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재미가 된 카페 투어,
커피만 마시기에는 허전할 때가 있다.
달콤한 디저트만이 그 자리를 채울 수 있다.
디저트가 돋보이는 제주 카페가 여기 있다.
제주의 크로플
올디벗구디
중문관광단지로 가는 중 한 카페가 눈에 띄었다. 2층 주택을 개조한 올디벗구디(Oldie But Goodie, O.B.G)다. 낮은 돌담과 익숙한 모습의 주택과 다르게 내부는 요즘 느낌이 가득하다. 불필요한 건 덜어낸 심플한 스타일이다. 맛은 꽉 찼으니 걱정은 말자. 베스트셀러 흑절미 쿠키를 비롯해 크로플(브라운 치즈+아이스크림, 부라타 치즈), 흑돼지 잠봉뵈르 등의 먹거리와 흑임자를 이용한 구디커피, 넛츠커피, 패션후르츠 에이드, 토마토 바질 에이드 등 커피뿐만 아니라 독특한 음료가 준비돼 있다.
제주에 왔으니 흑돼지에 반응하는 건 당연할 터. 흑돼지 잠봉뵈르로 간단한 식사를 하고, 크로플로 입가심을 하면 딱 좋다. 크로플은 서울 가로수길의 유명한 곳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바삭하면서 버터의 진한 풍미가 먼저 마음을 훔치고, 시원한 아이스크림, 브라운 치즈가 후방지원에 나선다. 흑임자와 커피의 만남인 구디커피도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처음 경험하는 맛이지만 익숙한 구석이 있다.
흑절미쿠키도 그렇다. 흑임자 쿠키 속 쫄깃한 떡의 식감이 더해져 신선한 느낌이다. 사실 메뉴가 많지 않아 전 메뉴 한 번씩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올해 11월이면 어느덧 올디벗구디가 2년이 된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오랫동안 제주와 여행자를 이어 줄 것만 같다.
올디벗구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일주서로 330
프렌치 디저트 파티
마마롱
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한 마마롱은 찐 디저트 맛집이다. 주변에 바다도 없고, 도심도 없지만 마마롱을 위해 충분히 찾아올 만하다. 자연 자연하게 꾸며진 주변과 고풍적인 내부가 어우러져 한 카페에서 2가지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디저트는 밤을 활용한 마마롱 밀푀유, 마마롱 케이크를 비롯해 생토노레, 카라멜, 말차, 흑임자 등 다양한 종류의 에클레어, 마카롱, 레몬타르트 등 다채롭다. 각종 구움과자도 준비돼 있다. 가장 인기가 많은 디저트는 마마롱 밀푀유와 마마롱 케이크인데, 평일에도 금세 동난다. 다른 디저트도 충분히 좋으니 아쉬워 말고 도전해보자.
이번에는 생토노레와 마마롱 에클레어를 야외 공간에서 즐겼다. 나무 의자와 조금 거센 바람으로 자연 느낌 물씬 풍기는 곳에서 달달한 생토노레와 고소한 커피가 여행의 흥을 한껏 끌어올렸다. 생토노레는 여왕의 디저트라고 불리는 디저트다. 미니슈 위에 카라멜을 올리고, 왕관 모양으로 만들기도 하는데 마마롱은 일직선이다. 미니슈와 카라멜, 초콜릿 크림, 카라멜 생크림, 페스트리가 어우러져 바삭함, 부드러움, 달콤함을 모두 잡았다.
고소한 커피나 쌉싸름한 차와 궁합이 좋다. 사실 문자로 이 맛과 느낌을 다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그저 제주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프랑스 느낌 가득한 디저트를 맛보고 싶다면 마마롱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마마롱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평화로 2783
이름과 다른 맛
어글리딜리셔스
제주 신도시 느낌이 나는 골목에 어글리딜리셔스가 있다. 좌석이 많이 없는 아담한 카페로, 우드톤의 가구가 자아내는 차분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공간이다. 먹거리는 티라미수와 브라우니, 에그타르트, 각종 쿠키 등이 준비돼 있으며, 음료는 커피 메뉴와 홈메이드 얼그레이 밀크티, 한라봉에이드, 쑥 라떼 등이 있다. 또 카페 공식 굿즈가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에코백, 의류 등 종류도 꽤 된다.
굿즈와 컵 등에 그려진 캐릭터는 가게 이름 따라 상당히 단순하고, 뭔가 비어있지만, 은근히 호감이다. 디저트를 먹으면 더 그렇다. 꾸덕한 브라우니, 레스토랑 못지않은 티라미수와 에그타르트, 다양한 쿠키까지 하나하나 맛이 좋다. 관광지와 거리가 먼 일상적인 동네에 있다 보니 제주의 평범한 일상을 경험할 수 있다. 제주에서 한달살기를 한다면 평일 오후 느긋하게 디저트와 커피를 즐기고 싶은 곳이다.
어글리딜리셔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남동2길 19-8
당근 당근 당근
구좌상회
구좌하면 역시 당근이고, 당근케이크하면 구좌상회가 떠오른다. 이미 유명한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경력이 있어 누구나 아는 맛집이 됐지만, 아직 가보지 않았다면 제주 동쪽 여행 시 가볼 만하다. 제주다운 분위기의 구좌읍에 고즈넉한 구좌상회가 있다. 돌담 가득해 사진 찍기도 좋고, 카페 자체도 옛 제주 가옥의 느낌을 잘 살려 꾸몄다. 앉아 있으면 그 자체로 제주 여행이 된다.
시나몬의 기분 좋은 향과 당근의 달콤한, 크림 치즈의 고소함이 어우러진 당근케이크와 각종 차를 곁들이면 하루 종일 바삐 움직인 여행에 쉼표를 찍을 수 있다. 특히, 케이크 위에 앙증맞게 올려진 당근에 처음부터 마음을 빼앗고, 적당한 단맛의 케이크는 몇 조각이나 먹을 수 있게 한다. 당근케이크와 함께 충분히 휴식을 취했다면 월정리해수욕장, 만장굴 등으로 여행을 이어가도 좋다.
구좌상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선교로 198-5 구좌상회
글· 사진 이성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