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마케터를 위한 AI 활용법> 다이제스트 3
얼마 전 OpenAI가 GPT-4o를 발표하고 바로 다음날 구글 I/O가 있었습니다. OpenAI는 이미 여러 차례 구글의 발표 전에 김 빼는 전략을 취했는데요. 이번에도 성공은 한 것 같습니다만, 그만큼 구글을 견제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죠. 오픈 AI는 무엇이 두려운 걸까요? 구글의 AI 기술인가요? 아닙니다. 구글의 힘은 AI에만 있는 것이 아니죠.
결국 이 싸움은 고객의 시간(Lifetime)을 얼마나 가져올 수 있느냐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OpenAI와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가 공동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고 봤을 때 이 싸움은 'MS&OpenAI 대 구글'의 양자구도로 볼 수 있죠. 둘 중 한쪽의 완벽한 승리로 끝날지, 아니면 양분, 또는 천하삼분지계를 내세울 또 다른 강자(애플, 메타, 또는..)가 등장할지는 알 수 없지만요..
이 글은 <어쩌다 마케터를 위한 AI 활용법>의 2장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만, 구글 I/O 등 최근의 이슈를 추가로 반영해서 AI 패권 전쟁의 관전 포인트에 대한 생각을 업데이트해 보겠습니다.
조금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죠. 꽤 오랫동안 IBM은 컴퓨터, 그리고 첨단 기술의 대명사였습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컴퓨터인 HAL은 IBM에서 알파벳을 하나씩 당긴 이름일 정도죠. 그 견고함에 균열을 낸 것이 애플입니다. 마치 게임기처럼, 컴퓨터도 개인이 소유하는 시대가 가능하다는 걸 처음 인식시켰죠. 그러자 IBM이 다시 반격을 합니다. 지금은 그냥 일반 명사가 된 'PC'라는 것을 출시하죠. MS가 만든 DOS라는 운영체제와 함께...
PC 시대의 최강자는 정작 PC를 만들지 않는 MS였습니다. 인터넷의 시대가 되자 잠깐 시스코 같은 회사가 떠올랐지만 왕좌는 구글에게로 갑니다. 이제 일단락된 것 같은 전쟁에 돌고 돌아 애플이 다시 떠오릅니다. 모바일의 시대가 된 거죠.
큰 흐름을 보면 PC라는 기업(IBM)에서 개인(애플)으로, 하드웨어(IBM)에서 소프트웨어(MS)로, 그리고 인터넷 서비스(구글)로, 다시 하드웨어와 플랫폼(애플)으로 움직입니다. 단순히 기술적인 우위가 아닌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고 장악하는 자가 승리하죠. 애플의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있습니다. 십 년 넘게 시가총액 1위를 지키고 있던 아성이 무너진 건 모바일 시대에서 AI 시대로 넘어가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죠.
현재 국면은 양자 대결입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MS+OpenAI와 구글의 패권 경쟁이라고 볼 수 있죠. 그리고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꽤 오래된 카피처럼 이번 패권 경쟁의 승자는 최소 10년 이상의 영광을 얻게 될 것이고, 패자는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꽤 긴 기간 와신상담(臥薪嘗膽)을 해야 할 겁니다.
그렇다면 이번 AI 전쟁의 프레임은 뭘까요? 하드웨어 vs. 소프트웨어인가요? 아니면 PC 대 모바일인가요? 제가 봤을 때는 비즈니스 시장(MS)과 개인 시장(구글)의 경쟁이라고 보입니다.
최근 MS는 국내에 'copilot for Microsoft365'를 출시하고 홍보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과거 '오피스(Office)'라고 불리던 워드, 파워포인트, 엑셀 등의 패키지 명칭이 Microsoft 365(이하 M365)입니다. 이름부터 의미심장하죠. 매일 당신과 함께하겠다는 MS의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Copilot for M365는 이 M365에 AI 기능을 결합한 것입니다. 자동으로 기획안을 만들어주고, 메일을 써주고, 또 파워포인트를 작성해 주죠. 진짜 중요한 것은 이런 부분이 아닙니다. 이미 이런 작업들은 Gamma나 챗GPT 등이 어느 정도 대신해 주니까요.
