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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프로 Sep 02. 2023

우리 업의 본질(本質)은 무엇인가요?

여러분은 '본질(本質)'이라는 단어를 종종 사용하시나요? 이 단어는 보통 어떻게 쓰일까요? 그리고 우리는 본질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나요?


우선 이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겠습니다. 국어사전에는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네요.


1. 본디부터 가지고 있는 사물 자체의 성질이나 모습 생명의 본질.            
2. 사물이나 현상을 성립시키는 근본적인 성질.      
3  실존(實存)에 상대되는 말로, 어떤 존재에 관해 ‘그 무엇’이라고 정의될 수 있는 성질.


본질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 정수와 메커니즘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입니다. 어설프게 아는 것, 즉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과는 다르죠. 다만 각자 그 본질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느냐에 따라 각각 업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특정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이나, 대학에서 어떤 전공을 가진 사람에게 본인의 업이나 학문에 대해 질문을 했다고 치죠.


마케터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요?
물리학의 무엇을 위한 학문이죠?  


여러분은 지금 나의 업에 대해, 나의 전공에 대해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대답하시겠어요?




'본질'이 곧 우리 회사와 브랜드의 가치가 된다.


자신이 평생 해온 경기에 대해 우리는 놀랄 만큼 무지하다. 


야구선수 미키 맨틀이 했던 말입니다. 머니볼이라는 영화가 시작하며 인용하는 문구이기도 하죠. 우리는 우리가 하고 있는 '업'과 우리 브랜드에 대해 생각보다 잘 모릅니다. 특히 그 본질에 대해서는요. 그럼 그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얼마 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에드워드 호퍼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가보신 분들이라면 이미 아시겠지만 1층에선 꽤 긴 다큐멘터리를 상영하고 있어요. 여기서 호퍼가 괴테의 말을 인용하는 장면이 나오더군요.


모든 예술 활동의 끝은 내 안의 세계를 통해
내 주위에 세계를 다시 만들어 내는 일이다


괴테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호퍼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입니다. 어떻게 보면 전혀 다른 업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괴테가 이야기한 '예술의 본질'에 호퍼는 영향을 받았음을 이야기합니다. 호퍼는 괴테의 철학을 받아들여 자신만의 세계관을 만들어 낸 거예요. 


호퍼는 '나'라는 필터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 필터를 통해 주변의 세계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표현할 것인가를 고민했을 겁니다.  


보통의 순간들을 담고 있지만 보는 순간 호퍼스러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Google Arts & Culture)


본질의 이해에 대한 다른 예를 보죠. 얼마 전 '카피캣은 어떻게 성공하는가'라는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전혀 다른 업에서도 본질은 통합니다.


레이 크록은 사실 내 은인이기도 하다. (중략) 더불어 레이 크록이 주장한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패스트푸드의 개념에 자극받아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 입을 수 있는’ 의류 체인을 만들자는 구상을 했다

사업을 한다는 것, 레이 크록


이 글은 유니클로의 야나이 타다시 회장이 쓴 내용이죠.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이라는 '패스트푸드'라는 업의 본질을 캐주얼 업계에 이식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호퍼가 그랬듯 야타이 타타시는 레이 크록이 가진 업의 본질을 이식시킨 겁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회사가 '패스트 리테일링'이며 유니클로라는 브랜드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 입을 수 있는' 의류, 즉 라이프웨어가 된 거죠. 같은 책을 읽어도, 같은 현상을 보거나, 같은 회사를 벤치마킹 헤도 전혀 다른 인사이트를 얻게 되는 이유는 본질을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테슬라, 아마존, 그리고 파타고니아.


테슬라의 업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테슬라의 미래는 또 무엇일까요?


아마도 대부분 테슬라는 '전기차' 회사라고 규정할 겁니다. 하지만 최근 테슬라의 전기차 점유율은 점차 줄어들고 있죠. 향후 테슬라의 전기차 점유율은 30% 정도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이런 전망의 배경에는 테슬라의 충전소 '슈퍼차저'의 역할이 큽니다.


