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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게 일을 시켰는데 왜 내 일은 두 배가 됐을까?

AX Kickoff 2. 인간이 잘하는 것 vs. AI가 잘하는 것

by 최프로

AX TF와 킥오프 두 번째 세션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지난 시간을 잠깐 정리하면서 이번 세션을 시작했죠.


지난 시간에 우리는 아주 중요한 논의를 했습니다. AI 도입의 목표는 화려한 최신 기술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우리 업무에 도움이 되는 AI 활용법'을 찾는 것이라고 말이죠.

그전에, 혹시 개인적으로 AI를 업무에 적용해 보려 했지만, 기대와는 달라서 실망했거나 오히려 일이 더 번거로워졌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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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질문에 제일 앞자리에 앉아 있던 마케팅팀 박 대리가 입을 열었습니다.


저... 얼마 전에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분기별 보고 내용 중 경쟁사에 대한 내용이 있는데, AI를 한번 써보자 싶어서 질문을 던졌습니다. 'A사와 B사의 최근 마케팅 활동을 비교 분석하고, 우리가 참고할 만한 인사이트를 알려줘'라고요.

얼핏 보기엔 그럴듯했는데요. 자세히 읽어보니, 너무 뻔한 내용이거나 분석이라고 할 만한 수준은 못 되는 내용뿐이었습니다. 결국 보고서 작업은 밤을 새워 제가 다시 했거든요. 시간만 낭비한 셈이 됐죠.


사실 AI를 쓰는 많은 분들이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죠. 원하는 결과가 안 나와서 프롬프트 몇 번 수정하다가 '이럴 바엔 그냥 내가 하고 말지'하고 포기하게 됩니다.


유튜브나 SNS에는 이제 AI가 몇 분만에 보고서도 끝내준다고 하고, 더 이상 일을 할 필요 없다는 듯한 콘텐츠가 넘치는 것과는 너무 비교되는 상황이죠, '내가 AI를 제대로 활용할 줄 몰라서 결과가 제대로 안 나오는 건가?' 아니면 '더 비싼 유료 툴을 써야만 하는 건가?'하고 생각하게 되죠,


이런 경험이 몇 번 반복되다 보면 결국 AI 회의론자가 됩니다. 바빠 죽겠는데, AI를 활용하려다가 시간 다 보내느니, 빨리 내가 하는 게 낫다 싶죠. 하지만 AI는 잘못이 없습니다. 우리가 엉뚱하게 사용하고 있을 뿐이죠.




AI는 무엇이든 잘할 것이라는 착각.


AI에게 일을 시킬 때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이중으로 일을 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요? 이제 AI는 이미지도 만들고 앱도 바로 만들어주는 시대인데, 우리 업무와 관련된 지시는 왜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걸까요?


여기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이론이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입니다.



모라벡의 역설이란, 본래 ‘AI가 인간에게는 매우 어려운 복잡한 계산이나 추론을 아주 쉽게 해내지만, 인간에게는 아주 쉬운 걷기나 보기 같은 감각 운동 능력은 구현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이건 AI를 만드는 사람들 입장이죠..


실제 우리가 AI와 업무를 함께 할 때는 반대로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즉, ‘인간에게 쉬운 일은 AI에게도 쉽고, 우리에게 어려운 일은 AI에게도 어렵다’는 거죠. 하지만 우리가 정반대로 일을 합니다. 예를 들어 박 대리의 사례처럼 시장분석과 전략적 통찰력이 필요한 일을 아무런 정보나 맥락 공유도 없이 AI에게 맡겨버립니다.


결국 인간에게 어려운 일이 AI에게도 어려워지는 이유는, 결국 우리가 그 일에 대해 정확하고 완벽한 지시(Direction)를 내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업무를 시킬 때는 그 일의 배경과 목표, 중요한 데이터들을 충분히 공유해야 제대로 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죠. 마찬가지로 AI에게 복잡한 작업을 제대로 시키려면, 회사의 업무 방식, 데이터 구조, 최종 결과물의 형태까지 굉장히 많은 정보를 전달하고 일에 대해 정의해서 제공해야 하는데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이 만들어지죠.


