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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Aug 05. 2021

조금 친환경적으로
서울을 여행하는 법

[기자가 직접 체험한 우수여행상품] 서울 리사이클링&도시재생 테마여행

버려졌다가 새롭게 활용된 곳들이라 
더 뜻깊은 공간이 있다.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 속에서
환경을 고려한 공간이라 의미가 더 컸다.



잘 버린다는 의미
서울새활용플라자


재활용과 새활용은 다르다. 재활용(recycling)은 다 쓴 물건을 재가공해 다시 쓰는 일을 말한다. 새활용(upcycling)은 다 쓴 물건에 디자인 또는 활용도를 더해 더 나은 것으로 만드는 일을 의미하는 우리말이다. 다시 사용한다는 점에서 맥락은 비슷하지만 새활용이 재활용보다 보다 상위 개념으로 통한다.

재활용을 위해서는 재가공 과정에서 분쇄나 파쇄, 폐기물이 발생하고 물리적으로나 화학적인 변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새활용은 자원의 활용법을 바꾼다는 측면에서 환경을 오염시키는 물질 배출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소재은행에는 매일 버려진 새로운 소재들이 모인다



서울새활용플라자는 이처럼 새활용의 가치를 소개하고, 실천하는 곳이다. 서울 성동구에 2017년 9월 개관했다. 새활용에 대한 개념을 소개하고, 새활용을 통해 만들어진 예술품이나 제품을 직접 보고, 만들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누군가 버린 쓸모없는 자원이 이곳에서는 쓸모 있는 자원이 된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지하 1층부터 5층까지 각 층마다 새활용과 관련된 체험, 공방, 작업실, 식당 등이 마련돼 있다



서울새활용플라자 지하 1층 소재은행에는 이처럼 새활용을 기다리는 수많은 소재들로 가득하다. 아름다운가게와 연계해 매일 5톤 차량이 15~20회 차례 버려진 소재를 공급하러 온다. 하지만 새활용이 불가능한, 오염된 소재가 70%에 달한다고 한다. 새활용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잘 버리는 것’도 ‘버리지 않는 것’만큼이나 중요해 보인다.

전문가들이 선별한 각종 소재들은 온·오프라인에서 조회하고 구매할 수 있고, 체험 공간에서 직접 작품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새활용 및 친환경 관련 스튜디오와 작가들이 작업한 제품을 둘러보기만 해도 의미 있을 것이다. ‘버리는’ 행위는 물론 무언가를 구매하는 행위 자체에 대한 시선이 달라질 테니. 누군가에게 보낸다는 마음으로 버린다면 이곳에 모이는 소재는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 


자전거 체인으로 만든 조명. 샹들리에 느낌을 살려 멋스럽다


커피 자루로 에코백부터 화분, 파우치 등 다양한 모습의 소품을 만들었다


공병으로 만든 샹들리에와 박스로 만든 하마 조형물. 생활 쓰레기의 약 40%는 박스라고 한다


텀블러를 챙겨간 것은 한수였다. 서울새활용플라자는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세계 최초의 건물이다. 카페와 식당을 운영하고 있지만 일회용품은 사용하지 않는다. 테이크아웃을 원한다면 개인 텀블러를 가져가야 한다. 텀블러를 내밀며 자신 있게 커피를 주문했다. 자부심이 넘쳤다.


서울새활용플라자

서울특별시 성동구 자동차시장길 49




다시 돌아온 널 위해
서울로 7017


2019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발생한 폐기물은 약 49만톤이다. 이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폐기물 종류는 무엇인지 아는가? 다름 아닌 건설 폐기물이다. 전체의 44.5%를 차지한다. 사업장 배출 시설계 폐기물이 40.7%, 생활계 폐기물은 11.7%다. 기업이 짊어진 사회적 책임이 무거워야할 이유다. 아니, 앞으로 더 무거워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서울로 7017에는 수종 50과 287종을 사시사철 만나볼 수 있다


서울로 7017


부수고, 버리고, 다시 짓는 일에 익숙한 현대사회에서 ‘서울로(Seoullo) 7017’은 그래서 의미 있다. 1970년 서울역 앞에 개통한 고가도로는 서울역에서 퇴계로를 잇는 길로 상경한 이들이 처음으로 마주하는 서울의 얼굴이었다고 한다. 당시 쭉 뻗은 고가도로는 한국 산업 근대화의 상징물이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며 오래된 고가도로는 교량 안전성에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안전성 평가 D등급을 받으며 이용이 금지됐다. 할 일을 잃은 도로를 어쩌나. 서울시는 조기 철거를 검토하기도 했지만 2014년 보행자 전용 도로로 역할을 다시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국제현상설계 공모를 통해 네덜란드 비니 마스(Winy Maas)가 제출한 설계안을 적용해 2017년 다시 태어났다. 그렇게 1970년 ‘찻길’에서 2017년 ‘사람길’로 돌아온 도로는 ‘서울로 7017’로 불린다. 


1970년대 서울역 앞 쭉 뻗은 고가도로는 서울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통했다고 한다



서울로 7017 산책은 1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만리동 방향 정원교실에서 시작하거나 명동 방향 서울로 안내소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그래야 놓치는 부분 없이 고가도로를 쭉 걸을 수 있다. 처음 마주한 서울로 7017은 길게 뻗은 야외 식물원 같았다.

한발 한발 내디딜 때마다 곱게 자라고 있는 각종 꽃과 나무, 풀을 만났다. 회색 바탕에 초록색을 덕지덕지 크게 바르고 울긋불긋, 알록달록한 여러 색으로 점을 찍은 듯한 그림이었다. 게다가 친절하게도 나는 쥐똥나무요, 나는 초롱꽃이요, 라고 이름표를 달고 있다. 수종 50과 287종이 ‘가나다’ 순으로 배치되어 있다는데 우연이라고 하기엔 잘 만든 꽃다발처럼 조화롭다. 


서울로 7017는 주로 만리동과 청파동, 중림동, 후암동 주민들과 서울역 인근 직장인들이 산책하기 위해 찾는다


지난 4월30일 기준 서울로 7017에는 총 3,173만6,000명이 다녀간 것으로 기록됐다. 인근 직장인들과 상인들 그리고 청파동, 중림동, 후암동 등 주민들의 발걸음이 가장 많을 것이고, 코로나19가 나타나기 전에는 서울시를 대표하는 도시재생 공간으로서 외국인 관광객들의 관심도 많이 받았다. 오가는 사람이 늘어나면 어디든 활기가 더해진다. 굳이 부수고 새로 짓지 않더라도 이로 인해 발생하게 될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환경적 가치는 숫자 그 이상의 가치를 보여준다. 우리가 다시 태어난 공간을 이왕이면 종종, 자주 가까이 해야할 이유다.
 

서울로7017

서울특별시 중구 청파로 432



*기자가 체험한 우수여행상품
어뮤즈트래블 [‘따릉이를 타고 달리는 2박3일 리사이클&도시재생 테마여행’]
 


서울 글·사진=손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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