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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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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Nov 06. 2020

켜켜이 쌓인 시간의 레시피,
'싱가포르의 맛'

코로나가 끝나면 꼭 맛봐야 할 싱가포르 대표 음식

동서양의 문화가 한데 깃든 싱가포르의 맛
어느 하나로 정의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알아 가는 맛이 남다르다.




방대한 미식의 스펙트럼


싱가포르의 맛을 알기 위해서는 시간을 거스를 필요가 있다. 동서양을 잇는 지점에 위치한 싱가포르는 14세기경부터 유럽 열강들의 무역항으로 주목을 받았다. 16세기 포르투갈, 17세기 네덜란드, 1819년부터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은 싱가포르는 2차 세계대전 동안에는 약 3년간 일본의 점령을 당하기도 했다. 이후 말레이시아 연방에 속해 있던 싱가포르는 1965년 독립했다.



그 ‘다채로운’ 시간들이 자연스레 맛에 깃들었다. 동서양이 한데 어우러진 싱가포르 미식의 스펙트럼은 알고 보면, 그 어느 여행지보다도 방대하다. 소탈한 노점 형태의 호커(Hawker)부터 5성급 호텔의 파인 다이닝 테이블까지. 



44개 레스토랑이 미슐랭 스타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싱가포르가 ‘아시아의 미식 강국’으로 불리는 건 그리 놀랍지 않다. 중국인과 말레이인의 결합으로 탄생한 페라나칸(Peranakan)* 문화와 로컬 재료에 서양식 레시피를 접목한 사례 등 응용과 확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고로 싱가포르를 맛보는 일은 어쩌면, 세계를 마주하는 일과 같다. 

*페라나칸 | 15세기부터 말레이 반도로 본격적으로 이주해 온 중국인들과 토착민인 말레이인 사이에서 태어난 후손 및 그들로부터 파생된 독특한 문화를 말한다.



The Taste of Singapore
이것만은 꼭! 
싱가포르의 음식들


바쿠테  Bak Kut Teh



바쿠테는 ‘뼈를 우려낸 차(肉骨茶, 육골차)’라는 뜻이다. 진한 돼지갈비뼈 육수에 정향, 후추, 황기 등 다양한 약재를 넣고 푹 끓인, 그야말로 보양식이다. 갈비탕을 먹어 본 한국인이라면 바쿠테를 처음 접해도 그리 낯설거나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사테  Satay



인도네시아 꼬치구이로 알려진 사테는 싱가포르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소고기, 닭고기, 양고기 등을 향신료가 들어간 소스에 재웠다가 숯불에 구워, 주로 땅콩소스에 찍어 먹는다. 싱가포르에서 일명 ‘사테 거리’로 불리는 ‘라우 파 삿(Lau Pa Sat) 시장’은 밤마다 즉석에서 구운 꼬치와 맥주를 곁들이는 사람들로 붐빈다.




치킨 라이스  
Chicken Rice



싱가포르 사람들의 국민음식이자 소울 푸드. 중국 하이난 사람들이 동남아시아로 이주하며 전파된 레시피 중 하나로, 그래서 하이난식(Hainanese) 치킨 라이스로 불리기도 한다. 주로 칠리소스, 간장소스, 생강소스 등을 넣고 밥을 비빈 후 닭고기와 함께 곁들여 먹는다. 화교들이 운영하는 치킨 라이스 전문점을 호커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락사  Laksa



닭이나 생선 육수를 이용한 매운 쌀국수로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에서 즐겨 먹는다. 15세기 이후부터 말레이 반도에 정착한 중국인과 말레이 현지인 사이에서 태어난 후손, 페라나칸(Peranakan)들이 중국식 국수에 현지 레시피를 더해 만든 것으로 알려진다. 타마린 즙을 넣어 새콤한 맛이 나는 아쌈 락사(Assam Laksa), 코코넛 밀크가 들어가 부드러운 락사 르막(Laksa Lemak) 등이 있다.




