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연습 92
기억이 난다...라고 제목을 쓰긴 했지만, 사실 나는 과거의 일들을 그렇게 잘 기억하는 사람이 아니다.
대학동창 녀석 중의 한 명은 30년 된 이야기를 마치 지난달에 있었던 일인 마냥 디테일하게 기억하고, 회상을 해서 놀랬던 적이 있지만,
나는 과거의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지나간 일이라면 기억하지 않으려고 웬만하면 잊으려고 노력한다.
그것은 이런 연유에서 기인한다.
2가지 사건이라고 하기엔 너무 큰 단어이고, 2가지 일이 있었다.
한 가지는 20대 때 나는 식사 후 체하는 일이 너무 잦았다. 뭘 조금 먹기만 해도 체하고, 조금만 과식했다고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여지없이 위에 남아 몸을 힘들게 만들었다.
손톱도 따 보고, 소화제도 먹고, 밥 먹고 나서 산책도 하고, 스트레칭도 하고 다양한 방법의 나름의 치료를 시도했었다. 하지만, 차도는 없었고, 식사양을 줄인다던지, 계속 산책을 한다던지 하면서 노력을 했었다.
해결책은 다른 곳에 있었다. 한의사 선배가 진맥을 하더니 치료랍시고 한 마디 했다. "네 마음 상태 즉, 생각을 바꿔야 해. 맘을 좀 편히 먹고, 너무 자잘한 것, 그리고 남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을 없애야 해.." 정확한 워딩은 가물가물 하지만, 그런 류의 조언을 처방전 빙자하여 이야기해 주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실천을 조금씩 했고, 여전히 상대가 힘든 놈이었으니 해 볼 수밖에..
그때부터 가급적 남의 이야기는 신경 쓰지 않고, 지나고 나면 웬만하면 다 잊으려고 노력했다. 어차피 사람은 망각의 동물. 지나간 것은 뭐든지 잊는다. 잊어야 살 수 있다. 우리가 주변 지인들이 세상 떠난 일을 계속 머리에 담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사업 실패와 이혼의 슬픔을 3년이 넘어 5년간 마음에 담고 있다면 그 인생은 얼마나 피폐해 질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망각만큼 큰 위로와 선물이 따로 없다고 생각한다.
그 후론 체하는 것도 덜하고, 편안한 생활을 했다. 물론, 식사 후 산책이 일상화되어서 꼭 산책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추운 날씨에도 꼭 가야 해? ' 하는 이야기를 뒤통수에 날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추우나 더우나 나는 신발끈을 고쳐 묶고 길을 나선다.
또 한 가지는 회사 생활이 힘들 때라서 안 좋은 일, 스트레스받는 일들이 많은 시기가 있었다. 상사에게 욕을 먹는다던지, 보고를 잘 못해서 비난을 받기도 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 순간과 이후 시간에는 참으로 힘들었다. 스스로 한다고 했는데, 스타일이 달라서, 생각지도 못한 면이 있어서,
그리고, 잘할 수 있는 방법을 미처 알지 못해서 못하는 것뿐일 수도 있는데..
욕을 먹고 나면 상처가 되어서 힘든 시기가 있었다.
단순히 욕먹은 것만 아니라, 혼자서 있게 되면 스스로 증폭을 하고, 자학을 하며 자꾸 나 자신을 어두운 곳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이었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잊고자 노력했다. 그렇지 않으면, 힘들어서 내가 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은 누가 뭐라 하면 아주 신경이 안 쓰이는 것은 아니지만, 양희은 님 이야기대로 가급적 "그러라 그래~" 하면서 그 상황을 벗어나려 애쓴다.
그래야 내가 살 수 있어서다.
'왜 이렇게 바보 같을까? ',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라는 자학이 도움이 되질 못하는 상황이라면, 백번 잊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물론, 후유증도 있다. 기억해야 할 일까지도 잊어버려서 고생한 적도 있다.
그래도 나는 죽을 때까지 되뇔 거다. "그러라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