그래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거죠.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파레토의 법칙', 즉 80/20 규칙처럼 우리 업무의 상당 부분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80%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런 일들만 집중적으로 AI에게 맡겨도 정말 중요한 일들에 집중할 수 있게 되죠.




AI와 티키타카로 일하는 법.


그럼 어떤 일을 AI에게 넘겨야 할까요?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업무를 잘게 쪼개는 것입니다. 그리고 각 단계마다 인간과 AI가 가장 잘하는 역할을 주고받으며 함께 해결해 나가는 것이죠. 마치 축구 경기에서 짧은 패스를 주고받는 ‘티키타카(Tiki-Taka)’처럼 바꿔야 합니다.


ChatGPT Image 2025년 10월 14일 오전 09_25_39.png 우리는 보통 AI가 한 방에 업무를 처리해 주길 바랍니다. 하지만 진짜 협업은 티키타카에 있죠.


앞서 이야기했던 경쟁사 분석 보고를 진행하는 프로세스를 쪼개서 살펴볼까요? 대략 아래의 5단 게로 나눠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_- visual selection (2).png


자, 그렇다면 이 5가지 단계 중에서 어느 부분을 AI에게 맡기고, 또 어느 부분을 인간이 해야 할까요?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잠시 시간을 내서 직접 역할을 나눠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조직의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로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이 역할을 나눌 수 있습니다.


1) ‘자료 수집’ 단계에서 웹상의 공개된 뉴스나 소셜 미디어 데이터는 AI에게 맡기고, 회사의 내부 문서나 구독하는 유료 리포트처럼 보안이 중요한 자료는 인간이 직접 수집하는 방식으로 병행합니다.

2) 두 데이터를 합쳐 ‘패턴 분석’을 AI에게 맡겨 객관적인 분석 결과를 얻습니다.

3) AI가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우리 회사에 적용할 ‘핵심 인사이트와 전략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인간의 몫입니다. AI는 데이터 속의 패턴을 찾을 순 있지만, 우리 회사의 비전과 현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최종 판단은 가치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4) 마지막으로, 인간이 결정한 핵심 내용을 바탕으로 보고서의 초안 작성을 AI에게 맡겨 시간을 단축하고, 인간이 최종 검토와 마무리를 책임지는 것이죠.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가 왜 ‘워크프로세스’를 먼저 만들어야 하는지가 명확해집니다. 회사의 보안 정책은 어떤지, 팀원들과는 어떤 방식으로 협업할지에 따라 AI에게 맡길 수 있는 일의 범위와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죠.


마치 제조업 분야에서 품질과 효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표준 규격을 만드는 것처럼, AI와 함께 일하기 위해서는 우리 팀만의 워크프로세스 표준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모두가 혼선 없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죠.




우리 회사만의 ‘AI 협업 방식’을 찾아서


설명을 듣던 TF 멤버들의 표정은 다소 복잡해 보였습니다. 개념은 이해하겠는데, 그래서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막막함이 남은 듯했죠. 박 대리가 다시 질문을 던졌습니다.


최프로님, 각 단계별로 AI가 더 잘하는 분야가 있다는 건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래서 구체적으로 그 AI들을 어떤 식으로 활용해야 하는 걸까요? 자료 수집은하는 것과 패턴 분석을 하는 것들은 AI를 활용하는 방식이 따로 있다는 뜻일까요?


AI가 무엇을 구체적으로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해 모르는 단계에서는 이런 질문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 차례 언급한 바와 같이 이게 실제 업무에서 적재적소의 AI를 찾아서 쓰기 어려운 이유죠.


질문하신 대로 각 업무 영역에 최적화된 AI들이 있습니다. 바로 다음 시간에 우리가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할 업무 프로세스 개선의 목표를 세우고, 세부 단계에 따라 어떻게 AI를 활용할지 그 퍼즐을 맞춰 보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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