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연습12

by 프라하

< 아지트 >

나의 아지트 안녕!


아지트를 검색해 보면 "불법 운동가나 범죄자의 은신처, 비밀 기지, 소굴" 이라고 나온다.

원래는 러시아어 "아기트푼크트'(agitpunkt)"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지금은 "나만 아는 비밀스러운 공간이나 취미 공간" 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우리가 쓰는 단어의 유래가 영어에서 유래하지 않은 단어가 꽤 있는데, 러시아어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이 웬지 섬뜩하기도 하다. 전쟁의 산물이 아닌가 싶어서다.


이렇게 어색한 단어까지 들먹이며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나만 아는( 물론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들은 다 아는 장소지만) 취미의 공간이 문을 닫는다는 공고를 보고 나서이다. 많은 아쉬움이 스쳐 지나갔다.


다른 이름이 있었지만, 내가 스스로 이름 지은 것이 '테라스 카페' . 멋진 테라스와 바깥 뷰를 갖고 있는 2층의 카페다. 언제인가는 내가 그런 아이디어를 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제안을 좀 하면 어떨까? 내가 마케팅 전문가가 되어서, 이 곳을 SNS을 포함해서 홍보를 맡아서 해보면 어떨까 ? 하고.

그만큼 나에게는 편안하고 괜찮은 장소 였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햇살 좋은 주말 오후에 고느넉이 앉아서 조정래의 대하소설과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고명환의 자기계발서를 읽으면서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상상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노트북 켜놓고 코딩한 답시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쪽쪽 빨며 더운 여름날 낑낑대던 모습도,

뭐라도 건질까 싶어서 남 눈치 안보며 블로그 열심히 작성하던 순간들도 지나갔다.


도서관 옆 카페라서 웬지 도서관까지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책은 읽고 싶은데,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하면서 음료도 편안히 마실만한 공간으로 딱 이었다.

갖고온 책 읽다가 다른 책 읽고 싶으면 바로 옆 도서관으로 한 달음에 달려가서 읽어보고.

천혜의 요새이며 나만의 맞춤 공간이었다.

너무도 아쉽다.


이곳에서 나는 창밖을 무념무상으로 바라보며, 주말의 한가함을 느꼈다.

초록초록한 나무들과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회복의 능력을 믿었었다.

조잡한 나의 생각들을 정리하며 추진력을 얻었고,

책장을 넘겨가며 지혜와 아이디어를 전달 받았다.


그런 순간들이 추억들이 이제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기억의 한 편으로 남겨져 지나가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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