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수 대작전 (2)

글쓰기 연습 87

by 프라하

나는 무슨 범죄를 지은 사람 마냥 두근 두근하는 심장을 부여잡고 생각을 해봤다.


'그래, 일단 세입자 할머니에게 전화해서 연습을 시켜야겠다. 제대로 연습을 시키지 않으면

도로아미타불이 될 수 있겠네.'


바로 할머니 연락처로 전화를 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러니까, 지난달에 고장 났다고만 하고 다른 건 모른다고 잡아떼면 된다는 거쥬?"


의외로 할머니는 누수 수리가 잘 안 될 수 있다는 협박 아닌 협박성 멘트에 순순히 협조를 했다.

누수 수리에 제일 민감한 사람이 본인이었기에 본능적으로 말 한마디에 일이 틀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 예, 맞아요. 그대로만 이야기하시면 됩니다."

'휴우~ 다행이다. 할머니가 상황을 잘 인지하고 있으니. '


"근데, 사진 본다고 전화기 보여달라고 하면 어떻게 해유?

사진은 안 찍어서 없긴 한데, 통화 목록은 그대로 있을 텐데..."

나는 또 시나리오를 썼다.

"개인 정보인데, 그걸 왜 보여줘야 하냐고 화를 내셔도 되고요. 휴대폰 통화 목록을 꼭 보여줘야 할 의무는 없다네요." 누수 전문가 이야기가 떠올라 그대로 전달했다.

"그래두, 보여 달라는데, 안 보여주기가 쉽남유..아무튼 해볼께유 "

다행히 연습은 잘 된 것 같아 보였다.


"할머니 파이팅입니다. 할머니 말 한마디에 누수 수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달렸어요 "

부담감을 할머니에게로 전가하며 찜찜한 마음으로 통화를 마쳤다.

이제는 되었다고 생각하고 할머니가 최선을 다 하기만을 기원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내일이면 세입자 인터뷰가 진행되는 날이었다.

늦게 컴퓨터를 하고 있었는데, 밤 11시쯤 늦은 시간에 갑자기 딩동 하며 문자 알림음이 울렸다.

왠지 불길한 느낌에 얼른 폰을 열었다.

여는 순간 나는 손에 탁 힘이 풀리며 입가로 비실비실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보낸 사람은 누수 업체 사장이었다.


"사장님. 제가 손해사정사에게 사실대로 다 이야기했습니다.

며칠 동안 심적으로 부담을 드려 죄송합니다.

제가 수익을 좀 줄이더라도 사실대로 진행하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솔직히 털어놓았어요." 그걸로 상황은 종료되었다. 그간 윗집과 싸우며 누수 업체 사장과 머리 맞대며 잔머리 굴렸던 시간들은 공중에 날아갔다.


중간중간 신앙을 이야기하던 통화 내용이 언뜻 떠올랐다.

"저도 교회 다니는 사람 입장에서 계속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내가 이야기한 내용은 없던 것으로 하시고

그냥 편한 마음으로 계시면 됩니다.

그리고, 할머니한테 시킨 연습도 없던 걸로 하시면 되고

그냥 계시면 됩니다. "


"알겠습니다. 하하

같이 하자고 하더니,

사장님이 먼저 변심(?) 선언을 해버리시네요."

문자 전송 버튼을 누르며,

'다음에 누가 누수문제 생기면 이 사장님을 소개해줘야겠네, '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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