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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란드 May 08. 2020

몸은 육아휴직 마음은 직장 생활

드디어, 육아휴직에 들어가다

  육아를 해야 하는 1차적인 목적이 있긴 하지만 어찌 되었든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14년 만에 처음으로 직장을 잠시 떠나게 되었다. 휴직 후 한동안은 직장 근무 생각이 머리에 가득했고 근무지에서도 실제로 업무와 관련하여 자주 연락이 왔다. 연락이 올 때마다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기분이 다시 되곤 하였고 연락 후에도 한동안은 그 기분이 가시지 않았다. 

  사람의 마음에도 관성의 법칙이 있다고 한다. 직장생활을 계속하다 보면 퇴직하거나 휴직을 해도 계속 근무하던 것에 익숙해져서 일은 안 하고 있는 것이 이상하고 불편해지는 것이다. 14년만 일해도 이럴진대 수 십 년 근무하고 퇴직하신 분들의 공허함은 더 심할 것 같다. 휴직 중 계속 생각났던 것은 더 나이 들기 전에 더 경력이 많이 지기 전에 직장에서 나와보는 훈련 아닌 훈련을 해봐서 다행이라는 것이었다. 예방 주사를 미리 맞았다고나 할까 퇴직 후의 삶을 미리 체험해 봤다는 것도 육아휴직의 성과 중의 하나였다.

  육아휴직을 시작하면서 아침에는 아이와 손잡고 학교 앞까지 가서 볼에 입 맞추고 안아주고 등교시키고 하교할 때 데리러 가서 같이 돌아오는 일상이 시작되었다. 엄마들과 할머니 할아버지가 대부분인 등하교 길에 아빠가 서성이는 것이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침에는 집안 청소하고 빨래도 하고 아이가 없을 때 장도 보고 간단한 요리도 하고 아이를 기다렸다.

  그동안 일만 하느라 못한 운동을 시작하기로 하고 종목을 수영으로 정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신혼 때 하던 좋은 기억이 나서 시작했다. 아이의 등하교 시간을 피해서 할 수 있는 시간은 새벽 직장인 수영 반 밖에 없었다. 오전 시간에는 모두 여성을 위한 수영 강습 밖에 없었기에 젊은 남성이 할 수 있는 강습 시간은 새벽 수영밖에 없었다. 첫날 초급반에 들어가서 수영을 하고 나와서 탈의실에서 쓰러져버렸다. 그동안 직장 다니며 약해진 몸을 생각하지 못하고 오랜만에 하는 수영을 열심히 한다 해서 탈진해버린 것이다. 하늘이 노랗고 구역질이 나는 것을 간신히 참고 탈의실 걸상에 한동안 누워있었다. 체력이 바닥을 친 것 같았다. 겨우 집에 돌아와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 놓고 한나절 쉬고 나서야 움직일 수 있었다. 육아휴직을 하고 며칠 뒤 심한 몸살감기가 와서 일주일을 꼼짝을 못 하고 집에서 약을 먹으며 누워서 지냈다. 병을 다 앓고 나자 너무 몸이 안 좋아져서 기력이 하나도 없었다. 아이를 돌보는 육아휴직을 하기 전에 내 몸부터 치료해야 할 질병휴직을 해야 될 몸 상태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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