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새로운 환경과 부딪히며 크는 아이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고 학교에서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통화 내용은 대부분 아이의 학교생활 중 가정에서도 지도가 필요한 사항에 관한 내용 들이었다. 선생님과의 전화 상담자는 아무래도 아이의 엄마인 아내가 되었다. 그래서 내가 직장을 다니고 있었던 아이의 1학년 1학기 때는 그 상황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지 않았고 다분히 1학년이라는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부딪히며 적응해 가는 과정이라고만 생각했다. 아내는 학교에서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오는 것에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아했다. 아이의 학교생활 적응 문제는 내가 육아휴직에 들어간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아이의 그동안의 보육 및 교육기관의 적응 과정을 지켜보면 적응에 큰 문제를 보이지 않았기에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학교에서 연락이 오는 것에 더 당황했던 것 같다.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오기 전까지의 과정을 보자면 처음엔 집 근처 가정식 어린이집에 하루 이틀 보냈다가 너무 어린 나이에 보내는 것이 안 돼 보여 다시 집으로 데리고 왔다. 그 후 집에서 정부 보육 돌보미의 도움을 잠시 받았고 그 후 좀 더 자유로운 환경일 것 같아서 놀이학교에 보냈다가 다행히 아이가 어릴 적 대기를 걸어두었던 시립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와서 한국 나이 4살부터 6세 중반까지 생활할 수 있었다. 시립어린이집의 원장님과 선생님들이 너무 좋으셔서 만족하면서 보낼 수 있었고, 시립의 특성상 맞벌이 부부인 우리도 부담을 가지지 않고 맡길 수 있어서 좋았다. 그 시립어린이집이 7세 반이 없어서 고민하던 차에 내가 근무하던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의 6세 반이 인원 미달이어서 6세 중반에 그곳으로 옮겨서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다닐 수 있었다. 아이와 같은 학교로 출퇴근 및 등하교를 같이하면서 지켜보고 담임 선생님들과도 상담하며 지켜본 바로는 아이는 큰 문제없이 즐겁게 생활하였고 다른 아이를 때리거나 맞고 오지도 않았다. 이런 상황은 병설 유치원뿐 아니라 시립어린이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육아휴직에 들어가면서 아이의 학교생활 전반에 관한 사항은 내가 담당하게 되었다. 육아휴직이 시작되고 며칠 안 되어서 아이는 얼굴이 멍들고 입술 안이 터져서 집으로 돌아왔다. 학교에서 전화가 왔고 이때까지도 아내가 전화를 응대하고 있었다. 도서실에서 줄 서기를 하다가 상대 아이와 물리적 다툼이 있었다고 했다. 상대 아이는 이전부터 줄곧 우리 아이와 부딪히던 아이였고 활달한 아이였다. 또 며칠 뒤 학교에서 아내에게 연락이 와서 아이가 여자아이를 자꾸 놀린다며 다시 놀리지 않도록 상대 부모가 다짐을 받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아내는 상대 부모와 통화를 해서 일을 마무리 지었고 아이에게도 교육했다. 아내는 다른 아이에게 피해받은 것은 그러려니 하는데 피해를 준 상대 아이의 부모들에게는 사과해 나가는 상황에 힘들어했다.
전반적인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한 이해와 상담의 필요성을 느끼고 담임 선생님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상담일에 아내가 직장을 조퇴하고 와서 함께 담임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으로부터 입학부터 지금까지의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해 듣고 현재 아이가 부딪히고 있는 문제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선생님의 잦은 전화로 불편함을 느끼는 아내를 대신하여 내가 학교에서 오는 모든 상담 전화를 받기로 하였고 2학년 때에는 자주 부딪히는 친구와 같은 반이 안 되도록 편성해달라고 요청하였다. 또 아이와 가장 잘 부딪히는 친구가 아이의 얼굴을 때리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요청도 하였다. 이렇게 하여 그 후 1학기를 큰 사고 없이 보내고 여름 방학을 맞이하였다.
아이들 특히 남자아이들은 싸우면서 자란다고 들어와서 아이들이 좀 싸우고 그런 것은 자연스럽게 생각했는데 요즘 학교 분위기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초등 저학년이라도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리고 처벌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학부모들도 자녀의 조그만 피해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학교에서도 그렇게 해주길 요청하며 학교도 그런 사건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계속 지도를 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사소한 일이라도 학부모에게 바로 알리고 있으며 그래서 학교에서 이렇게 전화가 많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하다가 많은 전화를 받게 되었다.
2학기가 되었다. 여름 방학을 잘 보내고 학교에 가는 아이를 보며 1학기도 경험해봤고 친구들과도 친해졌을 테니 이제 2학기부터는 잘 적응하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2학기 시작과 함께 또 학교로부터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친구와 다투다가 얼굴과 목, 손 등 여러 부위에 상처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고 아이도 다른 친구를 놀리고 때렸다고 했다. 하교할 때에는 아이의 표정과 얼굴에 상처가 없나 살피며 오늘은 안 싸웠나 파악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갔다. 다른 아이와 다투거나 했을 때에는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나서 아이에게 직접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고 학교에서 문제 행동을 하지 않도록 반복해서 교육했다.