육포  Bak Kwa



육포의 원조는 싱가포르라는 사실. 얇게 저민 돼지고기를 말린 후 숯불 향을 입혀 구워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에도 입점해 있는 ‘비첸향(Bee Cheng Hiang)’ 육포는 싱가포르에서 1933년부터 영업해 온 오랜 브랜드 중 하나다. 싱가포르 현지에서는 비첸향과 쌍두마차 격인 ‘림지관(Lim Chee Guan)’도 찾아 볼 수 있다.




로작  Rojak



메인 메뉴와 함께 곁들이기 좋은 싱가포르 현지식 샐러드. 처음에는 생소해도 짭짤하고 달콤한 맛에 중독성이 있다. ‘로작(Rojak)’은 말레이어로 ‘다양하게 잘 섞인’이라는 뜻인데, 이름 그대로 다양한 채소와 과일, 땅콩 등이 버무려 만들어진다. 호커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대중적인 메뉴다.




호키엔 프론 미  
Hokkien Prawn Mee



싱가포르 로컬이 사랑하는 볶음면. 새우, 오징어, 돼지고기, 계란 등이 들어가 진한 풍미 내며 주로 매콤한 삼발(Sambal) 소스와 함께 곁들여 먹는다.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이 음식은 싱가포르로 이주한 호키엔(Hokkien, 한족의 한 갈래) 사람들에게서 유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단짠단짠한 하루 
싱가포르의 낮과 밤


싱가포르 사람들은 아침은 달달하게, 
저녁은 짭조름하게 마무리하곤 한다.



완벽하게 달달한 아침 
카야 토스트



싱가포르 사람들은 아침으로 뭘 먹을까? 대표적인 메뉴는 단연 카야(Kaya) 토스트다. 바삭하게 구워 낸 토스트에 버터와 카야 잼을 바르고, 커피 한 잔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싱가포르 로컬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이다. 카야잼은 코코넛, 계란, 그리고 판단잎(Pandan Leaf, 동남아시아 음식에 흔히 쓰이는 재료로 달달한 꽃 향이 난다)을 넣어 만든 잼으로, 싱가포르를 방문하는 여행자들의 기념품으로도 인기다. 토스트에 카야와 버터를 바른 후 독특하게도 간장을 참가한 수란에 찍어 먹는데, 그 단짠한 향과 맛은 누구도 거부하기 어렵다.


©트래비


카야 토스트의 시작은 중국 하이난 지방에서 비롯됐다고 알려져 있다. 과거 하이난에 드나들던 영국 선박의 부엌에서 일했던 하이난인들이 싱가포르에 정착했고, 그러면서 영국식 잼 대신 현지 재료로 만든 잼을 소비하기 시작한 것. 즉 빵에 커피를 곁들이는 서양식 아침 메뉴에 현지 레시피가 가미된 것이 지금의 카야 토스트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mini interview
모델 김보라의 카야잼 만들기 도전


금손남친 영상 크리에이터 ‘경식스필름(Kyung6film)’의 그녀, 모델 김보라가 도전한 ‘집에서 카야잼 만들기’에 대해 살짝 물었다. 



카야잼을 어쩌다 만들게 됐어요?
평소 카야 토스트를 좋아해서 직접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카야잼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요?
싱가포르에 처음 갔을 때는 공항에서 카야잼을 발견했어요. 1~2개만 사갔는데, 먹어 보니 신세계더라고요. 다음 싱가포르 방문 땐 정말 가방 한가득 쟁여 왔어요.

카야잼의 어떤 매력에 빠졌나요?
코코넛밀크가 들어가니 이국적이고 대부분의 잼들은 상큼한 맛이 더 강한데 카야잼은 달달해서 좋아요.

집에서 잼 만드는 과정이 어렵진 않았나요?
생각보다 너무 쉬워서 이게 맞나 싶었어요. 라면 끓이는 것보다 쉬웠어요.

시간은 얼마나 걸렸어요?
재료 준비까지 총 30분도 안 걸린 것 같아요.

