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온다
30만년전 호모 사피엔스가 동굴에 들어가 살았을 그 겨울에도 눈이 왔을 것이다.
기원전 2천년경 고조선 세웠던 우리 조상들이 중국 지역의 이방인들과 싸우고 있을 때도 눈이 쏟아졌을 것이다.
서기 600년 즈음에 고구려 장수들이 수나라와 생사를 걸고 전투를 벌일 때도 눈보라가 휘날렸겠지.
일제 수탈의 시기에도 서러운 통한의 눈발이 사방으로 날렸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2026년에도 그때와 똑같은 눈이 내리고 있다.
오늘 우리 눈앞에 내리고 있는 눈은 새로운 것 같지만,
수십만년전부터 아니, 인류라 부르는 존재들이 나타나기 전부터
이 땅에 흩날리고 쌓여왔던 그 눈이다.
우리가 올해 첫눈이라고 이름 지으며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반가워 하고,
내린 눈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고를 걱정하는 한숨이 들리는 듯하며,
어스름 눈을 가늘게 뜨면서 어린 시절을 추억하기도 하지만,
꾸준히 내리는 그 눈은 변함이 없다.
그 눈을 다르게 바라보고, 다른 생각을 하는 생명들이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