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내가 마음만 먹으면 대통령이나 인기가수가 될 수 있다고 믿는 편이다. 내가 능력을 발현시키느냐 마느냐 같은 지극히 어린아이 같은 에고에 절여진 현실감각 없는 거만함이 아니다. 이러한 믿음은 필요한 능력을 획득하는 최선의 로드맵을 최고 속도로 달려낼 수 있다는 나에 대한 믿음에서 기인한다. 물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게 사실이고, 내가 최적의 코스를 최고 속도로 달려낼 리도 없다. 세상은 쉽지 않다. 하지만 요점은 어떤 가능성도 닫아두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사람들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재능을 타고났다. 쉬운 말로 '될 때까지 하면 되는 능력'이다. 그리고 여기서 '1만 시간의 법칙'은 '될 때'를 1만 시간으로 뭉뚱그려 정의해 붙인 이름이다. 구체적으로 이런 능력은 '뇌 가소성 이론'에 근거를 두고 있다. 뇌는 상상 이상의 엄청난 적응력을 가지고 있다. 여러 실험과 과학적 탐문이 내린 결론은 될 때까지 하면 되는 분야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타고난 재능의 상징인 예체능이 그렇다. 타고난 신동의 아이콘인 모차르트도 어려서부터 엄청난 훈련을 견뎌내며 음악인으로 성장했고, 명망 높은 음악가가 되어서도 일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이 문단에 뇌 가소성 이론과 1만 시간의 법칙에 대한 설명을 열심히 적어봤지만 결국 지워버렸다. 경험상 어떠한 과학과 명백한 사실도 개인의 믿음 앞에서는 의미가 없다. 신이 있다는 증거도 없지만, 신이 없다는 증거도 없다는 게 종교와 과학이 싸우는 지점인데, 신의 존재뿐만 아니라 세상 만물이 개인의 신념 앞에서는 종교와 과학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요즘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 않나.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다.'
SNS의 전파를 타고 굉장한 반향을 일으킨 인터넷 명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공감한 데로,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 하지만 사람의 선한 면은 '내가 저 사람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유혹에 시달리게 한다. 바뀌지 않기로 결심한 사람(체념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데로 살게 됐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은 바뀌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만의 강력한 믿음이 있고 내가 아는 과학적 사실도 미신에 불과하다. 이제는 그런 기운이 강하게 감지되는 사람은 최대한 말을 자제하고 필요한 만큼 거리를 벌리려고 한다. 그 사람에게 에너지를 쏟는 건 무조건 낭비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처절하게 깨달았다. '그런 게 될 리가 없다.'
대통령도 된다며 시작한 글이 왜 이 모양인가 싶겠지만, 이런 냉소주의로 무장한테는 이유가 있다. 냉소주의는 호기심과 선의를 차단한다. 내가 뭐든 될 수 있다고 믿는 근거에는 절대 안 되는 것에 대한 인지와 인정도 포함된다. 170센티의 내 키로는 이제와서 NBA 슈퍼스타가 되려는 것처럼 미련한 노력은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엉망으로 살기로 한 사람에게 낭비될 선의와 호기심이라는 에너지를 냉소주의로 차단한 것이다. 그리고 그 에너지를 온전히 나에게 쏟기로 했다. 비호감 그 자체였던 스윙스가 허슬과 에너지의 상징이 된 것 처럼 될때까지 하면 된다는 사실을 온 삶으로 뿜어내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그런 사람이 되었을 때 내가 패시브하게 뿜어내는 에너지가 세상을 더 좋은 곳을 만들 것이라고 믿는다.
Inspired by
<1만 시간의 재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