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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Sep 04. 2019

한 달을 살아도 좋을 오스트리아 알프스, 티롤

이 산이 좋을까, 저 산이 좋을까, 
아니면 호수가 어떨까?  
그렇게 일주일을 다녀도 추려 낼 수 없을 만큼 좋은 곳이 많았다.  
한 달도 부족할 것 같은 오스트리아 알프스 여행. 
그 여운은 평생 갈지도. 




오스트리아 알프스(Austria Alps)


오스트리아는 국토의 3분의 2가 알프스 산악지형이다. 동부 지역이 합스부르크 왕가의 비엔나를 중심으로 예술의 꽃을 피웠다면, 서부 오스트리아는 알프스의 아름다움과 라이프스타일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번 여행은 오스트리아 9개 연방주 중에서 알프스의 보석으로 꼽히는 3개의 주(티롤, 케른텐, 잘츠부르커란트)를 무대로 했다. 



알프스의 3분의 2는 오스트리아에 있고, 오스트리아 국토의 3분의 2는 알프스다. 그 동부 알프스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가 바로 티롤이다. 둘러보면 온통 3,000m 이상의 고봉들. 그 하나하나가 모두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 티롤의 매력이다. 2~3시간이면 독일과 이탈리아로 통하는 교통의 요지이기도 하다.




한 달 살기의 새로운 유력 후보


“일생 금융업에 종사했던 후배가 은퇴하고 다음 달에 올 거예요. 한 달 동안 자신만을 위해 살아 보겠다고요.”  

베르크이젤 올림픽 스키 점프 타워(Bergisel Olympic Ski Jump Tower) 위에서 인스부르크 가이드 김순애씨가 후배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설계한 자하 하디드의 손에서 그려진 유려한 곡선의 스키 점프대는 스스로 랜드마크이자 전망대의 역할을 하느라 여름에도 쉴 틈이 없었다.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베르크이젤 올림픽 스키 점프 타워 위에서 관람석과 인스부르크 시내


그 위에서 들은 동계올림픽 3회 개최지로서의 영광어린 스토리보다 귀를 솔깃하게 했던 것은 후배의 한 달 살기 계획이었다. 인스부르크 북쪽 외각의 산속에 별장을 하나 얻고 살면서 차나 기차로 두세 시간 거리에 있는 뮌헨, 베니스, 비엔나를 여행하겠다는, 듣고 보니 참으로 현명한 터 잡기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역사와 전통이 느껴지는 인스부르크의 구시가지
인스부르크의 랜드마크인 황금 지붕 주택


스키 점프대에서 내려와 인강을 건너자 구시가지로 접어들었다. 사람들이 향하는 방향으로 걸어가면 어김없이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 바로 ‘황금 지붕’이라는 뜻을 지닌 ‘골데네스 다흘’을 만나게 된다. 1420년 티롤 군주의 성으로 지어진 이 건물의 발코니에 1497년 황금 지붕이 올려진 것은 황제 막시밀리안 1세(Maximilian I)의 명령이었다. 여기에 사용된 금박 기와가 2,657개나 된다. 


호프부르크 왕국의 대연회장


부유한 도시가 누렸던 모든 호사의 표본은 합스부르크 왕가가 머물렀고 황후 엘리자베스의 여름 별궁이었던 호프부르크 왕궁(Hofburg Imperial Palace)에 박제처럼 전시되어 있다. 

막시밀리안 황제(1459~1519년)에 이어 마리아 테레지아(1745~1765년)의 인생사를 두루 살피면, 전쟁과 권력 다툼으로 얼룩졌던 유럽 중세사의 몇 페이지를 너끈하게 이해한 것이 되고, 마지막 황제 프란츠 요셉과 황후 엘리자베스의 이야기까지 도달하면, 챕터는 바로 1차 세계대전으로 넘어가 합스부르크 제국의 몰락까지 급하게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그런 미래를 알 리 없는 왕실의 가족들은 초상화 속에서 우아한 모습으로 연회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노르트케테는 오스트리아 최대의 자연공원인 알펜파크 카벤 델의 관문이기도 하다


인스부르크가 얼마나 아름다운 도시인지, 인스부르크의 최고봉 노르트케테(Nordkette)로 올라가면 알 수 있다. 역시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디자인한 콩그레스역에서 케이블철도를 타고 훙어부르크역까지 이동한 후 다시 곤돌라를 두 번 갈아타야 하는데, 1시간 만에 해발 560m에서 2,256m로 상승하는 하늘길이다. 지난겨울 인스부르크에 내렸다는 기록적인 눈은 아직 존재감이 여전했다. 


