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린란드 May 28. 2020

Wee센터 활용하기(전문기관을 통한 도움받기)

1학년, 새로운 환경과 부딪히며 크는 아이

  나의 직업이 학교 행정실과 교육청 등 교육기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기에 교육기관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은 갖고 있다. 학교 및 시·도 및 지역교육지원청에도 얼마 전부터 자격을 갖춘 상담교사와 상담사들이 배치되어 학생들의 상담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되어도 학교에서는 아이의 학교생활 문제로 전화가 계속 왔다. 담임 선생님의 전문기관에 상담을 받아보라는 조언과 상담교사로 일하는 지인의 권유도 있었고 우리 부부 역시 해결을 위한 변화를 꾀하기 위해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보기로 했다. 먼저 지인이 알려준 시·구 에서 운영하는 학생 상담 기관에 문의하였는데 그곳은 초등학교 1학년은 상담을 하고 있지 않다고 하면서 내가 익히 알고 있는 교육청 소속의 Wee센터를 소개해 줬다. 


  Wee센터에 전화를 걸어 보았다. 전화하면 바로 상담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과 다르게 신청을 하게 되면 센터 내부적으로 상담 대상 학생에 대한 검토를 통해 상담 여부를 결정하고 담당 상담 선생님을 배정하고 연락을 준다고 했다. 얼마간의 시간을 기다린 후 어느 날 담당 상담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친절하신 목소리의 남자 선생님이셨다. 선생님과 아이의 학교 및 학원 수업 시간을 피해 가장 적당한 요일과 시간의 상담 일자를 잡았다. 상담은 대략 10회 정도 진행되며 일주일에 1회씩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진행된다고 한다. 상담 날짜가 정해지고 아이에게 설명하는 일이 남았다. 자신이 문제가 있어서 치료받으러 간다는 인상을 받지 않도록 상담 선생님께 너의 학교생활의 힘든 점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받아보자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


  첫 번째 상담일 아이를 데리고 Wee센터가 설치되어있는 인근 중학교로 향했다. 해당 중학교의 여유 교실을 활용하여 4층 전체를 Wee센터로 활용하고 있는 정보는 이미 직장에서 근무하며 들어서 알고 있었다. 중학교 형과 누나들의 수업이 끝나지 않아 돌아다니고 있는데 초등학생인 자신만 있다는 것에 처음에는 약간 움츠러드는 것도 같았다. 그래도 워낙 활달한 아이여서 새로운 환경에 호기심을 보였다. 4층에 있는 Wee센터 사무실에 가니 여러 상담 선생님이 계셨다. 아이의 담당 선생님은 자상하게 보이는 젊은 남자 선생님이셨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부모인 나는 인성검사 질문지를 받아서 작성하는 동안 선생님과 아이는 센터를 돌아보며 이 센터가 어떤 곳인지 이해하고 이 장소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지는 것 같았다. 질문지는 아이가 어려서 직접 작성이 힘들므로 부모인 내가 작성하는 것이었고 항목이 많아서 시간이 꽤 소요되었다. 질문지 작성이 끝날 무렵 아이와 선생님이 돌아와서 아이가 잠시 대기실에 있는 동안 선생님과 나의 면담이 진행되었다. 아이의 어떤 문제로 센터에 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현재까지의 아이의 학교생활 적응 과정의 어려움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선생님께서는 차분히 공감하며 들어주셨고 앞으로 대략적인 상담 진행 과정에 관해 설명해 주셨다.


  두 번째 상담 일에는 아이가 흥미를 느낄만한 소재로 게임을 하면서 상담이 진행되었다. 아이가 아직 어리다 보니 단순 상담은 지루해하고 어려워할 수 있으므로 놀이와 게임을 통한 학습과 치료를 진행하는 것 같았다. 상담이 진행되는 동안 부모는 대기실에 있어서 진행 내용을 볼 수는 없으나 아이의 상담 후 부모와의 면담 시간에 대략적인 진행 내용에 대하여 들을 수 있었다. 학교 수업 시간을 축약하여 진행해보며 정해진 규칙을 지키는 연습을 하는 것 같았다. 수업과 쉬는 시간 등 학교 내의 규칙에 익숙해지도록 해주는 것 같았다. 부모 면담 시간에는 지난번 작성했던 심리 정서 상태에 대한 인성검사 질문지에 대한 결과물을 받았다. 선생님께서는 평가 결과에 대해 크게 의미를 두지 말라고 하셨다. 내용을 읽어보았으나 별다른 특이사항은 보이지 않았다. 선생님께 아직도 학교에서 전화가 오는 등 힘든 점을 이야기했다.


