(Victorian Park)이며 피셔맨스워프(Fisherman’s Wharf)며 눈에 들어온다. 가파른 언덕길에 난 지그재그 길로 유명한 롬바르드(Lombard) 거리에서는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케이블카가 스쳐 지나간다. 


피어39


피어39는 엄청난 인파로 북적이는데 바닷가 뗏목 위 물개 떼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가로이 낮잠을 잔다. 트윈픽스(Twin Peaks)에 오르니 저 멀리 금문교부터 샌프란시스코 도심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아, 다시 첫날로 돌아가고 싶다! 여행의 끝자락에 선 딸은 여행의 첫머리가 그립다. 너무 아쉬워하지 마, 돌아가야 다시 떠날 수 있잖아. 마음속으로 딸을 다독인다.   
  


글·사진 김선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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