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연습 84
산책은 왜 할까? 하고 나면 뭐가 좋아질까?
당연한 질문이고, 당연한 답변이 올 수 있다.
당연히 건강에 좋아지고, 생각 정리하는 데 좋겠지.. 그럼 뭐 다른데 좋을까?라고 추궁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안 해 본 사람은 모른다. 걷는 것이,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 습관인지..
주변에 5분 10분 거리도 차로 이동을 고집하는 사람이 있다. 일리는 있다. 차 있는데 뭐 하러 언덕길, 내리 막길을 걸어 가느냐고..
하지만, 자동차 운전보다 도보가 좋은 이유는 환경적인 면뿐만 아니라 많이 있다.
나에게 있어 산책은,
살아있음을 느끼는 과정이다.
걸으며 떠나는 작은 소풍은 흔히 보아 지나치는 미세한 것들을 커다랗게 볼 수 있고, 이를 통해 신기한 것, 경이로운 사물들을 발견해 나가는 학습장이다.
그 경이로움으로 모든 것들의 이 세상 존재 이유를 알게 되고, 깨닫게 된다.
인도 주변에 아무렇게나 심어 놓은 것 같은 은행나무는 '얘가 수놈일까? 암놈일까? '를 궁금하게 만들고,
'저 꽃이 베고니아야? 데이지야? 아님 뭐지? ' 일렬로 정렬하여 심어놓은 꽃들은 이름과 제 철이 언제인지를 찾게 만든다.
그런 질문과 궁금증들이 쌓여 작은 생명의 소중함을 조금씩 깨닫게 되고,
그 세상 속에 있는 나 자신을 생각하며 그것들을 인지하는 나 자신을 알아 나간다.
그렇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코스는 어디였고, 어땠을까?
내가 가본 곳 중 가장 멋진 산책 코스를 추천하라면,
나는 첫 손으로 제주도 절물 휴양림을 꼽는다.
10년 전에 처음 방문한 곳이었는데, 처음 가자마자 이곳이 나의 인생 코스가 될 것을 직감했다.
나를 매혹시킨 첫째 포인트는 울창한 삼나무 숲이다.
휴양림 입구에 길게 나를 환영하듯이 근위병처럼 도열해 있는 삼나무는 미팅에서 첫눈에 반하는 파트너 같은 아우라를 뿜어낸다.
'이곳이 네가 진정으로 쉴 곳이고, 여기서 네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힐링하고 돌아가라'라고 이야기하듯이 반기며 서있다.
또 좋은 것은 다양한 쉼터를 구성해 놓았다는 것이다.
맨발로 족저의 통증을 느끼며 걷게 만든 자갈밭 길.
그리고, 그네와 통나무집 같은 가족들이 편하게 쉴 만한 장소를 만들어 놓았고,
가볍게 둘레길을 걸을 수 있게 만들어놓은 작은 산책로
'아, 여기가 피톤치드의 바다구나' 하면서 코끝을 자극해 오는 건강한 냄새들은 코스 요리의 메인요리와 같다.
그 신선한 냄새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즈음, 거의 햇빛이 안 보일 정도의 숲에 들어 싸인 벤치와 휴식 공간은
마치 비밀 아지트 같다.
그곳에 아예 집을 짓고 살았으면 하는 아쉬움으로 산책을 마쳤던 기억이 있는 곳이다.
두 번째로 나무들에 압도당해서 매일 그 길을 걸었으면 했던 곳은...
(다음 편으로..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