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연습 42

떨어진 봉투

by 프라하

친구들과 한 잔하고 돌아오는 지하철 안은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발 디딜틈 없이 북적였다.


11시가 넘었는데도, 여자들과 머리가 히끗 히끗한 몇 명이 앉아 있는 경로석을 포함해서

서 있기도 힘들었다.

충무로역에서 내려 4호선으로 갈아타려 계단을 올라섰다.

터벅 터벅 힘겨운 발걸음을 옮기다 발견한 등받침 없는 벤치 의자는 달콤한 휴식을 누리기에 충분했다.

조용히 꼽은 이어폰으로 AI의 미래에 대해 경고였다. 다음 전철이 전역을 출발한다는 간판의 메세지를 보면서 듣고 있었다.


그때였다.

약간은 어지러운 듯 갈지 자로 살살 걸어오는 20대 청년이 보였다. 엉덩이에 종이 봉투가 붙어 있는게 보였고, 귀에 꼽혀있는 길다란 이어폰은 자신만의 세상으로 인도하고 있었다. 아마도 점퍼 안 주머니에 넣는다고 했는데, 빗나가서 점퍼 안을 돌아다니다가 이제 그 기운을 다해서 밖으로 얼굴을 삐죽이 내밀고 있었으리라.


그러다가 어느 순간 봉투가 툭 하고 떨어졌다. 봉투는 두툼해 보였다. 안에 서류인가 돈인가? 무언가가 들어있는 것처럼 보였다. 당연히 떨어졌다고 줏으라고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순간 이 친구는 계속 앞으로 걸어가더니 금방 저 앞으로 사라져버렸다. 귀에 꼽혀진 채 아무 것도 듣지 못하고 제 갈길만 가는 거였다.


"이 봐여 ~"

"이 봐여~"

듣는 둥 마는 둥 앞으로 사라져 버린 그 친구는 열차에 탑승하고 인파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돈이라면 어쩔려고 그런거야. 귓구멍이라도 열고 다녀야 부르는 소리를 듣거나 일을 안 당하지..에이구 쯧쯧'

이 친구 뿐이랴?

작년 여름에 이어폰 끼고 가다가 인도에서 자전거랑 충돌한 어떤 대학생도 그렇고,

지하철만 타면 무슨 커다란 주술의 목거리 마냥 '이제 나는 나만의 세계로 간당..말 시키지 말아뿌러..' 라고 이야기 하듯이 헤드셋 커다란 굴레를 목에 거는 청춘들


결국은 게임이나 하고 음악 듣는 정도인데, 그렇게까지 세상과 담을 쌓아야 하나?

밖으로 나가 걷다보면 수 많은 상황과 맞닥뜨릴텐데, 귀막고 코막고 입막고 뭘 어쩌려고 그러는 거지?

라는 생각을 뒤로 한채 지하철을 타고 나도 인파속으로 사라졌다.

작가의 이전글글쓰기 연습 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