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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Nov 15. 2021

몽생미셸의 신비로운 아우라

노르망디 끄트머리에 붙어있는 섬이자 수도원인 몽생미셸(Mont Saint-Michel)의 둘레는 1km도 안 된다. 상주하는 인구는 고작 40여명 뿐. 인구의 1/3정도는 수사(修士)와 수녀가 차지한다. 하지만 이 작은 섬은 프랑스에서 파리 다음으로 인기가 높은 관광명소다.


몽생미셸


유네스코 문화유산


709년 몽생미셸이라는 작은 교회가 노르망디의 작은 바위섬에 지어졌다. 996년 베네딕트 수도원이 건립되면서 규모가 커졌고 12세기 영국과의 백년전쟁 때 높은 성벽이 생겼다. 13세기까지는 규모를 키우다가 1789년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후에는 약 70여 년 간 정치범 수용소로 사용되기도 했다. 지금의 몽생미셸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18세기 중엽 이후. 1979년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몽생미셸과 관광마차


파리에서 몽생미셸까지 가는 길


파리에서 몽생미셸로 가는 투어는 매우 많다. 하지만 대부분 노르망디 연안의 도시 두 세 곳을 엮어 돌아보는 당일치기 투어이므로 몽생미셸의 신비로운 아우라를 천천히 느끼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몽생미셸까지 가려면 파리 몽파르나스 기차역에서 기차를 타고 렌(Rennes)까지 간 다음, 렌에서 몽생미셸까지 가는 버스를 타면 된다. 넉넉잡아 3시간 정도 걸린다. 버스는 자주 있고 환승은 어렵지 않으니 충분히 개별적으로 갈 만하다.


몽생미셸의 해 질 녘 풍경


중세 순례자처럼 걸어보기


새벽과 밤의 몽생미셸은 신비로운 아우라의 결정체다. 해무에 싸인 수도원은 성스러움이라는 단어가 어떤 느낌인지를 온 몸으로 전한다. 빛에 따라 조금씩 변화하는 수도원과 바다는 그야말로 깨어나고 싶지 않은 꿈처럼 아련하게 빛난다. 

호텔이 많은 라까세혼느 마을과 몽생미셸 사이엔 무료 셔틀이 오고 간다. 셔틀을 타면 5분 만에 몽생미셸의 입구까지 닿을 수 있지만 사진을 찍으면서 천천히 걸으면 마을에서 섬까지 30분 정도 걸린다. 공기는 레몬처럼 상쾌하다. 너른 초원에서 풀을 뜯는 양들을 구경하며 걷다 보면 오감도 활짝 열린다. 맨발로 크고 작은 물길을 건너 몽생미셸까지 걸어가보는 경험도 잊을 수 없다. 중세시대 순례자가 된 듯 경이롭다.  


바닷물이 빠진 초원엔 양이 자유롭게 풀을 뜯는다. 슬프게도, 이 양들은 주변 레스토랑의 고급 식재료가 된다.


신비로운 아우라


몽생미셸은 조수간만의 차이가 무려 15미터에 달한다. 육지였던 몽생미셸은 밀물 때가 되면 몇 시간 동안 섬이 되는데 이 광경이 실로 장관이다. 거대하고 뾰족한 암석이 바다 위에 둥둥 뜬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지금은 교량이 개통되어서 만조 때도 몽생미셸로 갈 수 있지만, 대만조 때만큼은 수도원으로 가는 모든 길이 막힌다. 일 년에 예닐곱 차례밖에 없어서 이 때 맞춰가면 일생일대의 행운인 셈. 전세계의 사진작가들이 몰려드는 시기이기도 하다.


수도원 첨탑 끝에 앚아있는 황금빛 대천사, 미카엘


수도원에서 내려다본 노르망디 해안 풍경도 무척 신비롭다.


그랑뤼와 수도원


수도원 바로 아래 언덕에 형성된 마을은 그랑뤼(Grand Rue)라고 한다. 거미줄처럼 얽힌 골목길엔 15~16세기 작은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돌길은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로, 골목길 귀퉁이는 손길로 닳아 반들거린다. 예전에 순례자들의 휴식처였던 그랑뤼 마을은 지금 레스토랑과 기념품 숍으로 가득 차 여행자들을 반긴다. 마을이 끝나면 작은 광장이 보이고 섬의 맨 꼭대기에 수도원이 나타난다.


그랑뤼 마을. 우체국, 호텔, 레스토랑, 식료품점 등 작아도 있을 건 다 있다.


절제가 느껴지는 예배당


예배당 내부는 소박하다. 회색 벽돌로 투박하게 마무리한 벽과 바닥에서 금욕와 절제가 느껴진다. 이성에 충실했던 성직자들은 수행과 예배가 아니면 성경을 필사하고 책을 만드는 일로 하루하루를 채웠다. 빛조차 사치로 여겼는지 창은 좁다랗고, 가느다란 햇살만 조금 스며든다. 그 앞에 꾸부정하게 앉아 글씨를 쓰고 가난한 식사를 하던 성직자들의 묵언수행이 떠올라 엄숙해졌다.


몽생미셸 수도원으로 오르는 계단


몽생미셸 수도원
주소: Bp 22 Au sommet du village, 50170 Mont-Saint-Michel France
홈페이지: http://www.abbaye-mont-saint-michel.fr/


몽생미셸 섬

50170 Mont Saint-Michel, 프랑스


인생사진을 찍을 수 있는 몽생미셸의 높은 성벽


몽생미셸 성벽


수도원 밖으로 나가면 높다란 성벽 위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노르망디의 해안 풍경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전망대나 다름없다. 아무 것도 없지만 허전하지 않고, 고요하지만 성스러운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마을과 몽생미셸 수도원을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



글·사진 김진 트래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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