주의할 점이 있나요?
정성. 잘 저어 주어야 뭉치지 않아요. 물론 적당한 약불에서요.

결과는? 현지 맛과 비슷했어요?
대대대성공!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똑같았어요. 팔아도 되겠다, 할 정도?(웃음) 잼을 맛본 순간 싱가포르 카통에 있는 ‘토스트박스’에서 카야 토스트를 먹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기도 했죠. 집에서 여행 기분을 낼 수 있었어요.

토스트 말고 카야잼을 다르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스콘에도 발라 먹어 봤는데 정말 맛있더라고요. 추천!

카야잼 만들기, 어떤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어요?
뭔가 흔하지 않으면서도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어요. 싱가포르 여행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도요.
 
*보라의 카야잼 만들기 영상은 보라의 유튜브 채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유튜브 wannabe_bora




든든한 한 상 차림 
칠리크랩


싱가포르에서 꼭 먹어 봐야 할 음식으로 빠지지 않는 것, 또 하나. 칠리크랩이다. 토마토 소스와 칠리소스를 베이스로 한 걸쭉한 소스에 커다란 게를 통째로 넣어 비벼 먹는 음식으로 주로 만토우(Mantou)라 불리는 중국식 튀긴 빵이나 밥과 함께 곁들인다. 맥주와의 궁합은 더없이 최상이다.



칠리크랩 레시피는 1950년대 중반 한 싱가포르 부부로부터 시작됐다. 기존에 토마토 소스만으로 맛을 내던 게 요리에 칠리소스를 더해 1956년부터 바닷가 노점에서 팔기 시작한 게 그야말로 대박이 난 것. 1962년 이들은 ‘팜비치(Palm Beach)’라는 레스토랑을 열었고(팜비치 시푸드 레스토랑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성업 중이다), 이후 칠리크랩은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거듭났다.

1987년 오픈한 ‘점보 시푸드(Jumbo Seafood)’ 또한 칠리크랩을 대표하는 레스토랑으로 현지인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서울 강남과 일산에 지점을 두고 있다. 

*보다 자세한 정보는 싱가포르관광청 공식 홈페이지 및 블로그, 페이스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visitsingapore.com, visitsingaporeblog.com(블로그)
페이스북 www.facebook.com/VisitSingaporeKR



선선한 밤을 위한 싱가포르의 음료


싱가포르 슬링  Singapore Sling


때는 1951년. 싱가포르의 대표 칵테일로 통하는 싱가포르 슬링이 처음 만들어진 곳은 ‘래플즈 호텔(Raffles Hotel)’에 있는 ‘롱바(Long Bar)’였다. 당시 싱가포르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여성들이 맘 놓고 술을 마실 수 없는 분위기였고, 이에 롱바의 바텐더 니암 통 분(Ngiam Tong Boon)이 과일주스처럼 보이는 칵테일을 고안해 낸 것. 마치 노을을 연상시키는 핑크빛 칵테일은 여리해 보이지만, 드라이진이 들어간 싱가포르 슬링의 도수는 17도 정도로 결코 낮지 않다.
 

타이거맥주  Tiger Beer


1932년 싱가포르에서 시작된 로컬 맥주, 타이거맥주는 동남아시아 곳곳의 레스토랑이나 편의점에서도 쉽게 눈에 띈다. 라거 스타일의 기본 맥주 ‘타이거 오리지널’을 필두로 첨가되는 재료에 따라 ‘타이거 크리스탈’, ‘타이거 블랙’, ‘타이거 화이트’, ‘타이거 라들러’ 등 다양한 종류로 나뉜다. 진한 홉 향과 깔끔한 뒷맛으로 현지인과 여행자 모두에게 인기다. 
 


글 김예지 기자  사진제공 싱가포르관광청  일러스트 곽명주




10명(5팀)에게 
싱가포르 여행권을 쏩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겠습니다.


코로나19로 실종된 여행을 아쉬워하고 
일상으로의 복귀를 기원하며 
싱가포르관광청과 트래비가 준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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