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들여다보기 1

감정 쓰레기통은 큰 쓰레기만 모이는 곳이 아니다

by 트레드밀

누가 봐도 뻔한 화나는 상황에서 이성을 잃고 화를 내지 않음으로 나는 감정을 잘 다뤘나? 내가 화를 내지 않고 돌아서 투덜거리는 진짜 이유는 뭘까? 나를 위한 걸까? 같이 겪은 너를 위한 걸까? 사소해서 기꺼이 참아 주겠노라고 나는 성숙하게 이 상황과 감정을 잘 대처하고 있다고 잘난 체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그럼에도 불만이 쌓였다.

불만이 쌓여 감정의 찌꺼기를 만들기 전에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토로하고 위로받고 싶은 게 당연하니 뒷담이 필요하다.


가족들과 짧은 여행을 갔었다. 80 가까이 되신 부모님 포함 두 형제의 가족이라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인원이다. 그럼에도 매 끼니, 매 코스마다 의견대립이 생긴다. 의견을 내면 누군가는 대안도 없이 그건 싫다를 시전 한다. 그런 가족 사이에서 끊임없이 묻고 조율하는 남편이 보였다. 이 힘든 여행에 어디든 따르는 것으로 남편을 돕고 있었지만 남편의 역할이 녹록지 않아 보였다. 만 하루가 넘어가며 짜증이 올라온 나는 옆에 있는 딸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왜들 저러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어쩌자는 것이냐?

내 짜증을 딸에게 이해받고 싶었고, 이 상황을 (너처럼) 나도 원하는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사춘기 딸은 내 말에 호락호락 공감하지 않았다.

엄마 때문에 기분이 더 나빠진다고 했다.

그러려니 하면 될 걸 한마디 하는 게 비호감 포인트라고 했다.

섭섭하고 민망해져 속상했다.


되돌아오는 차 안에서 곱씹었다. 내가 가장 사랑하고 친근한 딸에게 내 불만을 말하는 이유가 뭘까?

내가 다른 이들 앞에서 화를 내지 않고 단정한 모습을 유지하고 뒤돌아 가장 친근하고 소중한 딸에게 내 본색을 드러낸 것인가? 내 사춘기 시절을 엄마의 감정쓰레기통이었다고 기억하는 것처럼, 내가 딸에게 그러고 있는 건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의 본색을 드러냄도 분명 감정처리였다.

곱씹다가 사과했다.

엄마가 생각이 짧았어.

너도 같은 마음이고 내가 널 시원하게 해주는 건 줄 알았어.


그랬다.

나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아도 나는 결국 물방울이 터지듯 작게라도 이 불쾌한 감정을 터트리고 싶었다. 내 가장 소중한 이에 말이다.

그래.... 저들이 그럴 수 있지,

오히려 그런가 보다 관망하려던 딸아이에게 내 감정을 덧칠한 건 내 마음의 문제다. 터트려야 할 불쾌함을 만든 내 마음이 문제다.


불쾌함은 내 마음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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