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브랜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가기 전에... 마케팅과 브랜딩은 뭐가 다르지? 하는 부분에 대해 먼저 짚고 넘어갈까 합니다.
제가 광고대행사에 다니다 보니 다양한 광고주의 마케팅 부서와 일을 하게 됐는데요. 광고주 쪽 조직 개편을 하면 그때그때의 필요(또는 유행)에 따라 브랜드 매니저가 됐다가, 디지털 마케터가 됐다가, 마케팅영업팀이 되는 등 부서명이나 직무도 오락가락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마다 명함도 새로 받았구요)
그렇게 보면 그냥 마케팅이든, 브랜딩이든.. 그냥 이름일 뿐이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단순하게 단어 상으로는 브랜딩은 'Brand + -ing'이고, 마케팅은 'Market + -ing'입니다. 전자는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과정이고, 후자는 시장에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활동이죠. 호감을 갖게 하는 것과 판매로 볼 수 있겠네요.
좀 복잡하게 보면 브랜딩은 '회사'를 규정하는 것이고, 마케팅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마케팅이 브랜딩을 포함하는 더 큰 개념으로 보기도 하고, 누군가는 브랜딩을 마케팅의 상위 개념으로 생각하기도 하죠.
이렇게 구분하는 말이 많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헷갈려하거나 그냥 그게 그거 아냐하는 분들도 많다는 의미도 됩니다.
전통적인 마케팅에서 브랜드와 마케팅을 구분하기 어려웠던, 또 혼재되어 사용됐던 이유는... 브랜딩을 하면 판매가 증가하고, 마케팅을 하다 보면 브랜딩도 자연스럽게 됐기 때문입니다. 일부, 아니 상당 부분 겹치는 영역이 있었던 거죠.
기존엔 크게 구별하기 어려웠고 구별할 이유도 뚜렷하게 없었다는 뜻입니다. 디지털이 광고와 마케팅의 중심 채널이 되기 전 까진요.
우리는 마트에서 PB 상품을 삽니다. 또 카카오 메이커스에서 추천하는 소형가전이나 패션 아이템들을 사기도 하구요. 스타벅스나 곰표, 시몬스 등의 팝업에서 여러 굿즈를 살 때도 있죠. 여기서 우리는 어떤 '브랜드'를 보고 '제품'을 산 것일까요? 정작 그 제품들을 만든 회사들은 어떤 곳일까요?
물론 기존에도 'OEM'은 있었습니다. 나이키의 신발은 동남아시아의 어린아이들을 착취해서 만든다는 비판이 있었고, 애플 제품은 팍스콘이라는 회사가 주로 만들죠. 한때 해외에서 선물로 사 온 인형, 장난감, 의류, 신발 등의 경우 Made in Korea라고 되어 있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애플이나 나이키의 사례는 업무의 아웃소싱에 해당합니다. 그들이 직접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고 해서 콘텐츠 회사나 유통 회사로 생각하진 않죠. 하지만 지금은 밀가루 브랜드가 새겨진 옷이나 화장품을 사고, 플랫폼 회사들의 굿즈를 사며, 유통 업체 또는 미디어 업체가 제품을 파는 상황이 됐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요? 또 소비자들은 뭘 믿고 이런 제품들을 살까요?
행동경제학자인 이타마르 시몬슨은 과거와 달리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구매 전 타인이 공유한 경험 정보를 통해 제품의 절대가치를 알 수 있게 되어, 선택이 실패할 위험이 줄어들고 브랜드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졌다고 주장합니다.
마케팅 브레인 | 김지헌
다른 사람들의 후기나 SNS 상의 추천 콘텐츠를 통해 간접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오직 브랜드만 보고 사던 시절과 결별한 것이죠. 다른 이들의 경험 공유를 통해 적어도 폭망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습니다.
반대로, 한번 써보고 좋은 제품이라도 그걸 기억해뒀다가 다음에도 재구매해야겠다는 생각(상기, 또는 메모리의 단계)도 잘하지 않죠. 그때가 되면 내 마음이, 또 트렌드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까요.
그렇다면 작은 브랜드와 스타트업들에게는 큰 기회지 않을까요? 물론 브랜드가 없어도 어느 정도의 판매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은 환경이지만, 끊임없이 구매 동기(가격?)를 만들어 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피로감(내지는 공포심)도 감당해야 합니다.
여기서 '브랜드'와 '마케팅'이 뭐가 다른데?라는 질문에 대한 답의 실마리가 좀 더 명확해집니다. 물론 아래는 좀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니 오해는 마시기를...
소비자는 다양한 이유로 어떤 제품을 구매했지만 그 브랜드가 뭔지 기억하지도, 궁금해하지도 않을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제품 자체가 브랜드가 될 경우엔 다른 문제지만, 바로 미투 제품이 나올 경우나 특정 브랜드, 플랫폼에 기댄 경우는 지속적인 판매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시몬스나 곰표의 굿즈를 샀다고 해서 그 고객들이 나중에라도 곰표 밀가루나 시몬스의 침대를 살 지 여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고가의 제품들 같은 경우는 더하죠. 내가 특정 브랜드에 호감을 갖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구매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사실 몇 년간의 흐름이 그렇습니다. 매출을 끌어올릴 장치(퍼포먼스 마케팅 등)가 많아지다 보니, 그리고 경쟁사들도 다 그런 마케팅을 하다 보니 그거 신경 쓰기도 바쁜데 브랜딩을? 싶은 거죠.
사장님 입장도 이해가 갑니다. 특히나 브랜딩은 ROI를 산출하기가 여전히 모호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제 브랜딩은 마케팅을 열심히 한다고 자연스레 따라오는 그런 게 아니게 됐죠.
마케팅이 추상적인 개념이었을 때, 광고비의 절반이 낭비된다는 걸 알면서도 쓸 수밖에 없었을 때... 그때의 브랜딩은 최종적인 목표였습니다. 인지와 기억이 곧 매출로 연결이 될 것이라, 또 경쟁사와 구분 짓는 진입 장벽이 될 것이라는 낭만 같은 게 있었죠. 그래서 브랜딩을 위한 멋진 광고들도 등장했고, 마케터나 광고쟁이나 모두 그런 광고나 브랜드를 갖고 싶은 꿈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마케팅 활동 하나하나가 어떻게 수익화되는지 지표로 확인되는 지금, 한가롭게 브랜딩 얘기를 하고 있긴 어렵죠. 더구나 최근의 마케팅(인터넷 최저가, 오늘이 마지막 기회 운운)은 사실 '브랜딩'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역행하는 활동들이 아닐까 싶은 경우도 꽤 많습니다.
지금 우리 회사의 브랜딩은 어떻게 되고 있을까요? 브랜딩은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되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시라면, 그 안정화를 만들어주는 게 바로 브랜딩이라고 바꿔서 생각해 보시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AI를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하고 싶은 챌린저들을 모집 중입니다. GPTs 만들기를 포함해 AI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내용으로 진행하려 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