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연습 20

by 프라하

< 철도 안전법 >

[철도안전법 시행규칙 85조 3항]

"3. 역시설(물류시설·환승시설·편의시설을 포함한다)에서 철도종사자의 허락 없이 기부를 부탁하거나 물품을 판매·배부하거나 연설·권유를 하는 행위" 를 금한다.


지하철1.png Gemini로 만든 지하철 내부 스케치


오늘은 오랫만에 지하철에서 진귀한 행위를 목격했다.

3호선을 타고 교대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장애인 한 분이(휠체어를 타고 있어서 장애인으로 추정) 휠체어를 타고, 껌을 팔고 있었다. 수동으로 움직이는 휠체어 앉아서 두꺼운 옷으로 아랫부분을 두른 평평한 다리 위에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네모난 케이스를 만들어 그 곳에 '자이리톨' 껌을 몇 개 담고서 팔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수염도 오랫동안 깍지 않은 얼굴로 수척해 보였고, 많이 힘들어 보였다. 나도 하도 오랫만에 지하철에서 물건파는 것을 보아 갑자기 등장한 휠체어와 멘트에 신기하게 넋놓고 쳐다 보았다.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그는 대략 이런 말을 하고 있었다.

"아이가 아파서 생활이 너무 힘듭니다. 조금만 껌을 사주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나는 다른 지하철 승객들의 표정을 살폈다.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서 대부분의 승객들은 관심조차 두지 않았지만, 몇 명의 친구들과 어디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초등학생 여러 명의 아이들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얘들은 생전 처음 보는 모습에 멍하니 '이 사람은 누구지?' 하는 얼굴로 사라질 때까지 쳐다보고 있었다. 어떤 한 아주머니가 껌 몇 개를 사주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다가 이내 얼마 후, 앞 칸으로 이동하는 모습으로 나는 다시 책 속에 파묻혔다.


이 글을 써야 겠다고 생각한 사건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바로 지하철 안내 방송이 나왔다.(정확한 멘트는 아니지만 이런 문장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 지하철 내에서는 물건을 파는 행위는 '철도 안전법 48조에 의거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지금 물건 판매하고 계시는 분은 승객들에게 많은 불편을 줄 수 있으니, 다음 역에서 바로 내리시기 바랍니다. "

그 안내 방송을 듣고 궁금해 졌다. '장애인' 인데, 철도 안전법때문에 물건 파는 행위가 금지되어 있다 라고?

검색을 해보니, 위에서 언급한 철도 안전법 시행 규칙에 그 내용이 나와있었다.


그런데, 궁금증이 생겼다. 장애인 분이 무슨 철도의 안전을 위협해서 금지 시킨다는 거지?

챗GPT에게 질문을 좀 더 해보니,

"지하철은 밀폐·혼잡 공간이라 판매·권유가 늘면 안전사고, 소음, 분쟁이 바로 생겼어요. 과거 무질서한 호객·종교·상행위가 반복되며 사고 위험이 커졌고요" 라고 답해줬다.

얼마나 많은 분쟁과 안전 사고가 있었으면..라는 생각에 다다랐을 때쯤엔 예전에 개그맨들이 담력을 기르기 위해서 버스나 지하철에서 물건 파는 행위를 했었다는 전설이 머리 한 켠을 스쳤다.


우연찮게 안내 방송이 나온 다음역이 환승역이었다. 역에서 내린 후 주변을 둘러보았다. 휠체어는 플랫폼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안 내린 것이다. 아마 다음 칸으로 넘어가 여전히 껌을 팔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내 방송이 나온 이상 조금 지나면 강제 퇴거를 당할 것이다.

'저 사람 아이가 아프다는데 좀 그냥 내버려 두면 안 되나. 굳이 안내방송까지 해서 내쫓아야 하나' 라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진한 안타까움을 안고서 계단을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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