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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May 11. 2022

자기 심리치료, 내 마음 나 스스로 치유하기 2

마음보다 몸을 먼저 챙겨 주세요.

간혹 심리학에 중독된(?) 사람들을 만나곤 합니다. 자기 문제 때문에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다가 심리학에 푹 빠져 버린 경우입니다. 심리학적 설명이 내 문제를 정확히 짚어주는 것 같으니 자꾸 알아보게 되고, 전에 몰랐던 심리학 지식을 보고 들으며 새롭게 눈이 뜨이는 기분이 들어 자꾸 찾아보게 됩니다. 그래서 심리학의 이 이론 저 기법에 기웃대면서 마음공부를 해 나갑니다. 


이런 분들이 가끔 보이는 특이 현상이 있습니다. 그것은 마음공부에 열과 성을 쏟으면서 몸에 대해서는 까마득히 무지하게 군다는 점입니다. 마음이 인생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하면서 몸을 보살피고 신체 건강을 유지하는 것에는 등한시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마음은 원래 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 다들 알고 계시지요? 뇌과학에서는 모든 마음의 문제를 뇌로 환원해서 설명하려고도 하지요. 이것도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심리'를 공부한다면서 모든 마음의 문제를 관념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이론에 귀결시키는 것도 문제가 됩니다. 


심리상담센터에 찾아오는 분들 중에는 마음이 힘든 만큼이나 몸이 아픈 분들이 많습니다. 마음은 물론이요, 몸을 보살피는 기술과 수준도 엉망일 때가 많습니다. 이때 무엇에 먼저 초점을 두어야 할까요? 마음일까요? 몸일까요? 물론 둘 다 개선하면 제일 좋겠지만 몸과 마음이 함께 힘들 때는 몸을 보살피는 것이 우선입니다. 쉽게 생각해서 몸이 괴로운데 마음이 편안할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당장 몸이 아프면 짜증이 올라오지요. 지금부터 몸을 잘 보살펴 몸이 조금씩 편안해지기 시작하면 몸 때문에 마음이 괴로울 일이 조금씩 줄어듭니다. 마음이 추가적인 부담을 안지 않아도 됩니다. 마음이 회복될 여지를 편안한 몸이 보장해 줍니다. 


몸을 편안하게 만드는 으뜸 방법은 충분히 잠자기입니다. 세계적인 명문대학 하버드의 행복 수업에서도 제일 먼저 '잠 좀 많이 자라'라고 이야기하지요. 밤에 7~8시간 충분히 자는 것은 심신 건강의 지름길입니다. 모든 생명체는 일단 충분히 쉬고 나서야 다른 무엇을 할 수 있습니다. 수면이 부족한 분들은 1시간만 수면 시간을 늘려도 다음날 아침 컨디션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상담사에게서 잠을 더 자라는 강력한 권고를 받고 이를 실천한 내담자가 주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잠 좀 더 잔다고 아침에 이렇게 상쾌할 수 있는지 몰랐어요. 보통 때 스트레스였던 것들도 크게 스트레스로 안 느껴졌어요.' 


그다음으로 일상에서 실천하면 좋은 방법은 바디스캔입니다. 스캐너로 스캔하듯이 내 몸의 감각을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훑는 것입니다. 보통 15분 이상을 권유드리는데 가만히 휴식하며 15분 정도 지나면 뇌파도 저절로 안정을 찾습니다. 내 몸의 감각을 면밀히 살피는 연습을 하는 동안 생각과 감정으로 정신 에너지가 도망가지 못합니다. 지금 현존하고 있는 내 몸에 온 주의를 기울이면서 신체 에너지와 정신 에너지를 통일시킬 수 있습니다. 주의력이 명료하게 깨어 있으면서 내 몸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느낌. 상상만 해도 유쾌하지요? 바디스캔을 통해 이런 느낌을 키울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바디스캔을 하면 알아차림의 능력도 배가 됩니다. 내면에서 일어나는 최초의 반응 역시 몸에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몸을 통해 마음의 변화를 즉각적으로 포착할 수 있습니다. 마음을 보살필 능력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잠도 충분히 자면서 몸에 대해서도 깨어 있을 때 그제야 심리적인 문제를 충분히 다룰 힘이 생깁니다. 마음의 괴로움이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했다면, 내 마음을 지금보다 편안하게 하고 싶다면 일단 마음에 대한 관심은 잠시 접어두세요. 그만한 관심을 먼저 몸에 쏟으세요. 엄마가 갓 태어난 아기의 모든 것에 주의를 기울이듯이 내 몸에 주의를 기울여 보세요. 내 몸을 정성껏 돌보세요. 충분히 쉬고 나면 몸이 말할 것입니다. 


'나 괜찮아. 이제 마음을 돌보러 같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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