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는 나의 삶 (2)

글쓰기 연습 85

by 프라하

내 삶의 길목에서도 잊지 못할 노래들이 포진해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삶의 구석구석에 그리고 중요한 전환점에 깊이 새겨져 있는 노래들이 있었다


중학교 시절 무렵에는 김수철의 노래에 푹 빠져 있었다. 별이 빛나는 밤에를 통해 들려오는 김수철의 '별리'는 연애를 해 보지도 않았는데, 가슴이 저리는 이별의 감정이 느껴졌다.

노래 그만 듣고 자라는 부모님의 재촉에 이불속으로 피신하여 듣는 '정녕 그대를'은 먹먹하게 만들었다.

음악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순수한 감정을 불러일으켜준 곡들이다.


대학교 때는 들국화의 시절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내지르는 '그것만이 내 세상'과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는 마치 청소년기의 질풍노도를 대학생이 돼서야 발산하는 것 마냥 소리를 지르고 다녔다.

선술집에서 대 놓고 '행진'을 부르다 주인아주머니에게 시끄럽다고 듣던 핀잔 소리가 아직도 귀에 들리는 듯하다.


사회에 나와서는 서태지와 김종서의 노래가 나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신선하다 못해 파격적이기까지 한 '하여가'는 충격 그 자체였고, 우리나라 일렉 기타는 이렇게 연주해도 되는구나를 이야기해 주었고, 그 이후 이어지는 서태지의 히트곡들은 또 다른 차원의 세계로 인도했다.

락의 계보를 잇던 김종서의 '겨울비'는 수 백번을 부르고 또 불렀다. 김범수가 '보고 싶다'를 부를 때마다 다른 버전으로 불렀었다고 고백한 것처럼, 나도 노래방에서 계속 라이브 버전, 일반 MR 버전 등을 불러 재꼈다.


호주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시절에는

내가 들고 간 유일한 카세트테이프였던 오석준의 '내일 일기'앨범이 압권이었다.

정말 말 그대로 가지고 간 테이프를 늘어지도록 듣고 또 들었다.

가끔 버스 라디오에서 '웃어요' 라든가 '우리들의 시대'가 나오면 그날은 내내 입꼬리가 올라가서 내려올 줄 모른다.

특히, 이제훈 주연의 '도굴'에서 '우리들이 함께 있는 밤'이 나왔을 때는 나만의 보물을 발견한 양 흥분했던 기억이 난다.


내일일기1.jpg 오석준 2집 '내일일기'

요즘은 오히려 70년대 밴드 곡들을 듣고, 부르고, 널리 퍼뜨리고 있다.

'Smoke on the water'를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면서 흥얼거리고,

공원 길을 산책하며 'Soldier of Fortune'을 읊조린다.

'Bad Case of Loving you'는 한 옥타브 낮춰서 조용조용 부르면서도 손과 발은 책상을 살포시 두들리고 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요즘 20대 친구들도 밴드 연습할 때는 70년대 곡으로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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