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의 결혼식
"미향이 결혼한다."
고등학교 선배이면서 직장 동료였다 먼저 명예퇴직한 선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큰 딸아이의 결혼식 날짜가 잡.혔.다.고.
내년 1월로 예정되어 있다고 하면서, 애들이 그 날짜로 결혼식장을 예약했다고 한다.
아직 상견례 전이긴 하지만 날짜가 잡혔단다.
피동형으로 쓴 건 말 그대로 부모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가 아니라,
당사자들이 선택한 날짜로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란다.
예전과 결혼 문화가 많이 달라졌다.
나는 결혼식의 host는 누가 뭐래도 부모라고 듣고 자란 세대이다. 당연하게도 비용과 행사의 진행면에서 부모들이 주체가 되어야 원활히 진행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시간의 흐름과 세대의 교체는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내가 살아온 방식과 다른 방식의 사회의 행동 양식은 언제나 약간의 반감과 혼동을 몰고온다.
그러나 어쩌랴? 이야기할 수록 꼰대력만 상승하게 되니.
상철이형의 이야기는 이어진다.
"요즘은 애들이 결혼식장에 맞춰서 날짜를 잡고, 부모에게 통보하는 식으로 진행된다고 하네.
아직 상견례도 하기 전인데, 그래도 뭐 애들이 서로 좋다고 하고, 사돈댁도 괜찮아 보이고 좋지 뭐. 허허허"
큰 딸의 결혼식이라는 큰 경사에 흐뭇해 하면서도 약간 씁쓸한 느낌을 주는 헛웃음이었다.
작년 말 뉴질랜드 이민 갔다가 아들 결혼식에 잠시 귀국했던 다른 선배가 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 뉴질랜드는 결혼식 세레모니 자체를 잘 안해. 결혼 비용이 꽤 드니 현실적으로 비용 아끼는 문화가 젊은이들 사이에 일반화되어 있어서 말이야. 동거가 일반화되어 있어"
우리 결혼문화도 글로벌화 되는 건가?
"상철이형 축하드려요. 이제 할아버지 될 날 얼마 안 남았네요.하하"
웃는 얼굴의 축하를 뒤로 한 채 차를 몰고 집으로 오면서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야하나를 생각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