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지 않는 줄
리틀넥 청담
핫한 맛집은 많다. 그러나 ‘꾸준히’ 핫한 맛집은 드물다. 특히 요즘처럼 사방팔방 먹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엔 더더욱. 그래서 리틀넥 청담은 유니크하다.
오픈한 지 3년이 다 되어 가도 여전히 일년 내내 매장 앞에 늘어선 줄은 줄어들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오픈 10분 전에는 미리 가야 웨이팅을 피할 수 있다는 뜻. 어렵게 입장했으니 메뉴 선택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데, 한 가지 도움을 주자면 하우스 스테이크는 고민 없이 그냥 시키면 된다.
맛있게 먹는 법은 따로 없다. 부드럽다 못해 녹아 버릴 것 같은 미디움 레어 굽기의 살치살을 포크로 집어 든 뒤, 매쉬드 포테이토와 그린 바질 소스를 왕창 묻혀 입 안으로 모셔 오면 끝. 하우스 라구소스가 듬뿍 올라간 라자냐와 자체 개발한 제철과일 주스도 놓치기 아까운 별미다. 인근에 위치한 갤러리아 백화점 지하 식품관 고메이 494에도 리틀넥 지점이 들어섰지만, 역시 맛과 분위기 모두 본점이 제일이다.
리틀넥 청담
주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51길 17
짜장면 없는 중식당
웍셔너리
맛 좀 아는 ‘그들’이 오픈한 신상 가게. 다운타우너, 카페 노티드, 호족반 등 외식 브랜드 여럿을 연달아 히트 친 외식 사업체 GFFG가 지난 4월20일 웍셔너리를 오픈했다. 양식, 도넛, 퓨전 한식에 이어 이번엔 중식이다.
평범한 중식도 아니고, 무려 아메리칸 차이니즈. 센 불에 웍으로 볶아 낸 미국식 중국요리를 선보인다. 몽골리안 비프가 대표 메뉴지만 어쩐지 쿵파오 치킨에 더 마음이 간다. 튀김옷을 얇게 입힌 치킨에 칠리 페퍼를 넣어 매콤함을 잡았고, 달콤한 소스와 고소한 견과류를 더했다. 매콤달콤한 깐풍기 같달까.
에디터의 원픽은 갈릭 프라이드 라이스. 개운한 마늘과 포슬포슬한 계란으로 맛을 낸 볶음밥이다. 특별할 게 없어 보이지만,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게 만드는 마성의 맛이다. 동행의 말에 의하면 웍셔너리의 모든 메뉴들은 보스톤 유학 당시 먹었던 중국 음식 맛과 200% 똑같다고. 신상 맛집인 만큼 웨이팅이 상당하니 여유롭게 식사하고 싶다면 평일 오후를 노리는 게 좋다.
웍셔너리
주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53길 12
오늘 안에 못 먹는다고요?
호족반
토요일 오후 2시, 한창 허기진 시간이자 절망하기 딱 좋은 시간. 특히 호족반 앞 예약 패드에 뜬 문구를 본다면 더욱 그렇다. ‘고객님 앞에 56팀의 대기가 있습니다.’ 이번 끼니는 고사하고, 오늘 안에도 입장하기 어렵겠다는 직원의 말에 발걸음을 돌리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호족반은 2021년, 청담동 일대에서 가장 핫한 맛집이라고 소개해도 양심에 거리낌이 없을 정도다. 과연 이 정도의 웨이팅을 감수할 만할까 싶은데, 갓 구워져 나온 트러플 감자전 한 조각을 맛보는 순간 의심은 사라지고 용서는 시작된다. 얇게 채 썬 감자에 트러플 오일을 아낌없이 곁들였고, 특제 트러플 마요네즈 소스와 함께 바삭하게 구웠다. 적당히 느끼하고 알맞게 고소하다.
이 밖에도 퓨전 한식 전문점답게 들기름 메밀국수, 아보카도 한우 육회, 봉골레 칼국수 등 한식과 양식을 접목한 독특한 메뉴들이 많다. 하나같이 ‘못 먹어 본 맛’들이니, 어떤 메뉴를 택한대도 손실은 없을 것.
호족반
주소: 서울 강남구 언주로164길 39
Cafe
영국 할머니 댁처럼
79파운야드 도산공원점
영국의 가정집을 가 본 적은 없지만 딱 느낌이 그렇다. 잘 차려진 디저트 다과상이 있는 영국 할머니 댁에 온 기분. 유럽식 디저트 카페인 79파운야드는 브라우니부터 파운드 케이크까지 디저트 군이 다양하다.
그중 인기 메뉴는 크로플. 담백한 플레인 크로플부터 ‘민초단(민트 초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위한 민트 초코 크로플까지 골고루 준비돼 있다. 대기를 걸어 놓을 수 있는 예약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아 만석이면 발걸음을 돌리는 이들이 많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이면 테라스 좌석을 두고 자리싸움이 꽤 치열하게 벌어진다. 이 밖에 79파운야드의 단점은 딱딱하고 불편한 의자 외엔 좀처럼 찾기 어렵다.
79파운야드 도산공원점
주소: 서울 강남구 선릉로153길 32
글·사진 곽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