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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범 Jan 05. 2023

나는 매년 친구들을 만나러 비행기를 탑니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집착과 다가올 행복에 대하여

나는 종종 과분하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보면, 그 시간 속에 영원히 갇혀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여행지에서 머리를 쓸어내리는 햇살, 볼을 쓰다듬는 바람, 속삭이는 그곳의 소리. 나에게 여행이란 사진과도 같아서, 그때 느꼈던 감정을 계속해서 되새기고 또 되돌아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과 장소'는 내가 다시는 느낄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하다. 얼추 비슷하게 흉내 낼지언정, 그 감정은 영원히 다시 담아낼 수 없다.


'22년의 추운 어느 날, 6년 전 세계여행을 떠났을 때처럼 무작정 계획도 없이 비행기표를 끊었다. 태국으로 가는 비행기. 그곳에 가면 그때의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태국에서 친구들을 다시 만났다.


17년도 세계여행을 다닐 당시 만났던 친구들은, 내가 그곳을 다시 찾은 횟수만큼이나 그 수가 늘어 이제는 친구들을 모아 파티를 열 수도 있게 되었다.


그들을 만날 때면, 나는 세계여행을 할 때로 돌아가곤 한다.  함께 타던 오토바이가 자동차로 바뀌고, 내가 알던 식당들은 코로나를 견디지 못해 문을 닫고, 우리는 매일 파티를 즐기기엔 어느덧 훌쩍 자라 버렸지만, 내게 그들을 만나는 시간만큼은 그때 당시의 감정들을 상기시켜 준다.


그렇게 나는 세계여행을 떠났던 이후, 매년 그곳에서 그들을 찾는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 계속 울었다.

얼마나 훌쩍거렸는지, 승무원분께서 괜찮냐고 물어봐주실 정도였다.


내가 바라는 시간 속에 갇히지 못하는 처지가 너무 슬퍼서.  그곳에 남을 나의 친구들과 감정을 내려놓지 못함에 눈물이 났다. 행복했던 만큼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에 눈물이 났다.


예전의 나처럼 어디든지 가고 싶은 곳을 향해 떠나고, 계획이 없이 하루하루를 바다에 부서지는 파도만을 바라보며 살기에는 너무나 많은 것이 바뀌었다.


어쩌면, 나는 흐르는 시간 속에 갇혀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행기에서 내리고 친구들의 문자를 확인하며, 나는 비로소 갇혀있던 시간에서 깨어났다. 내년을 기약하는 그들의 문자 속에서, 우리는 이미 다시 만나 여느 때처럼 파티를 즐기고 햇살 아래 드러누워 사라지는 연기를 함께 바라보고 있었다.


여행의 감정은 그때만이 오롯이 느낄 수 있기에 특별한지도 모르겠다. 지나간 행복을 그리워하며 붙잡혀있기에는 우리에겐 아직 너무나 많은 새로운 기쁨, 행복의 감정들이 남아있다.


함께 할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나는 이 친구들을 사랑한다.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그들의 문자를 다시 읽어본다.


"다시 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어. 내년에 봐! ALWAYS WELC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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