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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easureADD Sep 07. 2020

번아웃 해독제

두 개의 모터를 개발하라

출처:  아이북TV

하게 하는 것

한가한 노후생활을 즐기는 어느 할아버지가 있었다. 이 할아버지에게는 작은 골칫거리가 있었는데, 이웃집 아이들이 집 주변에서 떠들어대는 것이 여간 시끄러운 게 아니었다. 할아버지는 아이들을 내쫓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호통을 치는 대신 의외의 제안을 했다. "얘들아 이 할아버지는 너희 대화 소리가 너무 듣기 좋구나. 나를 위해 매일 내 집 근처에서 떠들어 주련? 그렇게 해주면 매일 천 원씩 주마." 아이들은 이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고, 할아버지는 약속을 잘 지켰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고 할아버지가 안타까운 사정을 토로했다. "얘들아 이 할아버지가 파산을 해서 너희에게 줄 돈이 없구나. 그래도 나를 위해 계속 집 근처에서 놀아주련?" 그러나 아이들은 냉정했다. "저희는 보수 없이 떠들지 않습니다." '프로' 이야기꾼이 된 아이들은 단칼에 거절하며 다른 곳으로 향했다. 할아버지는 나지막이 말했다. '퇴치 완료'


몇 해 전부터 급부상한 신조어 '번아웃'은 안타깝게도 친숙한 생활용어가 되었다. 증상은 단순하다. 그 어떠한 것에도 집중하고 몰입할 수 없는 상태. 그 이유 또한 이름처럼 직관적이다. 다 불태우고 나가떨어진 상태. 그런데 주어가 빠졌다. 대체 무엇을 다 태워버렸다는 것일까?


사람은 무엇으로 움직일까? 탄수화물? 정답. 하지만 반쪽짜리 정답이다. 인간은 지적능력이 발달한 동물이 아닌가. 인간에게는 물리적 동력 못지않게 정신적 동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정신적 동력을 흔히 나아가고 싶은 마음, '동기'라고 한다. '번아웃'에 허했던 그 주어가 바로 '동기'이다. 정신의 연료를 전부 태워 소진해버렸으니 밥 잘 먹고 다닌다고 일이 손에 잡힐 리가 없다. 이런 상태를 재능 부족 등의 개인적 자질이나 정신력 부족 등의 단편적인 문제로 인식하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이에 대해 세계적인 미래학자이자 작가인 다니엘 핑크는 책 <드라이브>를 통해 지적한다. 진짜 문제는 동기의 동작원리에 대한 올바른 이해의 부재라고 말이다.



누가 봐도 내가 그림.

2차원 그래프 저 너머

내 친구 중 하나는 은수저 집안의 외동아들이다. 친구의 집은 4층짜리 상가 건물이었는데, 1층은 다섯 칸짜리 상가, 2,3층은 독서실, 4층은 한 세대의 가족이 사는 넓은 집이었다. 365일 공짜 독서실이 5초 거리에 있고 경제력도 충분한 집안의 외동아들. 당연히 친구는 시험에서 높은 성적을 받으면 가지고 싶은 건 다 가질 수 있었다. 문제는 그다음 시험에서 점수가 떨어지면 그전에 얻었던 컴퓨터며 게임기가 4층에서 자유 낙하하는 꼴을 봐야 했다는 점이다. 친구는 '상과 벌'의 2차원 그래프에서 두어 달마다 양 끝단을 오가는 극한의 학창 시절을 보내야 했다. 최고의 환경이 무색하게도 녀석은 재수 끝에 고졸로 남았다.


친구가 똥멍청이라서 그런 걸까? 그렇지 않다. 녀석은 지금 어린 나이에 자기 사업하며 자기 손으로 잘 벌어먹고 있다. 내 친구를 바보로 만든 진짜 범인은 앞서 말했듯 '동기에 대한 몰이해'이다. 내 친구의 사연이 증명하듯 '상과 벌'은 높은 수준의 동기부여를 해주지 못한다는 점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단편적으로 돈과 명예를 좇은 경험, 혹은 가난과 불명예에 대한 공포로 혼비백산하는 식의 행동들이 얼마나 추진력 있었는지 돌이켜보면 쉽게 수긍이 가능할 것이다. 게다가 그 대체품을 모르기에 악순환의 구조는 날로 강해진다. 그래서 우리는 나쁜 약물에 중독된 사람처럼 이 약물을 한계상황까지 끌어 쓰다가 외친다. '번아웃!!' 이렇듯 돈과 명예 같은 외부요인을 목표 삼아 움직이게 하는 힘을 '외재 동기'라고 한다. 정도는 달라도 우리는 대부분 외재 동기의 남용으로 인한 독성에 찌들어있다.


한편 다니엘 핑크가 다행스러운 소식을 전한다. 외재 동기의 독성을 해독하는 외재 동기의 상위 버전인 약물이 있다. 바로 '내재 동기'이다. 게다가 이름처럼 외재 동기와는 다른 새로운 움직일 힘을 선사한다. 외부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는 한정적이지만, 내면의 가치는 원효대사의 해골물처럼 생각하기에 따라 무한동력장치가 될 수 있다. 게다가 내재 동기가 가진 해독작용 덕에 외재 동기와 내재 동기 두 원동력으로 움직이는, 즉 모터가 두 개인 삶을 살 수 있다.


내재 동기란 외부 자극이 아닌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이나 느낌처럼 형태가 모호한 자극이다. 내재 동기를 주입하려면 행위를 바라보는 더 폭넓은 시야와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사고의 전환을 해야 한다. 이 일이 내 삶에 성장과 즐거움, 의미 등을 어떻게 가져다주는지 말이다. 예를 들어 외재 동기의 관점에서는 근무 시간을 '벌어먹고 살기 위해 내 시간을 파는 곳'이라고만 생각하기 쉽다. 반면에 내재 동기의 관점에서는 무궁무진한 이유를 생각할 수 있다. 이 일을 하며 '향상되는 자신의 실력'이나 나의 성과 덕에 '누군가 얻을 이익을 생각하는 이타심' 등이 있다.


첫 문단의 할아버지와 아이들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만약 할아버지가 호통을 치며 아이들을 내쫓았다면 아이들이 떠들기를 그만뒀을까? 이 악동들은 아마 며칠 후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떠들어대거나 심지어 복수심에 불타올라 벨튀까지 감행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지혜로운 할아버지는 외재 동기를 주입해서 아이들의 '놀이'를 '일'로 만들어버렸다. 아마 아이들은 영영 그 할아버지 집 근처를 찾지 않았을 것이다. 정당한 보상이 없는 일은 노동착취고, 착취를 당하러 구태여 찾아갈 이유는 없으니 말이다. 거꾸로 생각해보자. 일에 내재 동기를 주입하면 놀이가 되지 않을까? 나의 삶을 내 가치관 근처로 좀 더 옮기고,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삶 근처로 움직이게 하는 행위는 상상만으로 내재 동기가 솟아나지 않는가? 이것은 일인가 놀이인가? 이것은 노동인가 여가인가? 내 삶에 푼돈을 쥐어주는 할아버지는 누구였을까?


참고: 

<드라이브> 다니엘 핑크

유튜브 채널 신사임당, 게스트 박세니 코치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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