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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미 Oct 22. 2022

뮤지컬_그 여름, 동물원 시즌3_작가의 글

2017

2017.11.7 - 2018.1.7

한전아트센터


우린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지


시즌 1때 부터 지금까지 <그 여름, 동물원>을 관통하는 노랫말입니다.

저희 첫 노래 제목 역시 '잊혀지는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작품을 하는 동안 '잊는다'는 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1. 잊을 수 없다.

 사실 <그 여름, 동물원>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의 저는 묵은 상처들을 털어내고 삶으로 한걸음 나아가는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시즌을 이어오면서 세상에는 극복되지 않는 슬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아픔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과연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극복할 수 있는 걸까요? 심지어 그것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일이라면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을까요? 저는 몇 가지 사건을 지나오며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쩌면 '어떻게 그들을 잊을까'가 아닌, '어떻게 그 상실의 기억과 함께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 잊혀진다.

 누군가를 영원히 잃어버렸을 때 우리를 견딜 수 없게 하는 건 무엇일까요? 그 사람을 더 이상 볼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 빈자리가 다른 것들로 대체되어가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는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갑니다. 그래야 살아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애써 기억해야 하는 것들이 세상에는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어쩌면 제가, 그리고 작품을 함께 해 주신 많은 배우분들과 스태프분 들이 '동물원'을 기억하는 방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여름, 동물원>은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잊지 않기 위해서,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저희 공연을 통해 청춘의 한 페이지로 기억되어있을 그날의 기억들을 떠올려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잠시 잊고 지냈던 친구에게 전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고, '그땐 그랬지'하며 지난날을 추억하며 웃음 한번 지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물원과 김광석 선배님. 좋은 노래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추억 기억. 더 아름답게 전할 수 있게 노력할게요.


마지막 리허설을 앞두고 컴퍼니 사무실에서

대본 김연미





..... 그나저나 시즌2 프로그램은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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