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보내는 행복한 순간들(아이의 사생활 속으로)
1학년 1학기가 끝나가는 초여름부터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태양은 머리 위에서 뜨겁게 작렬했지만 아이와 함께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지나갈수록 육아휴직이라는 1년의 기간이 너무 아까웠다. 내게는 정년 때까지 일하게 된다면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를 휴직이라는 시간이며, 아이가 나의 손을 필요로 하는 마지막 순간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하루도 허투루 보낼 수 없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주위의 학부모 선배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대체로 초등 2, 3학년 때부터는 친구들과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부모와 지내는 시간이 줄어든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휴직하게 되는 기간이 아이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또한 아이도 부모를 그나마 잘 따르는 시기인 것이다. 많은 추억을 만들고 싶은 욕심만 앞서서 아이와 함께할 체험학습 버킷리스트를 만들었다.
생각나는 대로 그동안 휴직하면 아이와 하고 싶었던 일들을 적었고 휴직 기간 동안 가짓수를 더 늘려 가기도 하고 여건이 안 될 경우 줄이기도 하였다. 또 장소 역시 처음 계획했던 장소가 아닌 다른 곳으로 변동되어 목적을 이루기도 하였다. 상황에 따라 변하는 유동적인 버킷리스트였던 것이다. 나는 캠핑이나 자연으로 떠나는 모험을 좋아한다. 그러면서도 장비를 많이 들고 떠나는 것보다 생각날 때 가볍게 떠날 수 있는 여행을 추구했다. 또 아직은 어린 초등 1학년인 아이를 데리고 다니기 때문에 일정을 길게 잡거나 장소를 너무 멀게 잡거나 편의시설이 너무 불편한 곳도 잡을 수 없었다. 또한 휴직하고 있는 집안 경제의 사정을 생각하여 많은 비용이 드는 여행도 할 수가 없었기에 현실적인 수준에서 계획하게 되었다. 아이는 나와 성향이 비슷하여 모험을 좋아하고 새로운 곳에 가는 것을 좋아하여 의기투합하여 버킷리스트를 하나하나 이뤄나갈 수 있었다. 아이보다 내가 더 좋아하는 여행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