노르트케테 중턱의 제그루베의 레스토랑에서는 인스부르크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도시에 사는 여름과 산에 사는 겨울이 만나는 해발 2,400m의 고지는 이상적으로 쾌적했다. 오스트리아 최대의 자연공원인 알펜파크 카벤델의 관문이 바로 여기다. 산허리를 돌아가는 하이킹 코스들이 유혹적으로 뻗어 있었으나, 허기가 더 강했다. 다시 곤돌라는 타고 산 중턱 제그루베의 레스토랑(Seegrube Restaurant)에서 점심을 먹었다. 1,905m 높이에서 도시를 내려다볼 수 있는 야외 테라스석은 당연히 만석이었다. 쫄깃한 치즈 파스타가 입으로 들어오는 동안, 눈에는 시원한 알프스의 산맥과 인스부르크의 풍경을 실컷 담았다.  



제그루베 레스토랑 
주소: Seegrube, 6020 Innsbruck 
전화: +43 664 88447816 




시원하게 오싹하게


외츠탈(Otztal)에 도착했을 때 알았다. 유럽 전역의 기온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폭염이었다!  
그럴수록 에어리어 47(AREA 47)의 시원한 물놀이 풍경은 유혹적이었다. 대형 인공 풀장에는 단체로 온 청소년들이 다이빙과 워터 슬라이딩을 즐기고 있었고, 계곡에서는 래프팅과 캐녀닝이 가능하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교각 아래에는 클라이밍과 집라인이 허공을 모험심으로 채우고 있었다. 


에어리어 47은 더위를 식히기 좋은 종합레저시설이다


최근에 새로 개장했다는 케이블 웨이크보드는 물보라를 튕기며 끊임없이 회전했다. 코티지를 빌려 며칠씩 묵으면서 낮에는 레저 액티비티를 즐기고, 밤에는 초대 DJ들이 활약하는 파티를 즐기는 종합 레저휴양 단지의 위도가 바로 47℃라는 것이 이름의 비밀이다.  


여름에 수영하기 좋을 만큼 수온이 오르는 피버그 호수


에어리어 47이 액티비티와 엔터테인먼트를 겸비한 익스트림 놀이터라면 피버그 호수(Piburger See)는 숲으로 둘러싸인 천연수영장이다. 여름에는 수온이 25℃까지 올라가서 수영을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호수인데, 걸음마도 떼지 못한 아기부터 노인들까지, 각자의 방법으로 호수를 즐기고 있었다. 1929년부터 천연보호지역으로 지정한 이유는, 수영을 금지하려던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즐기기 위해서였다.  

에어리어 47 
주소:  Otztaler Achstr. 1, 6430 Otztal Bahnhof 
전화: +43 5266 87676 




Museum
한낮에 뜬 별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탈 월드(Swarovski Crystal Worlds)



잘츠부르크시에서 인스부르크로 가는 길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보석이 하나 있다. 바로 크리스탈이다. 100주년을 기념해 설립된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탈 월드(Swarovski Crystal Worlds)가 인스부르크 인근 도시인 바텐스(Wattens)에 있다. 우리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조명인 태양의 후광을 입은 크리스탈 클라우드의 위력은 대단했다. 멀리서 볼 때는 분명 먹구름이었는데, 태양 빛을 만나는 순간, 알알이 매달린 크리스탈들은 대낮에도 빛을 숨기지 못하는 별이 되어 반짝였다. 그러나 그보다 더 빛나는 것은 세계적인 작가들이 크리스탈에 녹여 낸 각자의 통찰이었다. 한국의 아티스트 이불 작가가 크리스탈로 형상화한 아파트 단지의 형상은, 그 차가운 도시의 느낌까지 전달해 주고 있었다.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셔야 한다면 굳이 다른 곳을 찾지 말고 야외 정원의 레스토랑(Daniels Kristallwelten)을 추천한다. 떠나기 아쉬웠던 빛나는 크리스탈 구름을 계속 바라보며 수준 있는 파인 다이닝을 즐길 수 있었다. 유리잔이 모두 크리스탈인 것은 당연한 일. 카레 등의 아시안 요리도 판매하지만 역시 본토 요리에 더 강점이 있다.  

주소: Kristallweltenstraße 1, 6112 Wattens   
홈페이지: www.kristallwelten.swarovski.com 
전화: +43 5224 51080 



오스트리아 최장인 슈투이벤 폭포의 세찬 물줄기 옆으로 클라이머가 올라오고 있다


그런데 오스트리아의 이 많은 물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슈투이벤 폭포(Stuiben Fall)가 그 답을 보여 주었다. 산 중턱에 수로를 뚫어 놓은 것처럼 콸콸 쏟아지는 159m의 물줄기는 오스트리아 최장의 폭포다. 원래 계획은 폭포를 따라 올라가는 700m의 철제플랫폼을 걸으며 1시간 정도 트레킹을 하는 것이었지만, 폭포의 괴력을 목격한 이후에 트레킹을 포기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그 선택을 부끄럽게 만들었던 것은, 저 아래에서부터 클라이밍으로 바위를 타고 올라온 한 여인이었다. 우리가 서 있던 전망대 발판 아래에서 불쑥 올라온 그녀는 유유히 폭포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무지개 속으로 사라졌다.  