얼마 뒤 선생님으로부터 상담 요청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아이와 함께하는 상담을 요청하셨다. 내친김에 그날 바로 하교하는 아이를 데리고 교실로 찾아갔다. 아이와 함께 앉아서 선생님으로부터 아이의 교실 내 문제 행동들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다. 내용은 친구들을 놀리고 장난치는 것, 수업 시간 떠들고 돌아다니는 것, 선생님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것 등이었다. 선생님은 반복적으로 지도하고 가정에서도 지도한다고 하지만 행동이 전혀 바뀌는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시간이 된다면 부모들이 수업에 참관하여 아이의 상황을 직접 보셨으면 좋겠다고 하셨고 아내와 상의해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또한, 선생님을 놀리고 수업 시간에 지시에 따르지 않고 한 것에 대해서는 선생님도 사람인지라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며 아이로부터 사과를 받고 싶다고 했다. 아이에게 선생님께 잘못한 것이 있다면 사과드리라고 했고 아이도 죄송하다고 사과하였다. 선생님께서는 아이에게 잘하자며 응원과 당부를 했고 아이도 알겠다고 했다. 2학년 때에는 아이와 많이 부딪히는 친구와 다른 반으로 편성되도록 다시 한번 요청하고 상담을 마무리 짓고 나왔다. 학교에 부모와 함께 가서 잘못한 것에 대해서 지적받을 때 아이가 마음속으로 상처를 입지 않도록 조심했다. 내가 아이 나이였을 때 선생님께 심한 질책을 받은 것이 아직도 마음에 상처로 남아있었기에 아이의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지도를 하면서도 상처로 남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상담에 임했다. 아이와 부모 선생님이 함께 좀 더 깊은 상담을 하였기에 아이도 조금 변화되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돌아왔다.
상담 후 며칠 뒤 하교하다 심하게 넘어지는 바람에 무릎을 다쳐서 몇 바늘 꿰매는 봉합 수술을 했다. 많이 다쳐서 운동 등에 제약이 많고 얼마 전 담임 선생님과 셋이서 상담도 했기에 방학 전까지는 학교생활을 조용히 보내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서 하교 후 아이 상처 치료 때문에 병원에 있는데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학교에서 가만히 있는 시간이 거의 없고 선생님의 지시도 잘 따르지 않고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다시 참관수업 요청을 했다.
그다음 주에도 친구와 다퉈서 친구가 던진 물건에 볼에 상처를 입고 돌아왔고 며칠 뒤 하교 후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선생님의 지시를 안 따르고 본인을 놀린다며 인간적으로 화가 난다며 바로 면담을 요청하셨다. 그날은 일정이 있어서 면담은 못 한다고 답변하였다. 선생님은 다음 날이라도 학교에 와서 아이의 수업을 참관해 달라고 다시 요청하였으나 생각해 본다고 해두었다.
아이의 수업 중 모습은 담임 선생님의 말씀과 아이의 성향으로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가서 뒤에서 지켜본다고 해서 그때 잠시 태도가 나아질지 모르겠지만 그것으로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에 참관수업 요청을 미루고 있었다.
수업 참관을 할 때 아이가 느끼는 감정도 생각해 보아야 했다. 하루 이틀 가서 참관해서 얻는 아이의 잠시의 긍정적 변화와 비교했을 때 아빠가 교실 뒤에 가서 참관을 하는 동안 아이가 느낄 창피함이나 죄책감이 더 크게 생긴다면 더 나쁜 결과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모습들이 친구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아이를 안 좋은 시각으로 보게 되지 않을까 더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선생님께서 참관 요청을 하라는 뜻은 아이의 수업 상황을 보면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으니 아이를 잘 아는 부모가 와서 보고 아이의 상태를 파악해 보라는 의도일 것이다.
아이의 이런 문제로 인해 Wee센터에서 전문 상담 선생님을 통해 인지 치료를 진행하고 있는데 Wee센터 선생님께서는 뭔가 학교의 수업 환경 중 아이의 심리를 자극하는 요소가 있고 그 요소를 제거해주면 나아질 거라고 말씀하셨다. 단순히 아이의 문제가 아닌 친구들과의 문제, 학급 아이들의 성향, 교실 분위기, 담임 선생님의 지도 방법 등 종합적인 문제로 볼 수 있기에 더 신중히 접근하고 2학년이 되어서 아이의 마음 및 행동과 아이 주변 환경이 좀 나아지기를 바라며 상담 치료를 계속하며 가정에서도 계속 지도를 시키기로 했다.
그다음 날에는 아이가 하교 후에도 교문을 나오지 않았다. 이상해서 핸드폰을 보니 선생님의 부재중 전화가 찍혀있었다. 전화해보니 선생님께서 아이를 데리고 있고 나에게 상담을 요청하셨다. 그날 바로 가야 할 곳이 있어서 다녀와서 상담하기로 하고 일을 마치고 근처에 사시는 장인어른과 함께 상담하러 갔다.
선생님께서는 계속 지적하던 아이의 문제 행동들에 관해서 이야기하셨다. 수업 시간에 돌아다니고 친구에게 장난치고 선생님의 지시에 잘 안 따른다는 것이다. 그러시면서 참관수업 요청을 하셨다. 나는 아이가 일으키는 문제에 대해서 선생님의 말씀을 신뢰하고 있고 짐작할 수 있으므로 굳이 보지 않아도 된다고 했고 참관수업이 아이를 변화시킬 수 있다면 몇 번이라도 참관하겠으나 부모가 참관했을 경우 아이가 느낄 감정과 다른 친구들이 보는 시선으로 아이에게 더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단독 참관수업은 거절하고 전체 학부모의 참관수업이라면 참석하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Wee센터 상담 선생님의 지적을 참고로 하여 아이를 학교에서 자극하는 요소들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제거되고 학급 환경이 좋아지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선생님께서는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자주 문제를 일으키는 친구들 부모님께도 요청해 둔 상태라고 하셨지만, 아직 아무도 오지는 않은 상태라고 하셨다.
동행하셨던 아이의 할아버지께서는 고생하시는 선생님을 위로하시고 다만 아이들이 아직 어리므로 인격이 형성되어가는 과정으로 보고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고 사랑의 눈길로 대해주시길 당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