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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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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Nov 21. 2019

따듯한 라떼 한 잔,
라떼가 맛있는 망원동 카페 3

유독 망원이 좋다던 너는
별 근거도 없이 행복해질 거라고 했다.
머잖아, 이 잔을 다 비워 낼 즈음에.   



요즘은 망원동이 좋다. 별로 아는 곳도 없으면서 무작정 그곳에서 보자고 한 것이다. 망원시장 입구. 닭 강정이 유명한 가게를 지나 망리단길, 사이 골목에 있는 자그마한 덮밥집과 쌀국수집…. 줄 선 집은 틀림없이 맛집일 거라고, 그렇게 무작정 기다린 식당에서 밥을 먹고는 처음 보는 카페로 들어섰다. 별 고민 없이 별이 붙은 메뉴를 주문하고 라떼 한 잔을 손에 쥐었다. 그래, 비록 디저트도 시켰다마는 그렇다고 행복을 운운하는 건 좀 난데없잖아, 싶은 순간 너는 참 해맑게도 웃어 보이는 거다. 우리의 잔이 바닥을 보일 때쯤에 망원에서 또 보자고. 아까 봐 둔 그 카페, 때 탈까 봐 몇 번 입지도 않은 아이보리 코트를 입고.     



미술관인가
오프넌 OFFNEN



첫 느낌은 ‘현대미술관 같다.’ 하얘도 너무 새하얀 벽과 주인장의 힙한 노래 선곡이 마음을 묘하게 차분하게 만든다. 있는 거라곤 돌, 돌, 그리고 돌. 회색과 흰색 돌을 여기저기 놓았을 뿐, 눈에 거슬리는 그 어느 것도 없는 미니멀리즘의 진수다. 

카페에서 흔치 않은 원 테이블 구조만도 그렇다. 커다란 직사각형 테이블을 중심으로 뺑 두른 원형 의자, 통 창문의 조합은 광합성을 하기에 최적의 조건.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오프넌(Offnen)은 빛, 광채라는 뜻이란다. 

메뉴 이름이 ‘시그니처’인 시그니처 메뉴 또한 범상치 않다. 에스프레소에 크림을 올린 에스프레소 콘파냐와 아메리카노를 함께 내주는 이유에는, 차례로 마셔 보면 납득이 간다. 

주소: 서울 마포구 포은로 111 1층
영업시간: 매일 12:00~22:00


▶Editor’s TIP
아인슈페너인 ‘오프넌 슈페너’도 추천. 오픈한 지 한 달 남짓 만에 이렇게나 입소문을 탄 것은 아무래도 훈남, 훈녀 주인장 때문인 것도 같다.




Feeling Blue
딥블루레이크 DEEP BLUE LAKE



무게 중심은 화려한 디저트가 아니라 커피에 있다.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이철원 바리스타가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로스팅을 하기 시작한 것도 그 한 잔 때문이었다. 

3층짜리 단독 건물 중 1층은 그의 로스팅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에티오피아,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등 다양한 산지의 원두 중 한 종류만 사용한 싱글 오리진, 여러 종류를 섞은 블렌딩 커피를 그만의 방식으로 내린다. 

카페 분위기는 커피 향과 맛을 방해하지 않을, 딱 그 정도로 편안하다. 석고상, 거울 등 소품으로 꾸민 공간에 클래식 음악이 물 흐르듯 흐른다. 스트로베리 향에 블루베리의 산미, 밀크초콜릿의 단맛이 난다는 ‘블루 블랜딩’을 주문했더니, 블루의 맛이 가장 강하다.

주소: 서울 마포구 포은로 6길 11
영업시간: 매일 11:00~21:30


▶Editor’s TIP
사실 라떼가 맛있기로 소문난 집이다. 직접 로스팅한 원두도 판매한다.




단골이 될 각
씨멘트 CAFE CMENT



괜찮아 보여서 들렀다가 눌러앉게 되는 일은 단골집을 얻는 수순이다. 씨멘트는 그다지 꾸미지 않고 가도, 동네 친구를 만나면 더 좋을 카페다. 

어색하게 들리지만, 녹색 식물과 감성 액자, 나무 테이블과 씨멘트는 의외로 궁합이 잘 맞다. 이름대로 곳곳에 씨멘트 벽돌(공사장에서나 보던 구멍이 송송 뚫린 바로 그 벽돌이 맞다)을 포인트로 활용한 인테리어가 전혀 이질적이지 않다. 

씨멘트에서 특히나 잘 나가는 메뉴는 에스프레소에 녹차가 들어간 ‘커피숲라떼’와 ‘아인슈페너’ 정도. 티 베이스 음료도 많은 편이라 커피를 즐기지 않아도 걱정 없겠다. 분명 밥을 먹고 왔는데 디저트까지 시키고야 말았다면, 그것은 곧 행복해질 조짐이다. 

주소: 서울 마포구 희우정로 20길 72
영업시간: 월~토요일 12:00~23:00, 일요일 12:00~21:00(첫째, 셋째 주 월요일 휴무) 


▶Editor’s TIP
단맛은 단연코 행복이다. 티라미수, 브라우니, 휘낭시에, 당근 케이크 등 디저트들이 믿고 먹어도 좋을 만큼 대체로 훌륭하다.



글 김예지 기자 사진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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