영화 '007 스펙터'의 촬영지였던 가이슬라흐코글산의 아이스 큐 레스토랑(오른쪽)과 그것을 기념해 설립된 007 엘리먼츠(왼쪽)


그 여유로운 모습은 마치 불사조처럼 위험 속으로 몸을 날리는 제임스 본드를 연상케 했다. 007 시리즈 중 가장 최근작인 <007 스펙터>의 촬영지가 바로 이곳 죌덴(Solden)에 있는 가이슬라흐코글산(Gaislachkogl Mountain) 정상이었다. 이를 기념해서 2018년 7월에 개장한 007 엘리먼츠(007 Elements)는 영화의 빅 팬이 아니어도 충분히 매료될 만한 곳이다. 각 관람실에서 영상이 시작되는 카운트다운의 숫자가 0이 아니라 7이라거나 스크린에 뜬 제임스 본드의 무기에 나의 지문을 입력시키는 등 인터랙티브한 전시 디테일이 첩보 작전처럼 치밀하다.   


아이스 큐 레스토랑
엘더플라워 에이드


사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해발 3,048m에 오픈한 아이스 큐 레스토랑(ice Q Restaurant)이었다. 가이슬라흐코글산 정상의 수려한 풍경을 통유리창에 담은 이 레스토랑이 로케이션 매니저의 눈에 들었던 것이다. 어마어마한 장비를 정상까지 옮겨 왔을 영화 스태프들의 수고로움만큼이나 이 높은 곳, 다시 말하면 기압이 낮은 곳에서 맛있는 요리를 내놓는 셰프들의 노고도 대단해 보였다. 고미요(Gaultmillau) 14점은 허수가 아니었다. 여기서는 제임스 본드 특유의 ‘젓지 않고 흔든(shaken, not stirred)’ 마티니를 마셔 봐야 한다고 했지만, 취하기 쉬운 고산이 아닌가. 새하얀 엘더플라워(Elder Flower)를 따 넣은 탄산 에이드의 청량감이 마음을 흔들었다. 

007 엘리먼츠 
주소: Gemeinde, 6450, Austria 
전화: +43 5254 5080 

아이스 큐 레스토랑 
주소: Gaislachkogl Bergstation, Dorfstraße 115, 6450 Solden 
전화: +43 664 9609368 




Spa Hotel


본격 스파의 모든 것 
아쿠아 돔(Aqua Dome)


렝겐펠트에 위치한 대형 스파 시설로, 숙박동에서 스파동(SPA 3000)으로 이동하려면 우주를 테마로 한 지하 터널을 통과해야 할 만큼 규모가 크다. 유수풀, 아동풀을 포함해 다양한 테마의 스파 풀장이 밤 11시까지 오픈하기 때문에 야외에서 별이 쏟아지는 알프스의 하늘을 바라보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투숙객만 이용할 수 있는 사우나와 스파 테라피도 이용해 볼 것. 조식뿐 아니라 저녁 식사까지 하드보드로 포함되어 있는데, 식사 장소를 식당 혹은 스파의 카페테리아 중에서 선택이 가능하다. 투숙객이 아니어도 스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데, 평일 3시간 기준으로 요금은 21.5€다. 외츠탈 카드를 소지하고 있으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주소: Oberlangenfeld 140, 6444 Langenfeld 
전화: +43 5253 6400 


아쿠아 돔(Aqua Dome)




첼암제의 아지트 
호텔 그라우어 베어(Hotel Grauer Bär)


객실이 193개나 되는 인스브루크 4성급 호텔. 고풍스러운 외관과 달리 내부는 현대적이고 아늑한 분위기로 완벽하게 단장했다. 파노라마 풍경의 수영장도 멋지고, 야외 자쿠지에 몸을 담그면 맞은편에 고풍스러운 교회 첨탑이 함께 물에 잠긴다. 규모가 큰 연회장이 있어서 콘퍼런스나 웨딩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주소: Universitatsstraße 5-7, 6020 Innsbruck 
홈페이지: www.grauer-baer.at 
전화: +43 512 59240  



글 천소현 기자  사진 김병준  
취재협조 오스트리아관광청 한국사무소 www.austria.info/kr 터키항공 turkishairlines.com/k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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