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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easureADD Oct 19. 2020

식곤증 그 이상의 문제들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본 짤막한 에피소드이다. 화자는 박진영이 프로듀서로 총괄하는 녹음 현장의 가수였다. 박진영의 날카롭고 예민한 감성이 지배하는 스튜디오에서 화자는 같은 부분을 반복적으로 녹음해야 했다. 프로듀서의 마음에 들지 않아서이다. 일은 끝도 없는 반복으로 지체되었고, 결국 마음에 드는 결과물을 만들지 못한 채 점심 식사를 하게 되었다. 다행히 식사 직후의 첫 녹음본을 듣자마자 박진영은 손뼉을 치며 "그래 이렇게 나와야지~"라고 말하며 몹시 흡족해 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 가지 반전이 있었다. 음향기사가 실수로 식사 '후' 녹음본이 아닌 식사 '전' 녹음본을 재생한 것이었다. 식사 전의 그 강행군은 왜 한걸까.


이 이야기가 재미있을 수 있는 이유는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으로 여러 사람이 고생을 했지만, 그럼에도 피해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법정같은 중차대한 판단이 벌어지는 장소에서는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 불행히도 기계가 아닌 '사람'이 내리는 모든 판단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빅데이터 기반의 판례 자료에 의하면 비슷한 죄질과 형량, 수감 생활 태도를 가진 죄수라도 판결을 가르는 더 중요한 요인은 재판을 점심 시간 전에 받는지, 점심 시간 후에 받느냐 라고한다. 이 충격적 내용은 말이 그렇다는 것도, 과장도, 농담도, 비유도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판례야 급한 일이 아니니 그렇다 치더라도, 이는 우리가 매우 위급하고 중요한 문제를 앞두고서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이 트러블 메이커는 '타이밍', 언제 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이다.

우리가 흔히 그렇듯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에 골몰하고 있을때, '언제'할지를 신경조차 쓰지 않는 것은 엄청난 기회비용의 손해을 불러일으킨다. 노하우가 아무리 충만하게 준비되어 있어도 타이밍을 놓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평생 법공부를 해왔지만 정작 판결은 휴식시간 여부에 휘둘리는 판사들 처럼 말이다. 게다가 시시각각 변하는 노하우와는 달리 타이밍의 과학은 그리 많은 공부량을 요구하지 않는다. 인간의 생체주기와 몇 가지 심리학, 그것들의 활용법. 그것이 전부다. 내가 이 책에 '가성비'라는 키워드를 붙이고 싶은 이유이다. 타이밍의 문제를 직시하고 예방했다면 그때 일처리를 그렇게 해서 혼이나지 않았을 수도, 그런 말 실수를 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 문제들을 짧게 정리하며 마친다.


나는 아침형 인간일까 저녁형 인간일까? 어느쪽이 옳고 그른가? 각 타입에 맞는 생활방식은 무엇일까? 타이밍에 의한 실책은 이런 생체주기를 무시하고 스케쥴을 강행할때 발생한다. 생체주기라는 대자연의 법칙을 극복하는 방법은 없을까? 다음으로 타이밍을 시작과 진행, 결말로 삼등분 해서 면밀히 살펴보자. 출항에 순풍을 불어다 줄 마음가짐을 만들순 없을까? 잘못된 시작은 어떤 결말을 불러일으킬까? 그것을 대비하는 방법은 없을까? 사람이라면 중간중간 위태롭고 늘어지기 마련이다. 이런 위기의 타이밍을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 마무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정리해야 새로운 시작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을까?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해서 협력의 질을 높이고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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