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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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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Jul 26. 2021

맛과 바다,
두 마리 토끼 잡으러 강릉 여행

강릉 여행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2011년 새해가 밝고, 아직 추위가 끝나지 않은 겨울 소중한 친구들과 청량리에서 기차를 타고 강릉으로 향했다. 당시는 서울-강릉 KTX가 없을 때라 기차로 강릉을 가려면 5시간 가까이 걸렸던 것 같다. 다행히 우리는 젊었고, 할 이야기가 많아 그 시간마저 짧게 느껴졌다.

경포대, 경포 호수, 경포 해변, 안목 해변, 그리고 회와 순두부 등 1박2일 동안 강릉을 누볐다. 그때 보낸 시간은 10년이 지났어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경포호 주변은 강릉 시민의 산책로, 여행자에게는 색다른 시간을 선사한다


경포호

강원도 강릉시 초당동


그 기억 때문일까. 1년에 한 번은 꼬박꼬박 강릉을 찾고 있다. 지금은 KTX 덕분에 2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 즉흥 여행도 가능하다. 이제는 무대를 넓혀 주문진, 정동진도 누비고, 연곡면, 강동면 등 작은 단위의 마을까지 여행하고 있다. 강릉을 찾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은 역시 바다와 음식 같다. 서울에서 도저히 마주할 수 없는 광활한 동해 바다, 수수하지만 깊은 맛을 내는 음식이 강릉행 기차표를 끊게 하는 원동력이다.


강릉짬뽕순두부 동화가든의 순두부 메뉴인 초두부


강릉짬뽕순두부 동화가든 본점

강원도 강릉시 초당순두부길77번길 15


강릉에서 꼭 한 끼를 먹어야 한다면 주저 없이 초당순두부를 고를 것 같다. 초당순두부는 강릉의 대표적인 지역 특산물로, 강릉의 깨끗한 바닷물을 간수로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또 몽글몽글한 질감과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초당순두부는 허난 설원 생가 터에서 역사가 시작된다고 한다. 허난 설원의 아버지 허엽이 강릉 부사로 재직하던 시절 우물의 물맛이 좋아 그 물로 콩을 기르고, 바닷물로 간수를 한 두부를 만들어 먹었다. 두부 맛이 좋기로 소문나 자신의 호를 붙여 초당순두부가 됐다고 한다.
 

초당토박이할머니순두부의 순두부전골, 음식 색과 달리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초당토박이할머니순두부

강원도 강릉시 초당순두부길 47


이 맛은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강릉 여행 시 필수로 먹어야 하는 음식이 됐다. 강문동부터 초당동까지 약 795m의 초당순두부마을이 형성됐고 이곳에만 15개 이상의 초당순두부 식당이 있다.

그중에서도 초당토박이 할머니순두부, 고분옥할머니순두부, 강릉짬뽕순두부 동화가든, 초당할머니순두부 등이 특히 유명하다. 초당순두부, 두부찌개, 모두부, 짬뽕순두부 등을 즐기고 순두부 젤라토까지 즐기면 제대로 된 초당순두부 파티를 즐긴 셈이다. 식사 후에는 경포대, 경포호수, 경포해변, 안목해변 등으로 여행을 이어갈 수 있다. 안목해변은 바다를 보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매력의 카페가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강릉의 랜드마크, 경포해변


경포해변

강원도 강릉시 강문동 산1-1


강릉 시내에서 한 번쯤 경험해 볼만한 음식이 또 있는데, 바로 장칼국수다. 고추장, 된장 등으로 국과 음식 색을 내는 면 요리로 점심에 잘 어울린다. 육수는 가게마다 다른데, 고기 육수는 좀 더 구수한 맛을, 해물 육수는 특유의 감칠맛이 인상적이다.


고추장과 된장을 활용한 장칼국수는 강릉의 대표 음식 중 하나다. 사진은 벌집의 장칼국수


벌집

강원도 강릉시 경강로2069번길 15


장칼국수는 강릉뿐만 아니라 강원도 지역에서 두루 먹지만, 관광객에게 유명한 식당은 벌집, 현대칼국수 등 강릉에 몰려있다. 벌집의 경우 친정 어머니의 맛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고추장이 들어가 텁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또 잘게 다진 소고기 꾸미가 장칼국수 위에 올라가 있는데 꾸미가 칼국수에 고소함과 약간의 씹는 맛을 더해준다. 잘 익은 김치도 장칼국수와 호흡이 좋은 멋진 조연이다.


테라로사는 커피뿐만 아니라 티라미수 등 여러 디저트도 유명하다


테라로사 커피공장 강릉본점

강원도 강릉시 구정면 현천길 25


식사 후에는 당연히 커피와 디저트다. 커피부터 시작하려면 목적지는 강릉 구정면에 있는 테라로사가 좋겠다. 강릉이 커피 여행지로 자리 잡기까지 큰 공을 세운 곳이다. 테라로사는 스페셜티 커피를 전문으로 하는 순수 국내 커피 브랜드다. 세계 곳곳의 우수한 원두를 강릉 커피공장에서 직접 로스팅하는 것과 아름다운 공간으로 유명하다. 커피에 어울리는 여러 디저트도 있다.


테라로사 경포호수점은 세련된 서점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테라로사 경포호수점

강원도 강릉시 난설헌로 145


강릉에만 본점을 포함해 4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부터, 경기, 세종, 부산, 제주까지 여러 지역의 명소에 자리하고 있다. 본점은 카페뿐만 아니라 커피 박물관, 레스토랑까지 있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또 경포호수 지점은 모던하면서 앤티크한 분위기가 공존하는 서점 콘셉트로 꾸며져 있다. 멋진 공간에서 향긋한 커피를 마시는 시간은 여행에서 놓칠 수 없는 재미다.


강릉역 앞에 있는 구움과자 전문점 라스텔리나


라스텔리나

강원도 강릉시 강릉대로 282 1층 라스텔리나


다음은 강릉역 앞에 있는 구움과자 전문점이다. 이탈리아어로 작은별을 뜻하는 라스텔리나를 가게 이름으로 사용하는 이곳에서 다양한 맛의 피낭시에를 비롯해 쿠키, 브라우니, 스콘, 티그레 등을 맛볼 수 있다. 강릉역 바로 앞이라 여행 전후로 들리기도 좋다.


천천히 거닐기 좋은 등명낙가사


등명낙가사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괘방산길 16 낙가사


미식의 길을 걸은 이후에는 마음을 차분히 할 필요가 있다. 남한진해변, 염전해변 등 해변도로를 따라 달리고 함정전시관을 지난 직후 멋진 절과 마주하게 된다. 괘방산에 있는 사찰 등명낙가사다. 아주 오랫동안 폐사로 남아 있다가 1956년 경덕이 중창한 뒤 관세음보살이 늘 머무는 곳이라 해서 절 이름을 낙가사로 바꾸고, 옛 이름 등명을 앞에 붙여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어려운 역사적 사실을 모르더라도 사찰을 바라보면 차분한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바다를 앞에 둔 사찰에서 거닐다 보면 속세는 잊고, 뭐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럼 다시 강릉을 여행할 때가 된 것이다.
 


글· 사진 이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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