  셋째 날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만들기 놀이를 하였다. 나무를 조립하여 소형 가구를 만들어서 집에 가지고 갈 수 있어서 아이가 아주 좋아했다. 선생님은 아이의 탐구심을 칭찬해 주셨다. 또 모래놀이장에 피규어들을 배치해보면서 심리 상태를 파악하는 것도 진행해 보았는데 심리적 문제를 지적받지는 않았다. 선생님은 아이와 놀이를 진행하면서 작성한 단답형 문답지를 부모 면담 시 보여줬는데 평상시 아이와 이야기할 때 듣던 내용과는 다른 답변을 보고 ‘내가 부모지만 아이의 마음을 잘 모르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령 아이와 자주 부딪히는 친구가 어떠냐고 집에서 물어보면 때리고 다투지만 재미있는 친구고 2학년 때도 같은 반 되고 싶다고 했는데 답변지에는 그 아이가 싫고 때릴까 봐 학교에 가기 싫다고 적혀있었다. 이 상담내용을 참고하여 담임 선생님과의 상담 시 그 친구와 그 외 몇 명의 친구와 다른 반으로 편성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었다.


  네 번째 상담은 규칙을 지키면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 같은 보상을 주어서 학교 내에서 규칙을 지켜야 함을 알려주고 규칙에 익숙해질 수 있는 활동 등을 하였다. 상담하는 날 갑자기 일이 생기거나 해서 못 가는 날은 미리 연락해주었고 되도록 상담 시간은 빠지지 않고 다니려고 했다. 아이도 상담가는 날을 기다렸다. 놀이와 게임을 통한 상담이기에 꽤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았다. 삼촌 같은 선생님을 잘 따르기도 했다.


  다섯 번째 상담 시에는 당일 걸려온 담임 선생님으로부터의 전화로 인해 답답한 마음을 선생님께 면담 시 이야기했더니 특별히 시간을 더 내주셔서 면담해주셨다. 아이를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 담임 선생님에게 전화가 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답답하고 조급 해지는 것 같았다. 단호하게 야단을 쳐야 하냐는 나의 질문에 상담 선생님은 아이가 외향적 성격이어서 자신의 욕구에 솔직하여서 야단이나 강제적 방법이 아닌 보상을 통한 접근을 제시해 주셨다. 또한, 기질적인 특성도 있으나 현재로서는 생활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기에 그 환경 속에서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하셨다. 선생님의 조언을 듣고 아이의 성향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었고 자녀 교육에 대해 잘 못 이해하고 있었던 생각들을 다시 되돌아볼 수 아이를 도울 수 있는 힌트도 얻을 수도 있었다.


  여섯 번째 상담도 게임을 통한 치료와 상담을 진행하였다. 선생님께서는 아이의 사회성 및 학교 내의 생활에 도움이 될 인지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고 하셨다. 아이는 선생님과 게임하고 놀이하고 상담하는 것을 좋아하여서 Wee센터에 가는 것을 기다렸다. 담임 선생님과 상담 시에는 상담 선생님께 여러 가지 아이에 대한 견해를 미리 듣고 가서 말할 수 있어서 학교 상담에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일곱 번째 상담은 연가를 내고 쉬고 있는 아내와 동행했다. 아이가 상담받고 있는 과정의 내용은 나를 통해서 많이 듣고 있었지만 상담받고 있는 환경과 상담 선생님과 아이의 모습을 한 번쯤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아내 역시 보고 싶어 해서 함께 가게 되었다. 아이는 놀이를 통해 규칙을 지키고 학교 환경 및 생활에 적응하도록 훈련 및 상담을 받았다. 아이의 상담이 끝나고 아내와 함께 상담 선생님과 상담의 시간을 가졌다.

  상담 선생님께서는 아이에게 좋은 변화가 생겼다고 알려주셨다. 자신의 감정을 드러냈다고 한다. 직접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를 사용하였고 이것은 감정을 표현하는 것으로 좋은 변화라고 설명해 주셨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상대방의 감정을 공감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면서 사회성이 발전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는 담임 선생님의 요청에 따라서 학교를 방문하여 두 번째로 상담을 가진 이야기를 알려드렸고 상담할 때 나온 이야기들에 대해서 상담을 하였다. 아이가 아직 수업 시간 산만하고 친구들과 부딪히고 있는 이야기와 선생님의 지시도 잘 안 따른다는 이야기들에 관해서였다. 학교 참관수업은 좀 더 고려해보고 있다는 것도 알려드렸다.

  아내는 아이의 잘못을 인식하면서도 학교생활에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을 대하는 담임 선생님의 지도 방식과 태도 등에 대하여 불만을 이야기하였다. 1학년 때 제대로 잡히지 못한 학교생활 전반에 대한 습관이 2학년이 되어서 아이들에게도 힘든 시간이 될 수 있음을 안타까워했고 학교 내에서도 부정적 모습만 극대화되어 비쳐서 문제 아이로 낙인이 찍히게 되어버린 상황과 그걸 받아들이게 될 아이에 대해 안타까움도 토로했다. 그리고 상담을 더 이어가야 하는지도 물었다.

