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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Dec 10. 2019

사자도 쓰담쓰담,
모리셔스 카젤라 공원

섬, 꿈 그리고 모리셔스 #2

선착장이 가까워지자 엉덩이가 가만 붙어 있지를 못하고 들썩거린다. 

이 아름다움을 ‘천국, 환상, 대박’ 이런 단어로밖에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 갑갑하게 느껴지려는데 더 이상 머리 쥐어짜내지 말고 그저 즐기라는 듯 배가 그림 같은 풍경 속으로 미끄러진다.



울컥할 만큼 황홀한 뱃놀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선착장을 종종걸음으로 달려 크루즈 카타마란(Catamaran)에 오른다. 누군가는 천국의 뱃놀이라고 했다지.



카타마란은 거친 파도가 부는 남쪽 해안을 제외하고 모리셔스의 북쪽, 서쪽, 동쪽 해안에서 모두 즐길 수 있는 반나절 크루즈다. 각각의 해안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명소를 차례로 유람할 수 있어 모리셔스 여행자들이 일순위에 꼽는 현지 투어다.

경쾌한 올드팝에 하나둘 목청을 높이며 입고 있던 옷을 벗어 속살을 드러낸다. 다들 한 손에 맥주병이나 와인잔을 꼭 붙잡고 배 앞머리에 누워 앞뒤 골고루 뒤집어가며 아프리카 태양에 몸을 달구기 시작한다.



대개 호텔에서 가까운 지역을 이용하는데 굳이 동부 카타마란을 고집하는 이들이 있다고 했다. 일로셰프(Ile Aux Cerfs) 때문이다. 영어로는 디어 아일랜드(Deer Island), 우리말로는 사슴섬. 사슴눈망울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섬이라 그런가 싶을 만큼 아름다운 곳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는데 사실은 수세기 전 네덜란드인들이 식용으로 사슴을 이 섬에 들여 와서 붙은 이름이란다. 요즘말로 ‘웃픈’, 웃기고도 슬픈 사연이다.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지만 일로셰프에서 두 말 없이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패러세일링이다. 어린 날에 알록달록 풍선 꾸러미 타고 하늘을 나는 상상을 해보았다면 그 기분을 이것으로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하늘 높이에서 굽어보는 일로셰프는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 싶어 순간 울컥한다. 뭐라 말 못하고 깊은 탄식만을 토해낼 뿐이다.


뜨거운 태양 아래 영근 열대과일 리치. 모리셔스 곳곳에서 이 같은 노점을 만날 수 있다




모리셔스의 속살, 색다른 야생을 만난다


모리셔스에 바다만 있느냐. 천만의 말씀. 우리나라에서 모리셔스를 소개할 때면 제주도에 견주는 경우가 많다. 섬의 면적도 비슷하거니와 화산활동으로 태어난 섬이기 때문이다. 섬 가운데가 고원인 것도 그렇고 해안가에 뜬금없이 우뚝 솟아 오른 산들이 제주의 오름을 닮기도 했다. 모리셔스 곳곳에 화산섬의 흔적과 야생의 기운이 움트는 명소가 색다른 장면을 펼쳐 보인다. 남부의 샤마렐(Chamarel) 지역이 그렇다.


일곱 빛깔 토양으로 물든 샤마렐 언덕. 이름하여 세븐 컬러드 어스


용암이 흘러내리다 그대로 멈춘 것처럼 구불구불한 진흙 언덕 샤마렐 세븐 컬러드 어스(Seven Coloured Earth)에 올랐다. 무지개빛깔보다는 울긋불긋 단풍 옷을 입은 듯하다. 한 줌의 모래를 쥐고 낱알로 분리하면 놀랍게 일곱 빛깔 고운 모래다. 그 주위로 녹음 무성한 열대 숲과 그 사이로 떨어지는 샤마렐 폭포가 대자연의 너른 품을 실감케 한다. 



언덕 가까이 사탕수수를 가공하는 럼 공장에서 여섯 종류의 럼주를 시음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아주 조금이지만 스트레이트로 여섯 잔을 맛보고 나면 얼굴도 가슴도 후끈 달아오른다.


샤마렐 럼 공장(Rhumerie de Chamarel) 
주소: Route Royale, Chamarel, Mauritius 
운영시간: 오전 9시30분~오후 5시30분(월~토, 공휴일) 
문의: +230 483 7980
홈페이지: www.rhumeriedechamarel.com




야생 동물은 물론이고 다양한 야생 식물을 접할 수 있는 카젤라 공원은 가족 여행객들에게 안성맞춤


한층 더 와일드하게 모리셔스의 속살을 느끼고 싶다면 카젤라 공원(Casela Nature & Leisure Park)으로 서둘러 발길을 옮기는 것이 좋겠다. 아주 단순하게는 동물원이지만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한껏 긴장하며 두 살배기 아기사자 자자의 등을 쓰다듬었다. 아흥. 앙탈을 부리다가도 싫지 않은지 입을 다시며 꼬리를 내린다. “여기 아프리카거든!” 이라고 말하듯이.


쓰다듬는 손길이 싫지 않은 듯 잠자코 등을 내어주는 카젤라의 아기 사자


사자와 나란히 산책하고 쿼드 바이크로 이동하며 얼룩말과 눈맞춤 하는 것이 끝이 아니다. 400m 높이의 협곡 사이를 케이블에 매달려 비행하는 지프라인을 타는 순간, 단숨에 정글 속 타잔으로 빙의한다. 겁을 내다가도 대뜸 ‘도전’을 외치게 되니 있는 힘껏 소리를 내지르며 모리셔스의 야생을 만끽한다.



이보다 조금 차분히 보내고 싶다면 팜플무스(Pamplemiusses) 지역의 SSR 보태니컬 가든도 괜찮다. 모리셔스 고유종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들여온 500여 희귀종을 볼 수 있는 식물원으로 우리 산들과는 또 다른 자연의 생명력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


카젤라 공원(Casela Nature & Leisure Park) 
주소: Royal Road, Cascavelle, Mauritius 
개장시간: 오전 9시~오후 5시(5~9월) 오전 9시~오후 6시(10~4월) 
문의: +230 452 2828


SSR 보타닉 가든(Sir Seewoosagur Ramgoolan Botanic Garden) 
주소: Pamplemousses, Port Louis, Mauritius 
개장시간: 오전 8시30분~오후 5시30분 
문의: +230 243 9401



글  Travie writer 서진영   사진  Travie photographer 문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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