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Catcher.
요새는 신용 카드 디자인이 굉장히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나온 현대카드 Z의 경우 현대 미술 작품을 보는 것 같은 생각도 들더군요. 근래 현대카드에서 내놓은 카드는 총 6종(무신사·Z·쏘카·MX부스트·배민·스타벅스 등)인데 디자인은 47가지나 된다고 하더군요. 같은 카드라 하더라도 디자인은 선택해서 이용할 수 있는 거죠.
예전엔 카드가 '품위'의 상징이었기 때문에 어두운 단색 계열이 주를 이뤘습니다. 저의 경우 부의 상징 같은 아멕스 카드(아직도 거의 같은 디자인을 유지하는)를 갖고 싶어 했던 생각이 나고, 아무나 안 만들어 준다는 ‘씨티카드’를 발급받고 싶어 했던 기억이 있는데.. 격세지감입니다.
여튼 기존 카드들은 디자인에 신경을 쓴다고 해도 달력이나 '전화카드' 수준의 디자인을 크게 벗어나진 못했죠. 아무래도 카드를 발급하는 주체가 금융계이다 보니 보수적인 느낌을 버리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런 보수성은 금융사들 광고만 봐도 알 수 있죠. '대한늬우스'하던 시절의 공익 광고 같은 느낌이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하지만, 카카오 뱅크가 등장하면서 이런 판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저도 카카오 프렌즈 체크카드를 만들려고 몇 주씩 기다렸던 기억이 있는데요. 기존 은행들이 이러한 열풍을 분석하려고 도대체 이 카드를 왜 만들려고 하느냐고 물었다가, ‘그냥 예쁘잖아요..’ 하는 대답에 난감해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죠.. 위의 현대카드와 비교하니 카카오 카드는 오히려 점잖은 느낌까지 드네요,ㅎㅎ.
생각해보면, 지금 은행권뿐 아니라 직장에서 중책을 맡고 있는 분들도 X세대인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입으면 기분이 조크든요..'라는 어록을 남긴 것이 바로 그들인 것을 생각해보면, 저런 카드에 기분이 좋아지는 MZ 세대를 이해 못할 것도 없을 듯합니다.
언젠가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놀랐던 것이, 현대, 기아차가 엄청 많다는 것과, 차들이 거의 무채색이라는 것이었다고 하는데요. 이제는 무난함이 아니라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스페셜 에디션이나 리미티드 에디션, 콜라보 등을 통해 다양성을 충족시켜주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