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동네 카페나 갈래-서울 성산동
조용하니, 괜찮을 것 같아서. 간만에 독서가 생각나는 성산동의 한 주택가였다. 처음이지만 낯설지 않은 골목길을 맴돌다 어느 빌라 2층에 있는 카페에 숨어들었다. 오래 있어도 좋을 맨 구석 소파 자리를 점했다. 여름과는 다른 선선한 공기, 오래된 책에서만 풍기는 종이 냄새, 여기에 시나몬과 와인까지 더해진다면 완벽할 테니까.
대낮이지만 그뤼바인 한 잔을 주문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서 소설책의 3분의 2 지점에 꽂힌 책갈피를 넘겨 보지만 내용이 잘 기억나질 않는다. 다시 돌아가야 할까 망설이다 아무렴. 그냥 직진. 여름을 완전히 떠나보내지 못했다고 해서 서운해 하지 않기로 했다. 굳이, 이 가을에.
그날의 향은
블뤼떼꼴렉뜨 BLUTE COLLECT
후각이 가장 먼저 깨어난다. 연남동 끝, 성산동의 한 골목길에 자리한 블뤼떼꼴렉뜨는 천연재료를 사용한 향수, 디퓨저, 캔들 등을 만드는 ‘블뤼떼(BLUTE)’의 오프라인 쇼룸 겸 카페다. 숍이라고 해서 시끄럽거나 산만하지 않다.
책 한 권을 빌미로 커피 한 잔 시켜 놓고 시간을 보내기 제격일 만큼 ‘우아하다.’ 시각적인 요소들에 역시 조향사 주인장의 취향이 농축됐다.
고전영화, 거친 갈색종이, 프랑스 미대생의 작업실, 말린 장미, 잉크와 깃털, 색 바랜 펜던트…. 떠오르는 심상을 마구 늘어놓자면 말인데, 온갖 앤티크 소품으로 가득 들어찬 공간은 그냥 카페라기보다는 하나의 스튜디오에 가깝다. 맥시멀리스트도 충분히 아름답다.
Editor’s TIP
순전히 나만의 취향을 담은 향수, 캔들 등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가 열린다. 인스타그램 blute_collect
주소: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 13길 107
영업시간: 09:00~20:00
Something Grey
카페톤 KAFE TONE
카페 톤이 차분하다. 클래식 음악, 연회색 벽, 군더더기 없는 블라인드, 조곤조곤 주문을 받는 주인장의 목소리까지도.
원래 망원역 쪽에 있었던 카페톤이 지금의 자리로 옮겨 온 건 지난 6월 말쯤. 별도로 분리돼 있던 베이킹 공간과 합쳐 커피와 디저트를 겸하는 카페로 재오픈하면서 커피 내리는 남편과 빵 굽는 아내는 비로소 한 공간을 쓰게 됐다.
예나 지금이나 카페톤이 적잖은 단골을 보유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커피 맛. 에티오피아,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등 주마다 다른 종류의 싱글 오리진 원두를 내린다. 깔끔한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도 좋지만 쌀쌀한 날엔 플랫화이트와 비슷한 ‘6oz 라떼’를 추천. 살찌는 계절이란 핑계도 있겠다, 디저트를 참을 건 또 무엇이란 말인가. 타르트, 휘낭시에, 마들렌, 스콘, 휴. 시간문제다.
Editor’s TIP
오늘은 에티오피아 예가체프에 레몬 타르트! 때마다 달라지는 원두와 디저트의 라인업은 인스타그램에 공지된다. 인스타그램 kafe.tone
주소: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 1길 26
영업시간: 월~토요일 11:30~21:00, 일요일 휴무
언제 가도 따듯해
미오리코 MIORICO
지난번만 해도 분명 아가였는데 그새 몰라보게 컸다. 리코(골든 리트리버. 잘 짖지도 않는 순둥이 캐릭터)가 사는 미오리코는 작년 11월 문을 연 애견 동반 카페다. 반려견과 기분 전환 겸 찾아도 좋지만 동물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면 누구든 드나들기 편한 곳이다.
은은하게 밝힌 조명과 옅은 나무로 된 테이블과 의자, 전반적으로 노란 빛이 도는 카페에서는 왠지 커피보다는 차 한 잔이 당긴다.
겉은 바삭, 속은 보들보들한 스콘과 스콘 속에 앙금과 버터로 묵직하게 층을 쌓은 앙버터, 색색의 마들렌 등등. 리코의 덩치만큼이나 날로 성장하는 주인장의 베이킹 실력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사람은 그 사람을 닮은 공간에서 그 사람과 어울리는 일을 하기 마련이라고. 그럴 때 최고로 행복해 보인다고.
Editor’s TIP
태국 여행을 추억하며 만들었다는 타이밀크티에는 주인장의 정성이 유난히 듬뿍 담겼다. 비 오는 날엔 직접 끓인 뱅쇼 한 잔이 탁월한 선택이다.
주소: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 12안길 60
영업시간: 월~금요일 08:30~20:00, 토요일 10:30~20:00, 일요일 휴무
전화: 070 8866 4146
글 김예지 기자 사진 강화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