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이탈리아
로로 LOLO
유독 그런 날이 있다. 오늘만큼은 실컷 자아도취에 취해 공주놀이를 해 보고 싶은 날. 그럴 땐 망설이지 말고 로로(LOLO)로 향하자.
‘Lots of Love’의 줄임말인 상호명에 걸맞게 매장 곳곳에 사랑스러움이 넘쳐난다. 고풍스러운 액자와 원목 가구, 빈티지한 조명까지. 공간만 놓고 보면 로마 바티칸 미술관, 또는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내부 같다. 빈티지하지만 결코 조악하지 않다. 옷을 잘 갖춰 입고 간다면 인생숏 100장은 거뜬하다.
음식도 이국적이다. 서울 속의 리틀 이탈리아를 구현하겠다는 로로의 모토에 맞게, 모든 식재료는 이탈리아 현지의 맛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셰프가 직접 엄선한 유기농 재료만을 사용하고 있다. 시작은 가볍게 부르스케타로. 바삭한 바게트 위에 버섯과 마리네이드한 토마토를 올린 핑거푸드로, 에피타이저로 딱이다.
메인 요리로는 역시 포르치니 트러플 크림 파스타. 이탈리아 피렌체 여행 당시 먹었던 꾸덕한 트러플 파스타가 생각나서 주문했다. 자고로 트러플 파스타엔 트러플이 아낌없이 들어가 줘야 풍미가 사는데, 그런 면에서 로로의 파스타는 너그럽다. 트러플을 듬뿍 넣은 덕분에 파스타 한 입에 트러플 특유의 버섯 향이 훅 치고 올라온다.
좀 더 크리미한 메뉴가 당긴다면 비프 크림 고르곤졸라 리조또가 좋겠다. 고르곤졸라 치즈가 들어간 진한 크림소스의 리조또에 로스팅한 소고기가 올라가 있다. 크림 맛이 진한데도, 느끼하지 않다. 참고로, 로로의 모든 메뉴는 현지 맛과 견주어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
로로
주소: 서울 강남구 언주로164길 35
줄지 않는 줄
리틀넥 청담
핫한 맛집은 많다. 그러나 ‘꾸준히’ 핫한 맛집은 드물다. 특히 요즘처럼 사방팔방 먹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엔 더더욱. 그래서 리틀넥 청담은 유니크하다. 오픈한지 3년이 다 되어가도 여전히 일 년 내내 매장 앞에 늘어선 줄은 줄어들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오픈 10분 전에는 미리 가야 웨이팅을 피할 수 있다는 뜻.
로로가 리틀 이탈리아였다면, 리틀넥은 리틀 뉴욕이다. 살몬 포케부터 아보카도 토스트, 크림 스피치니 수프, 관자 바질 리조또까지. 이름만 들어도 '미국스러운', 그러나 산뜻함과 건강함까지 골고루 챙긴 메뉴들을 선보인다.
웨이팅이 긴 만큼 어렵게 입장했으니 메뉴 선택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데, 한 가지 도움을 주자면 하우스 스테이크는 고민 없이 그냥 시키면 된다. 맛있게 먹는 법은 따로 없다. 부드럽다 못해 녹아 버릴 것 같은 미디움 레어 굽기의 살치살을 포크로 집어 든 뒤, 매쉬드 포테이토와 그린 바질 소스를 왕창 묻혀 입 안으로 모셔 오면 끝.
하우스 라구소스가 듬뿍 올라간 라자냐와 자체 개발한 제철과일 주스도 놓치기 아까운 별미다. 인근에 위치한 갤러리아 백화점 지하 식품관 고메이 494에도 리틀넥 지점이 들어섰지만, 역시 맛과 분위기 모두 본점이 제일이다.
리틀넥 청담
주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51길 17
세상 끝의 맛
갓잇 도산공원점
여행이 멈춘지도 1년이 넘었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나라들이 많아졌다. 그런데 갈 수 없어도 갈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갓잇은 그곳으로 우리를 이끈다. 세계지도를 펼쳐보면 지도 오른쪽 맨 끝에 있는 곳, 한국에서 가장 먼 나라, 남미 멕시코의 맛을 제대로 구현해 낸다.
