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연습 65

'왕과사는 남자'를 보고 - 삶과 죽음의 희비에 대해

by 프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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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꼭 봐야해.."

영화를 10년에 한 번 정도 보는 선배가 뜬금없이 영화 추천을 했다. 설 명절을 지내면서 보았는데, 요즘에 나온 영화 치고는 감동적이고, 여운이 많이 남았다는 촉촉한 감상편과 함께였다.


그런데, 처음 감독 이름을 들었을 때 '사극이 넘치다 못해 이제 코미디 사극을 만든건가? ' 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장항준 감독.

검색을 해보니, 이 영화 이전 필모그래피에는 6편의 상업 영화가 기록되어있다. 하지만, 나의 기억속에는 김승우 주연의 '라이터를 켜라'(2002) 라는 코믹 액션(?) 영화가 너무 강렬해서 코미디 영화 감독으로 인지되어 웃긴 스토리가 가미된 사극으로 생각했다.

그런 내 생각은 여지 없이 빗나가고 말았다.


조선시대 죄인의 귀향은 공인의 마지막 삶이면서, 사적인 삶의 시작이었다.

단종은 귀향길에 접어들면서 마지막을 감지했다. 수 많은 충신들과 그 식솔들의 목숨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면서 자신의 앞길도 어떠하리라는 것을 짐작하고 자괴감과 나 때문이라는 책임감으로 귀향처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청령포에 도달해서 그의 마지막을 정리하고자 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끝이라고 생각했던 곳에서는 마을 주민들의 삶이 이어지고 있었다. 배고픔에 지친 민초들의 삶 앞에서 자괴감과 부담감은 한낮 장식품이었다.

마치 올림픽 행사를 유치하고자 하는 태릉 선수 촌장과 같은 마을 촌장으로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낙향한 양반을 유인하려고 하는 것처럼. 그들은 배고픔에 잘 살고 싶은 욕심에 간절했다.


내가 제일 인상깊게 본 장면은 마을 사람들과 긴밀히 교감하고, 웃음을 전파하는 단종의 모습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헤매던 영혼은 아이들의 웃음과 어른들의 해학,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살리려는 촌장의 따뜻한 마음과 어울려 단종으로 하여금 희망을 갖게 했다.

그 당시 조선 백성들은 양반들의 억압적 관치에 가난하고 힘든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웃음과 해학으로 긍정적으로 삶을 헤쳐 나가고 있었다.


인간은 죽기 전까지 어떠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희망을 유지하고, 웃으며 살수 있는 동물이다.

그 어떤 자리에 가더라도 즐겁게 살 수 있다. 정약용/정약전을 보라. 그 험난한 유배지에서 후대에 길이 남을 책을 쓰고 주민들과 교감을 하고, 많은 업적을 이루었다. 결국 상황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상황을 인식하고 만들어가냐의 문제인 것이다. 사약 먹어 죽기 전까지 인간은 흥겹게 살 수 있는 동물이다.


감독이 배우들의 입을 통해 건네고 싶었던 말은 "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라. 그것이 비록 죽음의 절벽 앞 일지라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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