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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Dec 09. 2019

처음 만나는 블루 '모리셔스'

섬, 꿈 그리고 모리셔스 #1

여름나라 모리셔스에서 열흘을 보내고 한겨울 눈바람 가운데로 돌아와 ‘꿈이었나?’ 되뇐다.도도새가 머물렀던 최후의 파라다이스, 아름답다는 표현은 진부하다 못해 성의 없이 느껴질 만큼 신비롭고 다채로운 빛깔을 품고 있는 섬나라 모리셔스. 꿈엔들 잊힐리야.


블루베이(Blue bay) 그 푸르름에 빠진 모리셔스 아이들. 지금 이 순간, 말로는 뭐라 할 수 없는 이 순간, 아이들은 즐겁다



첫인상


볼을 꼬집는 대신에 초록빛 바닷물에 혀끝을 대 본다.
상큼한 청포도 젤리 맛 정도가 나야 할 것 같은데, 짜다.
그러니까 이건 분명 바다다.


파도 잔잔하니 고요함이 맴돌았던 캡맬러루(Cap Malheureux)에서 발끝을 까딱까딱 말없이 푸른 바다와 이야기 나눈다




처음 만나는 블루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 동요를 흥얼거리게 되더라니. 그 사이 못난 내 손에도 어여쁜 초록물이 들고, 물결이 살랑 손가락을 간지럽힌다. 모리셔스 공항을 등지고 있는 블루베이(Blue bay)의 아주 평범한 아침맞이. 이 꿈같은 장면 역시 리얼이다.







블루베이 해변 풍경
뜨겁다 못해 따가운 태양이지만 그래도 좋다. 야자수 그늘을 벗어나 블루베이의 태양을 고스란히 누리는 연인들


긴 비행이었다. 서울에서 홍콩을 경유해 모리셔스까지 꼬박 15시간이 걸렸다. 도도새가 살았던 섬 그리고 도도새가 사라져 간 섬. 모리셔스에 오기 전 내가 아는 전부였다. 얼마나 풍요롭고, 얼마나 평화로웠으면 날갯짓을 멈추고 도도는 섬을 뒤뚱거리게 됐을까. 

반얀트리 가지에서 뻗은 받침뿌리에 매달려 그네를 뛰고, 속이 환히 들여다보이는 바닷물 속으로 쉴 새 없이 다이빙을 하는 동네 아이들을 그저 부럽게 바라보며 이 섬이 자못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디셈버 트리가 떨구는 빨간 꽃비 아래


수도 포트루이스를 지나 블루베이 못지않게 아름다운 그랑고브(Grand Gaube)로 향하는 길이다. 수확철이 지나 장대높이의 사탕수수는 보기 힘들었지만 덕분에 사탕수수 빼곡한 들판이 그려낸 유연한 지평선을 마주한다. 


매년 12월 모리셔스 곳곳에 흐드러지는 디셈버트리는 새로운 계절을 알리는 자연의 시계이다


이파리 시달리는 소리가 쉬지 않고 들릴 만큼 잔바람이 부는데도 아프리카의 뜨거운 태양을 감당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중간중간 빨간 꽃잎을 터뜨린 플람보얀트 나무(Flamboyant tree)가 밭을 가로지르는 일꾼들 뒤로 빨간 꽃비를 뿌린다.


사탕수수


초여름에 해당하는 12월, 빨간 꽃을 불꽃같이 반짝 피우는 플람보얀트. 때문에 모리시안들은 ‘디셈버트리’ 또는 ‘뉴이어트리’라고 한다. 만나는 모리시안마다 “저기 봐, 예쁘지?”라며 나무를 가리킨다. 볼 때마다 알려주는 탓에 모리셔스 토종이냐 물었더니 어깨를 으쓱, 고개를 갸웃한다. “NO.” 마다가스카르 등지에서 들여온 열대 관목이라고 했다. 설날 반가운 까치처럼 꽤 기분 좋은 계절 손님인가 보다. 그럼 됐지 뭐.



불쑥 시간이 흘러 계절 변하는 것을 쏟아지는 광고와 무슨 데이라 이름붙인 별별 기념일로 감지하고 살았다는 생각에 서글픔이 밀려오는데, 그 와중에 빨간 것이 곱긴 참 곱다. 한참 설명을 하던 이도, 한참 감탄의 추임새를 넣던 나도 자연스레 고개를 돌려 멀어져 가는 나무를 붙잡는다. 하늘도 푸르고 바다도 푸르고 사탕수수 넘실대는 땅도 푸르른 모리셔스에서 디셈버트리가 떨구는 빨간 꽃비는 무언의 길동무고 이정표고 위안이다.




travel info Mauritius


정식 명칭은 모리셔스 공화국(Republic of Mauritius)이다. 아프리카의 서남부, 마다가스카르의 동쪽, 동경 57°, 남위 20° 부근 인도양 위의 화산섬으로 수도는 포트루이스.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다민족국가이나 이곳 사람들은 스스로를 ‘모리시안(Mauritian)’이라 지칭할 만큼 그들 스스로 꽃피운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글 Travie writer 서진영 사진 Travie photographer 문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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