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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Dec 12. 2019

추운 겨울엔 더 그리운
모리셔스의 일상

섬, 꿈 그리고 모리셔스 #3

사람 사는 이야기만큼 재밌는 것이 또 있을까.
때문에 제각각의 인간 군상이 한데 모인 시장에는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만큼 구경꾼들이 많은 법이다.


뜨거운 맛을 아는 모리시안들


이토록 고요한 섬나라에도 교통체증이라는 것이 있었다. 출퇴근 시간이면 수도 포트루이스(Port Louise)의 도로는 거북이 행렬로 빼곡하다. 그 시간만 피한다면 오가는 사람과 어깨 부딪힐 일 없이 모리시안들의 일상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포트루이스에서는 센트럴마켓이 딱 들어맞는다.


모리셔스에서 거둔 싱싱한 먹을거리들이 가득한 센트럴마켓


크기별, 색깔별로 층층이 쌓아올린 각종 채소와 과일은 어찌나 싱싱한지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 같았다. 누군가 소스 한 스푼을 내민다. 오 마이 갓. 매운 것 이상으로 강하다. 장난기 가득한 모리시안 아저씨는 “핫하고 스파이시하지 않으면 맛있다고 할 수 없지”라며 모리시안들의 입맛은 이런 것이라고 귀띔해 준다. 파인애플과 같은 과일에도 매운 소스를 가미해 샐러드를 즐긴다고 한다. 모리시안들은 이런 맛, 이런 색감, 이런 향, 이런 촉감을 좋아하는구나. 시끌벅적하게 흥정하는 모리시안들 틈에서 점점 흥이 오른다.


포트루이스 센트럴마켓(Port Louis Central Market)
위치: Corderie Street, Port Louis, Mauritius
개장시간: 오전 5시30분~오후 5시30분(월~토) 오전 5시30분~오전 11시30분(일)



가가호호 주택 지붕이 그려내는 지도가 있다. 포트루이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포트 아델라이드(Fort Adelaide)에 올라 지상과는 사뭇 다른 포트루이스를 마주한다. 도심과 항구 그 뒤로 뻗어 나가는 인도양 바다도 훌륭하지만 눈길을 빼앗는 것은 반대쪽 언덕 기슭의 샹 드 마르스(Champ de Mars) 경마장이다. 봄에서 여름을 지나 가을이면 절정에 달하는 우리나라 프로야구처럼 모리시안들이 열광하는 스포츠가 바로 경마다.


모리시안들의 열렬한 응원 속에 모래 바람을 일으키며 내달리는 경마 주자들


5월에서 9월까지 매주 토요일 경마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뜨겁다 못해 따가운 볕에도 아랑곳 않고 달리는 말과 기수를 향해 열렬한 환호를 보내는 모리시안들을 목도할 수 있다.


뿌연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앞서가는 경주마들에 모든 시선이 고정된다. 몇 번 말에 배당금을 걸었는지 결승선을 통과하자 경마장이 뜨겁게 들끓는다. 중세 귀족의 취미생활에서 시작된 경마는 여전히 귀족스포츠의 성격을 띤다. 경기장 안쪽에 자리한 경마 클럽은 일정한 자격을 갖춘 회원과 VIP들을 위한 공간이다. 여기엔 그들만의 세계가 존재한다. 드레스코드 역시 엄격하다. 여성들의 경우 왕실 무도회에 어울릴 법한 깃털 달린 머리 장식과 이브닝드레스 정도는 입어 줘야 명함을 내밀 수 있다. 경기도 경기지만 샹 드 마르스에선 응원하는 재미, 사람 구경하는 재미가 구미를 돋운다.

샹 드 마르스(Champs de Mars)
주소: Tranquebar, Port Louis, Mauritius
문의: +230 211 2147
홈페이지: www.mauritiusturfclub.com




그림 같은 모리셔스에서도 시간은 간다


모리셔스는 분명 그림 같은 곳이지만 그곳에도 일상의 시계는 째깍째깍 우리의 것과 똑같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작은 어촌마을 트루드도스(Trou Deau Douce)에서 어부들이 낚시하는 모습을 곁에서 볼 수 있다 해서 갔는데 허탕이었다. 오후 3시가 넘었을 때니 당연한 거였다. 짠물에 벗겨져 나간 페인트를 배에 덧칠하던 어부가 싱긋 웃어 준다. 아들인 듯 보이는 아이가 그 주변을 맴돈다. 어부가 아이에게 귓속말을 했다. “Kiss.” 아이가 삐죽삐죽 걸어와 손등에 입맞춤을 해주었다. 나는 우리말로 “고마워”라고 인사했다.



점심 무렵의 그랑베이(Grand Baie)에는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하려는 모리시안들이 해변 노점에 삼삼오오 모여든다.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그 주위를 어슬렁거린다. 여지없이 달푸리(Dholpuri)를 주문한다. 얇게 부친 밀가루 전병에 커리와 몇 가지 매콤한 소스를 얹어 돌돌 말아 먹는 인도식 주전부리를 선 자리에서 바로 흡입한다. 맛있냐고 묻는 눈짓에 웃어 보였다.


모리시안들의 손재주를 엿볼 수 있는 모형 범선


탈탈거리는 선풍기 아래 본을 대고 펜대를 놀리는 손짓에 군더더기가 없다. 플로리얼 지역 한쪽 골목에 자리 잡은 모형 범선을 만드는 공방이다. 수십년 경력의 장인들이 실제 선박의 설계도 그대로를 재현한다. 망망대해를 누볐던 커티삭, 빅토리 등 군함, 타이타닉과 같은 대형 크루즈는 물론이고 모리셔스 전통 배 ‘라필로그’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신기해하는 방문객들의 플래시 세례에 이골이 났는지 전혀 흔들림이 없다. 큰 걸로 하나 사고 싶다는 신랑과 옆구리 쿡쿡 찌르며 말리는 신부의 옥신각신 실랑이에 미소가 지어진다.



글  Travie writer 서진영   사진  Travie photographer 문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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