테슬라의 '슈퍼차저'. 테슬라는 이 규격을 전기차 충전의 표준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테슬라)


테슬라는 자사의 충전소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타사에도 공유하고 있습니다.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 입장에선 다른 브랜드의 전기차를 구매해도 테슬라의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으니 선택의 폭이 넓어지겠죠. 그럼 이런 상황이 테슬라에게 악재일까요? 


꼭 그렇진 않습니다. 향후 여기에서 발생하는 수익도 만만치 않거든요. 분석에 따르면 테슬라는 경쟁사 차량을 충전해 주는 대가로 2030년까지 약 4조 원의 수익을 얻을 것이라고 하죠. 물론 테슬라의 전체 매출(대략 100조)에 비하면 미미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익은? 또 전기차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또 어떨까요? 


비슷한 사례는 아마존에서도 나타납니다. 아마존은 일반적으로 이커머스 회사라고 알고 있죠. 하지만 또 한편으로 aws라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이기도 하고, 광고 회사이기도 합니다. 예전에 글을 올린 적이 있지만 이 두 부문의 매출이 100조 이상 입니다. 어마어마하죠. '아마존은 이커머스회사'라고만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머지않은 미래에 테슬라는 AI 기업(일론 머스크가 AI의 위험성을 이야기한 것과 별개로)이 되어 있을 수도, 에너지 솔루션 기업이 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마존은 비즈니스 플랫폼 기업이 되어 있을 수도 있구요.


우리가 어떤 기업을 바라보는 것과 실제의 그 회사는 성공 이유, 또는 전략은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떤 브랜드의 성공 이유 같은 글(지금 제 글도 마찬가지)을 섣불리 믿었다가는 위험해질 수 있는 이유죠.


그렇다면 지금 우리 회사의 본질은요? 우리 소비자가 왜 구매할까라는 것에 대한 분석은요? 경쟁사는 이런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내부의 판단은 맞는 걸까요?


생쥐와 인간은 99퍼센트의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다.
월마트와 BP, 파타고니아도 그렇다.


'리스판서블 기업 파타고니아'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생쥐와 인간을 착각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월마트와 파타고니아가 비슷한 업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하지만 실상은 99%의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실제 '다름'을 만드는 유전자는 극히 일부이기 때문이죠. 그 아주 0.01% 차이가 본질적 차이를 만듭니다. 파타고니아 역시 다른 브랜드와 크게 다른 옷을 만들지 않죠. 나이키 역시 아디다스와 크게 다른 제품을 만들지 않아요. 그 본질을 제대로 파악한다면 우리 브랜드에 이식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겁니다. (잡스가 나이키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했던 것처럼 말이죠) 




대학 때 후배 한 명이 회계가 너무 어렵다며 이런 걸 왜 배우는 거냐며 짜증을 내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전 회계란 말이야.. 하면서 나름 생각하고 있는 회계학이라는 것에 대해 설명을 해줬죠. (참고로 저희 과는 경영학과였습니다). 


얼마 뒤 그 후배가 저에게 A+를 받았다며 고맙다고 하더군요. 물론 제가 시험 문제를 알려준 것도 아니고, 공부를 하라고 강요를 한 것도 아닙니다. 스스로 이해가 되니 재미를 느껴서 공부를 열심히 했겠죠. 본질은 이런 겁니다.


본인의 전공이나 업에 대한 본질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저도 회사에서 많은 인터뷰를 하며 질문을 해봤지만 나름의 답을 갖고 있는 사람은 거의 찾을 수 없었죠. 제 질문의 의도가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대답을 못했을 수도 있겠지만요. 


그게 맞든 틀리든 나만의 답은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시행착오를 거치며 계속 업그레이드 해나가게 되거든요. 지금 우리 업의 본질은 무엇인지 가설을 세워 보세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걸 증명할 수 있을지 테스트를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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