Copilot fot M365의 특징은 내밀한 내부 데이터를 쓴다는 것입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회사의 공식 문서들은 워드나 엑셀, 파워포인트로 작업을 해왔기에 이를 토대로 자동화를 합니다. 팀즈를 통해 진행한 회의나, 아웃룩으로 주고받은 메일까지 분석해서 작업을 도와주죠. (co-의 의미가 나와 함께 일하는 것은 맞지만, 부사수가 아닌 나의 사수 역할일 수도 있겠네요)
한번 copilot fot M365를 쓴다면 아마 빠져나가기는 어려울 겁니다. MS의 고전적인 전략을 보면 개인 시장에서는 윈도나 오피스의 불법 복제 등도 방치하면서 기업 고객들에게 수익을 남겨 왔죠. 지금의 전략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copilot은 무료로 챗GPT에서 유료로 제공하고 있는 기능들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죠. MS는 결국 copilot of M365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균열은 있습니다. 사람들은 예전처럼 오피스(M365)에 의존하지 않거든요. 더 이상 메일을 주고받을 때 아웃룩을 쓰지 않고 docx나 pptx 문서라고 해서 꼭 MS Office에서 작업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제 구글 docs에서 작업하고 공유해서 함께 작업하죠
여러분은 안드로이드폰을 쓰시나요? 아마 애플을 쓰실 수 있겠네요. 하지만 인터넷을 할 때는 크롬을 쓸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젠 국내에서도 구글 검색의 비중이 꽤 늘었죠. 메일뿐 아니라 각종 서비스 로그인을 할 땐 구글 계정(gmail)이 가장 유용합니다. 짬이 날 땐 유튜브를 보고, 해외여행을 가면 구글맵을 씁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개인이 아니라 라이선스 비용이 부담되는 작은 회사들은 그냥 구글 독스를 씁니다. 요즘에는 별도의 회사 메일 없이 지메일을 쓰는 곳도 많더군요.
이 모든 정보는 구글이 차곡차곡 쌓아서 가지고 있습니다. AI 관련해서 많이 나오는 통계가 챗GPT 사용자가 1억 명 도달하는데 얼마가 걸렸다.. 같은 내용입니다. 하지만 구글은 20억 명 이상이 쓰는 서비스가 5개이고, 5억 명 이상으로 넓히면 15개나 됩니다.
이제 우리는 내가 언제 일본 여행을 갔는지 기억을 더듬거나 캘린더를 뒤지지 않습니다. 구글 포토에서 '교토'나 '오사카'라고 검색하면 내가 찍은 사진들이 나오고, 구글맵에는 나의 행적들이 모두 기록되어 있으니까요.
구글은 AI를 결합해 일상으로 더 파고듭니다. 내 딸의 수영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이제 나보다 구글 AI가 더 잘 알고 있습니다. 내 자동차 번호가 기억나지 않을 때도, 심지어 내가 안경을 어디에 뒀는지도 구글이 알려 주죠. (아래 영상 참조)
그리고 내가 공부하기 위해 기록한 내용(구글 노트)을 토대로 AI와 토론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학부모 회의에 참석을 못했더라도 그 내용은 모두 구글이 정리해서 알려주죠.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구글이 만들어 놓은 세계에서 메일을 쓰고, 검색을 하고, 내가 찍은 사진이나 작성한 문서를 저장해 두고 있으니까요.
구글 I/O를 잘 살펴보면 MS와 달리 대부분 '개인'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회의를 요약해 주는 똑같은 장면도 MS는 업무 회의를, 구글은 학부모 회의를 예시로 들고 있죠.
마이크로소프트는 줄곧 비즈니스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해 왔습니다. 처음 태블릿을 출시할 때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업무용으로 생각했고, 애플은 영상이나 게임을 보기 위한 용도로 생각했죠. 지금은 구글이 그 개인의 영역을 맡고 있습니다. 그럼 이번에도 개인을 주목하고 있는 구글의 승리로 끝이 날까요?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분명한 건 MS 역시 copilot과 OpenAI를 통해 개인의 영역으로 들어갈 거고, 구글 역시 비즈니스 시장을 그대로 내주지는 않겠죠. 이러한 관점에서 왕좌의 게임을 지켜본다면 이번엔 몇 개의 토큰을 처리할 수 있는지, 추론 능력이 어떻고 인간으로 따졌을 때 IQ가 몇이나 되는지 비교하는 것보다 훨씬 흥미롭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 이 글은 제가 쓴 <어쩌다 마케터를 위한 AI 활용법>에 기반해서 작성했습니다.
2. 멀티캠퍼스에서 <직장인의 무기가 되는 AI 활용법> 강의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3. 요즘은 노코드에 관심이 있습니다. 조만간 스터디 모임을 만들여 보려 합니다. 관심 있는 분은 제 오픈채팅으로 말씀 주세요. 아직 신청 양식까지는 만들지 못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