갓잇은 북미 지역 탐방과 푸드트럭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오픈 이래 지속적으로 멕시칸 요리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고. 더 맛있는 멕시칸 푸드를 제공하겠다는 일념 덕에 갓잇을 찾는 손님들은 다채로운 '찐' 멕시칸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매장에는 한국인들은 물론 외국인 손님들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메뉴에는 세상 끝, 그 먼 나라의 맛을 그대로 담았다. 오늘만큼은 칼로리 계산 없이 치즈로 범벅된 요리를 양껏 즐겨보고 싶다면, 엔칠라다가 현명한 선택이다. 또띠아에 고기, 야채, 치즈 등을 넣고 로제 소스를 부었다. 과한 치즈 맛이 거북하지 않다.
커플이나 친구끼리는 브릴리언트 세트(Brilliant set)가 좋겠다. 파히타나 엔칠리다 둘 중 1개, 타코 2 조각, 포테이토칩, 또띠아, 과카몰리까지 구성이 꽤 알차다. 타코 갯수가 아쉽다면 개별 타코를 추가해서 먹어도 좋다. 단, 타코는 소개팅 자리에서는 별로 권하지 않는다.
갓잇의 타코는 한국의 타코를 생각하면 섭하다. 고기와 야채, 소스가 넘쳐 흐를 듯 들어 있다. 체면 차릴 필요 없는 편한 사람들이랑 소스를 입에 묻혀 가며 마구 먹어야 한다. 그래야 맛있다. 푸짐한 양과 가득한 풍미, 정말 세상 끝의 어디 즈음에서 먹는 듯한 기분이다.
갓잇 도산공원점
주소: 서울 강남구 언주로164길 24 아크로스빌딩 지상1층
딤섬 마니아를 위한 곳
몽중헌 청담점
몽중헌(夢中軒)이라니. 상호가 꿈결처럼 아름답다. '꿈속의 집'이라는 이름에 맞게 입구부터 신비롭다. 돌이 자박하게 깔린 길과 초콜렛색 창살이 있는 큼직한 창문. 안개가 자욱하고 피리 소리가 낭랑하게 들릴 것 같은 꿈속의 누각이 떠오른다.
분위기만 그런 게 아니다. 메뉴도 그렇다. 중국 현지 명인이 만드는 30여 가지의 다채로운 딤섬에는 홍콩 본토의 맛이 담겨 있다. 한 조각, 한 조각이 몽롱하게 맛있다. 특히 통새우가 씹히는 하교는 새우 딤섬 마니아라면 반드시 주문해야 한다. 톡 톡 터지는 새우살의 식감이 훌륭하다. 초고버섯, 양송이버섯, 표고버섯을 듬뿍 넣고 4색의 고명을 더한 사희교는 보기에도 예쁜데 맛도 좋다.
딤섬이 대표 메뉴지만, 짜장면도 탕수육도 깐풍기도 맛있다. 특히 여름에 방문한다면 깐풍기는 강력 추천. 맥주가 술술 들어간다. 무더운 여름밤, 짭쪼름하고 바삭한 깐풍기에 시원한 칭다오 한 잔이면 일상의 스트레스는 전부 다 한낱 꿈속의 일처럼 치부해버릴 수 있다. 수많은 홍콩식 중식당들 속에서 오래 그 맛을 유지시켜 온 데는 이유가 있는 법. 청담동 한복판에서 드물게 멋부리지 않는 맛집이다.
몽중헌 청담점
주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445 엠빌딩 지하 1층
식사 후엔 가볍게 쇼핑!
테크놀로지의 미학
하우스 도산 HAUS DOSAN
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청담동에서 이러기는 쉽지 않다. 아이웨어 패션 브랜드 '젠틀몬스터'가 선보이는 복합문화공간 하우스 도산은 1층부터 4층까지 구경할 거리가 가득하다.
1층엔 거대한 콘크리트 설치 미술이 차지하고 있고, 2층과 3층은 선글라스와 안경 등 젠틀몬스터의 제품들이 전시돼 있다. 특히 3층의 육족 보행 로봇은 빼놓을 수 없는 포토존이다. 젠틀몬스터 로봇 랩이 1년 여간의 연구 끝에 만들어 낸 작품이다. 4층에서는 향수, 디퓨저, 핸드워시 등 향기로운 자연의 향을 담은 '탬버린즈'의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지하 1층 '누데이크'의 독특한 디저트들도 놓치지 말 것. 기존에 알던 케이크 모양과 달리, 한 조각 한 조각이 예술 작품 같다. 지하부터 꼭대기 층까지 아티스틱한 곳, 첨단 테크놀로지와 하이 패션이 융합하는 대도시의 공간, 하우스 도산이다.
젠틀몬스터 하우스 도산
주소: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46길 50
글‧사진 곽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