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Mobile World Congress) 2024에서 T-Mobile이 앱 없는(App Free) AI의 컨셉을 공개했습니다. 삼성 갤럭시 역시 AI가 내장된 온디바이스 폰을 내놓았지만, '앱 없는'이라는 개념은 마케터들에게 또 다른 고민을 안겨 줍니다.
이 뉴스를 보고 앱 없는 세상이 과연 올까라는 질문을 넘어 앞으로도 (전통적인) 미디어라는 개념이 유효할까라는 의문이 들더군요. 먼저 아래 영상을 한번 보시죠. (원문 링크)
영상에서는 AI와 대화를 통해 여행 예약이나 쇼핑을 하고, SNS에 올릴 이미지를 만듭니다. T-Mobile의 선언처럼 App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단지 서비스 공급자(Service Provider)로서만 존재하겠죠. 다른 플랫폼 역시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마케터는 어디에서 광고를 하고, 어디에 상품을 노출시켜야 하죠? 설마 광고 시장 자체를 완전히 사라지게 하겠다는 음모는 아닐 테고, 거대 빅테크들의 전쟁에서 등 터진 새우가 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이런 시도에서 무엇을 읽어야 할까요?
스타워즈의 오프닝 자막(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을 빌려 이야기하자면, 마케팅은 곧 미디어와 같은 개념으로 여겨지던 때가 있습니다. (멀지도 않고 오래되지도 않은 과거지만..)
마케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여러 정의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우리가 제품이나 브랜드를 알리려면 반드시 거쳐야 할 숙제가 있습니다. 바로 미디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입니다.
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노래처럼 미디어의 변화는 의례 사회의 변화를 함께 수반하죠. 그래도 유사 이래 미디어는 One-Way였습니다. 어떤 메시지를 실어 보낼까가 마케팅 전략의 핵심이었죠. 하지만 디지털의 등장으로 처음 쌍방향(Interactive)으로 바뀌면서 마케팅은 대혼란을 겪습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에 따라 미디어가 아닌 플랫폼이 주도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아니 지금은 플랫폼이 곧 미디어입니다.
디지털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할 때쯤 플랫폼의 변덕에 마케터, 아니 한 기업의 운명이 바뀝니다. 일례로, 페이스북의 노출 알고리즘 변화에 따라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성장하던 회사들이 대부분 정리가 된 적이 있고, 탈 페이스북에 성공한 기업들만 살아남았습니다. 일찍 자리 잡은 회사만 살아남았다고 하는 편이 정확하겠네요.
또, 네이버 검색 알고리즘이 바뀔 때마다 블로거, 쇼핑몰 운영자들은 촉각을 곤두 세웁니다. 최근에는 AI로 작성한 문서는 검색 노출이 안 되는 걸까라는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네이버가 이에 대한 대답을 내놓기도 했죠.
앞으로 AI로 작성한 글이 넘쳐날 수 있다는 우려에도 이런 답변을 공식으로 내놓은 데는 나름의 딜레마가 있습니다. 네이버 역시 Clova-X나 이를 기반으로 한 글쓰기 AI(Clova for Writing)를 테스트하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AI로 작성한 문서가 검색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하면 자사 AI 전략에 치명타가 되니까요. 당장은 Clova 보다 챗GPT로 만든 문서가 많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네이버는 선택의 여지가 없죠.
어찌 됐건,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까지, 전통적인 미디어에서 플랫폼의 시대까지 아우르는 질문은 어떻게 노출할 것인가?라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기에 겪었던 혼란은 아무것도 아니란 듯이 이제 궁극의 질문이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미디어는 무엇인가? 미디어는 계속 존재할 것인가?라는..
위 영상 속에 등장하는 여행 예약 장면에서 AI가 추천한 항공편은 어떤 기준이었을까요? 몇 개의 옵션을 제시한다고 하면 이른바 상위 노출(?)의 알고리즘은 또 무엇인가요? 그 결정은 AI가 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구글이나 아마존의 검색 결과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일까요?
마케터들은 기본적으로 고객여정(Consumer Decision)이라는 것을 상정하고 마케팅 전략을 수립합니다. 아날로그 시절에는 AIDMA 같은 거였고, 검색의 시대가 되니 AISAS가 되고, 모바일 시대에는 AARRR 같은 것이 유행했죠. 하지만 AI 시대 고객 여정에서 이런 고객 여정을 상상하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고객 여정 보다 AI 의 여정이 더 맞을 수도)
2년 전쯤 이제 메타 플랫폼의 시대가 될 것인가라는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메타버스의 세계 안에서 각종 서비스를 이용한다면(영상 참조) 과연 플랫폼들이 지금의 형태로 남아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이었죠.
위 글에서 제기했던 고민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다만 기존의 플랫폼(또는 디지털 미디어) 메커니즘을 붕괴시키는 것이 메타버스가 아닌, AI로 대체됐을 뿐입니다. 위 글의 하단에는 '플랫폼 시대 5년 안에 저문다'라는 전망이 실려 있는데, 저분의 예언이 맞다면 이미 2년이 지났으니 이제 3년 남았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나요? 현 시점에서 정답은 저도(누구도) 알 수 없지만 AI가 초래할 변화가 단순히 우리 업무를 약간 보조한다던가, 그림 좀 그려 준다던가 하는 도구의 수준은 훨씬 뛰어넘을 것이라는 어렴풋한 예측을 할 수는 있겠죠.. AI를 미디어나 플랫폼의 대체제로 본다면요.
하지만 우리가 미래의 AI까지는 내다보지 못하더라도 현재의 AI까지는 따라잡아야 하지 않을까요? 관심 있는 분들이 있다면 함께 모여 공부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생성이라는 무엇인가,, 생성의 시대에 인간의 생각은 어떻게 차별화 되어야 하는가 같은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는 자리도 있으면 좋겠죠. 미래를 준비한다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