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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레드밀 Jul 24. 2024

장마 단상



지금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그때 엄마는 장마철이면 한 번씩 연탄불을 때

습한기를 없앴다

엄마는 한 번도 우산을 들고 학교로 찾아오지 않았다

학교 앞에선 조금 섭섭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집에 가도 없는 엄마였으니까

토요일이었을까?

비 맞고 집으로 뛰어 들어갔는 데

현관에서부터 엄마 냄새가 났다

그때 난 차마 '엄마'하고 소리내

엄마를 부를 수가 없었다

엄마가 집에 있었으니까


엄마는 집을 따뜻하게 해 놓고 학교에서 돌아올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그랬다

엄마한테 엉덩이를 붙이고

그 고슬고슬한 방바닥에 앉아

찐 감자를 먹으며 엄마 오늘 안 나가면 안 돼? 라고 말했다.


엄마 오늘 안 나가면 안 돼?


엄마는 여름감자에 소금과 뉴슈가를 조금 넣고 삶아

다익을 때쯤 물을 따라버리고

포슬거리는 분이 나도록 물기를 날려 익혔다..

엄마는 부엌으로 따라온 내게

외할머니의 신통한 방법이라며

껍질이 벌어진 감자를 내놓았다


감자는 이제 나도 엄마처럼 삶을 줄었는데.....

비 냄새도 비슷한데....

엄마 냄새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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