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의 배경 도시이기도 했던 스트라스부르(Strasbourg). 독일 침공 전 마지막으로 모국어(프랑스어)로 수업을 하는 교실을 묘사하며 나라 잃은 설움을 드러낸 장면이 있어서 우리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작품이다. 이런 소설이 나오게 된 역사적 배경이 있다.
스트라스부르
알자스 지방의 중심, 스트라스부르는 라인강을 경계로 독일과 맞닿아있다. 스트라스부르는 독일어 스트라세(Straße)와 성곽으로 둘러싸인 도시를 뜻하는 프랑스어 ‘부르(Bourg)’가 합쳐져 만들어진 이름. 도시를 수식하는 첫 번째 표현은 ‘독일과 프랑스가 섞인 도시’다. 퍽 복잡한 역사가 있다. 오래 전엔 독일의 땅이었다가 루이 14세의 정복으로 프랑스 도시가 되었고, 보불전쟁 때 독일군이 점경했다가 1차 세계대전 후에 프랑스로 반입됐다. 또다시 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의 땅이 되었다가 종전 후 프랑스의 땅이 되었다.
덕분에 스트라스부르엔 두 나라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또 다른 문화도 적극 받아들였다. 프랑스에서 가장 큰 이슬람 예배장소인 그랜드 모스크가 있고, 프랑스에서 개신교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문화가 조화롭게 녹아 들어 화해의 상징이 되었고, 유럽의회 같은 유럽의 주요 기관의 소재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스트라스부르 기차역 (Gare de Strasbourg)
스트라스부르까지는 파리 동역에서 기차로 2시간 정도 걸린다. 1883년에 지어진 스트라스부르 역은 UFO처럼 생긴 거대한 유리로 덮여있다. 기차역의 외관이 너무나 미래지향적이어서 구시가지의 고풍스러운 풍경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작은 다리를 하나만 건너면 완전히 다른 중세의 풍경이 펼쳐진다. 5분 걸었을 뿐인데 마치 타임머신을 탄 듯 했다. 500년 전 독일에 온 것 같았다. 거리엔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되어있어 자전거가 씽씽 달리는 풍경도 보기 좋았다. 독일의 국경 마을 케플(Kehl)까지 자전거로 쉽게 갈 수 있을 정도라고 하니 여기는 프랑스인가, 독일인가. 과거인가, 현재인가. 독특한 여행이 시작된다.
Strasbourg
주소: Pl. de la Gare, 67000 Strasbourg
프티 프랑스(La Petit France)
고요한 물결과 한적한 도시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프티 프랑스. 원래 프티(Petite Verole)라는 말엔 전염병이라는 뜻이 있는데, 성병 치료 병원이 이 곳에 많았다는 이유로 독일인이 프랑스를 조롱하듯 부른 데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유래와 상관없이 프티 프랑스는 스트라스부르를 가장 매력적인 도시로 만드는 일등공신이다.
물길을 따라 오래된 독일식 건축물이 옹기종기 모여있어서 엽서 속을 걷는 듯한 착각이 든다. 파스텔 톤의 건물은 독일식 옛 가옥의 특징을 보여준다. 난간마다 대롱대롱 매달린 화초들, 벤치에 앉아 도란거리는 사람들, 예쁜 폰트로 쓰여진 간판 같은 것들이 프티 프랑스의 아름다운 풍경을 완성한다.
쁘띠 프랑스
주소: Grand Île, Strasbourg France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 대성당
(Cathédrale Notre-Dame de Paris)
프티 프랑스를 지나 동쪽으로 걸으면 뾰족한 첨탑이 보이기 시작한다. 레스토랑과 호텔이 이어지는 골목 사이를 걷다가 오른쪽으로 돌면 갑자기 성당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는데 그 갑작스러움이란! 워낙 크고 높은데다(142m) 사암의 검붉은 색깔 때문에 순간적으로 압도되는 기분이 든다.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은 완공까지 30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성당의 좌우 날개는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첨탑과 예배당, 회중석은 고딕 양식으로 지어져 다양한 건축양식이 혼재돼있다.
성당 안엔 높이 18m의 천문시계가 있다. 매일 정오에 시작하는 천문 시계 인형쇼는 아이가 청년 그리고 노인으로 변하고 마지막엔 죽음의 신이 나오면서 마감하게 되는 인간의 일생을 재현한다. 누구나 마주하게 되는 죽음 앞에서 인간의 욕심은 부질없고 인간에게 시간은 유한하다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스트라스부르 대성당
주소: Place de la Cathedrale, 67000, Strasbourg France
메종 캄메젤(Maison Kammerzell)과 알자스 전통 요리
스트라스부르엔 중세 독일의 중후하고도 묵직한 아우라를 물씬 풍기는 목조 가옥이 끝없이 이어진다. 정확하게 말하면 뼈대만 나무로 된 목골(木骨)주택으로, 라인 강 주변 지역에 흔한 건축 양식이다.
그 중에서 가장 독특한 집을 꼽으라면 대성당 바로 옆에 자리한 ‘메종 캄머젤’이다. 유독 검은 색이라 눈에 잘 띈다. 15세기 중세 스타일이 잘 보존돼있는 호텔이다.
호텔 1층 레스토랑은 알자스 지방 전통 요리로 유명하다. 고기나 햄, 생선에 곁들여먹는 양배추 요리인 ‘슈크르트(choucroute)’나 소, 양, 돼지고기를 화이트와인에 푹 찐 ‘베크오프(baeckeoffe)’ 등이 대표적이다. 양도 많고 입맛에도 잘 맞는다. 독일과 가까우므로 맥주가 맛있고, 알자스 지역에서 생산하는 와인 품질도 매우 뛰어나다.
Maison Kammerzell
주소: 16 Pl. de la Cathédrale, 67000 Strasbourg, France
구텐베르크 광장(Place Gutenberg)
대성당 근처엔 구텐베르크 광장이 있다. 광장 한가운데는 그의 동상이 우뚝 서있고 주변엔 테라스 카페가 즐비하다. 구텐베르크는 고향 마인츠를 떠나 근대 활자 인쇄술을 발명했을 때 스트라스부르에서 활동을 했다. 구텐베르크는 여기서 마르틴 루터가 번역한 독일어 성경을 인쇄했다.
Pl. Gutenberg
주소: Pl. Gutenberg, 67000 Strasbourg, France
클레베 광장(Place Kléber)과 쇼핑 지구
구텐베르크 광장에서 클레베 광장까지는 프랑스의 양대 백화점인 갤러리 라파예트와 쁘렝땅을 비롯해 다양한 브랜드 숍이 밀접해있다. 알자스 지방 전통 수공예품이나 알자스 와인, 와인잔 같은 것을 기념품으로 추천한다.
Place Kléber
주소: Place Kleber, 67000, Strasbourg, France
글·사진 김진 트래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