  상담 선생님께서도 이런 안타까운 상황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감해주셨다. 그리고 앞으로 3회가 남은 상담 일정을 소화하고 나서도 언제든 다시 상담을 신청할 수 있다고 하셨다. 아이가 2학년이 되어 잘 적응하게 되면 상담이 필요 없어지게 될 것이고 필요하다면 다시 상담을 진행할 수 있음을 알려주셨다.

  아내가 함께 아이의 상담 과정에 참여하여 결과를 공유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내가 보지 못하는 그리고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도 알고 상담할 수 있어서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여덟 번째 상담일이다. 오늘은 선생님께서 아이에게 자율권을 더 주라고 요청하셨다. 나도 느끼는 바이지만 아이가 숫자 계산 같은 것을 할 때 너무 서둘러하려다 보니 실수를 해서 틀리는 경우가 많고 놀이를 할 때도 성질 급하게 계속 다음 단계를 조급하게 진행하길 원하는 등 마음이 쫓기는 인상을 받으신다고 하셨다. 그 해결책으로 제시해 주신 것은 아이가 어떤 일을 할 때 조급하게 하지 않고 여유를 가지고 진행해도 그 후의 보상이나 결과는 충분히 얻을 만큼 있다는 것을 계속 인식시켜주고 그렇게 인식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자율권을 아이에게 많이 주고 기다려주는 것 그리고 그런 때에도 보상과 결과는 사라지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마음속에 심어주도록 노력해야겠다.


  아홉 번째 상담과 열 번째 상담은 겨울방학에 들어가고 나서 진행되었다. 방학이 가까워져 오면서 학교에서도 학습 진도가 대부분 끝난 상태였기 때문에 학교 수업이 평상시보다 더욱더 여유로워 보였고 그로 인해 아이들도 큰 스트레스 없이 2학기 수업을 마감하는 것 같았다. 방학 전에 할머니 집에 다녀온 남도 지방 여행을 마친 뒤라서 인지 더욱 밝은 모습으로 학교생활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마지막 두 번의 상담은 상담 선생님께 많은 것을 질문하고 고민하는 힘든 상담이 아닌 아이와 선생님이 즐거운 놀이를 하면서 2학년 때는 더 나은 모습을 기대하는 자리를 가지면서 마무리 지었다. 


  아이는 계속 Wee센터에 다니고 싶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이곳을 편안하고 재미있는 장소로 인식하고 있다. 이제 아이가 2학년이 되면 또 다른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지만, Wee센터 상담을 통해서 얻은 소중한 경험과 깨달음으로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상담을 통해서 얻은 것들은 무엇일까? 


  먼저 아이에 대한 보다 객관적인 시각을 가진 것이다. 아이와 누구보다 가까이 지내면서 아이의 마음과 몸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아이의 마음과 성향을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가령 아이가 외향적이라는 사실도 여기에 와서 알게 되었다. 그 정보를 통해서 아이를 바라보는 내 시각도 달라지게 되었다. 나를 닮아서 내성적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과도해 보이던 행동들이 나와는 다른 성향을 지녔기에 그 행동들이 이해할 수 있는 포용 범위가 더 넓어진 것이다. 또 아이가 부모에게 말하는 말이 모두 아이의 속마음을 그대로 표현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상담 선생님과 나눈 이야기나 기록을 보고 친구나 부모 선생님의 입장을 고려해서 의도적으로 본심과 반대의 표현을 하기도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가령 같이 있고 싶지 않은 친구인데도 친해지고 싶다고 이야기한다든지 하는 경우였다.


  두 번째 상담으로 얻은 것은 아이에 대한 믿음이다. 상담하기 전까지는 우리 아이에게 무언가 문제가 있어서 학교생활에서 자꾸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는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아이를 다그치고 화내고 지도하고 했었다. 그런데 상담을 진행하면서 아이에 대한 믿음이 더 강해졌다. 그래서 학교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도 아이의 관점에서 공감해 줄 수 있었던 것 같고 도움을 주는 쪽으로 문제 해결 접근 방법도 변화하게 된 것 같다. 학교에서의 반복되는 문제들로 인해 상담 중간에도 전문기관에 가서 주의력 결핍 장애 검사도 받아볼까 하는 순간도 있었으나 아이는 정상이라는 상담 선생님의 말씀을 적극적으로 참고하여 그 순간을 넘어간 일도 있었다. 아이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려고 할 때 선생님의 말씀이 도움이 되었던 순간이었다.


  상담 선생님께서는 젊고 밝은 남자 선생님이셨는데 아이가 삼촌처럼 잘 따랐다. 선생님도 아이를 정성껏 보살펴 주셔서 아이가 학교에 대한 좋은 경험을 더 늘려갔던 것 같다. 그리고 가까운 곳에 Wee센터가 있어서 편하게 이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라는 처음 접하는 장소에 적응 못하는 아이와 이를 뒤에서 지켜보며 답답해하고 안타까워하는 부모에게 Wee센터 상담 선생님은 아이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게 하고 객관적 시각을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해주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학교에서 전화가 오기 시작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