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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프로 Jun 07. 2022

왜 저 사람이 나보다 '성과급'을 더 받지?

MZ 세대에 '공정'은 정말 중요해졌을까?  

지난해 몇몇 기업에서 성과급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알려달라는 주장이 확산되며 이슈가 됐었죠.  


SK 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이 이슈에 결국 회장이 내 연봉 30억을 반납하겠다는 선언을 했지만, '그거 나눠 봐야 직원 1인당 10만 원 밖에 안 된다'며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이 이슈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으로 번져 나갔습니다.



조금 다른 상황이지만, 네이버에서도 문제가 터졌죠.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해 직원이 자살하는 일이 발생하자. 관련 임원이 물러 나고, 결국 경영진이 세대교체되는 일로 이어졌는데요. 처음엔 다소 미온적으로 대처하던 사측에 직원들이 강력 반발하고 주가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사측이 물러서게 됩니다.


이런 주장들은 주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불거지며, 요즘 MZ 세대는 '공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기사들이 언론을 통해 계속 흘러 나왔습니다. 특히 대선 시즌과 연결되며 대선의 최대 이슈도 '공정'이 될 것이라는 말이 등장했죠.

마침 인기를 끌고 있는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과 연계해서 한동안 공정이 뜨거웠습니다. (사실 공정하다는 착각은 '능력주의 Merit'에 대한 비판이 핵심 내용이니 성과급과 연계되긴 좀 아이러니합니다.)

 



과연 더 중요해진 게 '공정'일까?


몇 년 전, 제가 다니던 광고 회사에서 MZ 세대에 대해 자체적으로 리서치를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항목들이 있었지만 대략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었죠.  


요즘 세대들은 '공정'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오뚜기' 같은 회사를 '갓뚜기'라며 '돈쭐'을 내주려 하고,  
문제가 있는 기업들은 불매 운동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당시 리서치를 진행한 팀의 주 광고주가 SNS 상에 여러 이유로 조롱을 받던 상황이라, 저희에게도 이런 결과는 좀 더 심각하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예전보다 지금은 '공정'을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됐을까요? 이런 내용들로 쓰인 기사들엔 '그러려니 하고 참았던 X세대에 비해...' 같은 내용도 나오는데, 예전엔 공정에 무감각했을까요?



위의 기사에도 보이듯 지금 세대가 예전보다 공정을 더 중요하게 여기진 않는 듯합니다. 달라진 건, '직장'에 대한 개념과 '표현 방식'입니다.

평생직장이 당연시되던 예전에 비해,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내가 언제까지 다닐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내가 이 회사를 다니는 이유가 임원까지 하려는 것도 아닌 바에야, 꾹꾹 참아가며 지금 당장 성과급이 덜 나오는 걸 참을 이유는 없는 거죠.


더구나 내 주장을 표현할 수 있는 창구도 다양해졌습니다. 작은 권리라도 주장하려면 모든 것을 걸어도 기사 한 줄 나가기 어렵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SNS, 블라인드 등 다양한 수단이 등장했죠. SK하이닉스의 경우엔 전(全) 직원 메일이었구요.


어쨌든 결과적으로 공정이  중요해진  사실 아니냐?라고 되물을  있지만, 원인과 결과를 혼동해서 이런 것들이 트렌드라고 착각하 여러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우리가 트렌드를 보는 이유는 그것을 바탕으로 뭔가 기획을 하기 위함이니까요.




나와 '코드'가 맞는가?


다시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회사 건, 브랜드 건.. 그에 대한 나의 태도를 결정짓는 건, 코드가 맞느냐의 문제입니다. 친구인가, 적인가죠. (물론 이는 경우에 따라 바뀌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에 따라 '평가'를 내려줘야 합니다. 그것이 '구독'이건, '별점'이건 '돈쭐'이건.. 우린 디지털 세상에 살면서 항상 평가에 익숙합니다. 내가 보기에 좋으면 '칭찬'을 해주고, 문제가 있으면 '응징'을 하죠.


좋은 예로 '디즈니'가 있습니다. 최근 디즈니는 여러 이유로 이슈의 중심에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설강화'와 영화 '이터널스'에서의 '원폭' 관련된 장면이 있었지만.. 미국에서는 몇 년 전 '뮬란' 이슈와 함께 최근 '성적 정체성' 이슈까지 불거지고 있죠. 혹시 궁금하신 분은 아래 기사를 보세요.


 

위 기사의 핵심은, 직원들은 '게이 금지법'에 대한 회사의 명확한 입장을 요구했고, 이에 굴복(?)해서 CEO가 회사의 입장을 밝히자 정치적 문제로 확산됐다는 겁니다. 덕분에 디즈니랜드는 기존에 누려오던 세제혜택을 못 받을 상황에 처했고, 이용료도 올라갈 것 같다는 건데요. (피해는 어린이에게?)   


디즈니 수십 년간 좋은 기업, 착한 기업이고 싶어 했습니다. 최근 나온 마블 영화들을 보면 착한 기업에 대한 강박 관념에 사로잡힌 듯한 느낌도 없지 않았죠. (이와 관련해선 저도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마블의 다양성 어떻게 봐야 할까?)


브랜드 스토리에 적극적으로 사회 행동 주의 시각을 엮어 넣지 않고 사회적, 정치적 문제들에 중립을 고수하기로 한 기업들은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잃으며 자신의 결정이 부정적인 효과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브랜드 스토리텔링 바이블 | 미리 로드리게스


디즈니는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어 했습니다. '옳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적절히 수용하는 수준에서 피해 가려 했죠. 하지만 이런 디즈니도 '명확한 입장을 밝혀라!' 그리고 '나와 맞지 않으면 응징하겠다'는 흐름에서 벗어나질 못한 셈입니다.


최근 명품 플랫폼 '발란'은 '꼼수 할인'을 했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의 반발을 사서 투자까지 무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에 비해 '곰표'나 '빙그레' '시몬스' 같은 기업들은 '재미있다'는 이유로 고객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기도 했죠. '소비자 코드'를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기업의 명운이 갈릴 수도 있는 시대입니다.




혹시 여기까지 글을 읽으신 분들은, 제목과 내용이 너무 다른데? 어그로 아닌가? 싶으실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원래 생각했던 제목은 '우린 미디어에 속고 있다'라거나 '공정은 정말 중요해졌을까?' 같은 것이었는데요.


사실 '브런치'에서 가장 잘 먹히는 제목과 내용은 직장 생활과 관련된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그런 '코드'를 이용한 제목을 정해 봤습니다. 언론들이 흔히 하는 수법으로 말이죠.


언론, 또는 유튜버는 그게 분노가 됐든, 지지가 됐든 관심으로 먹고 사니깐 상관없겠지만, 정치적으로 또는 업무적으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입장에선 항상 낚시질에 조심해야 합니다. 그런 의도로 제목도 정한 것이니 '응징'은 하지 말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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