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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May 12. 2022

자기 심리치료, 내 마음 나 스스로 치유하기 3

생각 없이 감정만 느끼기

'감정을 느끼는 게 어떻게 하는 거예요?'


상담실에서 생각보다 자주 들을 수 있는 질문입니다. 요새는 예전보다는 감정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지요. 책이나 유튜브를 통해서 그런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심리상담센터에 와서도 그 말을 또 들으니 이제 머리로 알긴 알겠는데 어쩌라는 거냐는 심정으로 묻습니다. 그런 분들의 말도 맞습니다. 느껴져야 느끼든 말든 할 테니까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약간은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감정을 느끼는 법까지 교육을 받아야 하는 현 세태. 우리의 문명과 문화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것인지 잠시 생각이 스칩니다. 아쉽긴 하지만 그게 현실이지요. 심리상담사는 본분에 맞게 이런 것까지도 성심성의껏 알려드립니다.


감정은 어떻게 느낄까요? 감정이라는 것이 정신의 어디에 떠돌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붙잡아서 생각하면 느끼는 것일까요? 아니지요. 감정은 의식이나 허공에 떠도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에 딱 달라붙어 있는 감각입니다. 감정을 느끼는 왕도는 몸을 느끼는 것입니다. 화, 억울함, 슬픔, 외로움 등의 감정은 몸의 감각을 유발합니다. 미간이 찌푸려진다거나 관자놀이가 지끈지끈하다거나 가슴이 꽉 막힌 듯하거나 숨을 깊이 쉴 수 없다든가 몸의 특정 부위에 미세한 떨림이 있거나 등등. 이는 모두 감정에 대한 몸의 표현입니다. 감정은 즉각 몸의 감각을 동반합니다. 그래서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곧 몸의 변화를 느낀다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평온이 깨졌을 때 몸에서 느껴지는 쾌감이나 불쾌감을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감정을 느끼는 법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감정을 '잘' 느낄 수 있을까요? 감정을 잘 느끼기 위해서는 생각이 멈추어야 합니다. 생각 없이 감정만 느끼기. 이렇게만 할 수 있다면 감정의 강력한 에너지가 서서히 사그라듭니다. 댐에 가득 차 있던 물을 방류하듯이 감정 에너지가 몸에서 빠져나갑니다.


보통 감정을 느끼라고 하면 생각을 굴립니다. 예를 들면 슬펐던 기억과 그에 따른 생각을 불러일으켜 감정에 빠지지요. 그때 그 상황과 그 사람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해석, 평가, 판단이 듭니다. 그리고 다시 이차적인 감정이 올라옵니다. 이렇게 하면 생각과 감정은 악순환하면서 끝날 줄을 모릅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그 부정적 에너지에 갇혀 버립니다.


그래서 감정을 잘 느끼려면 생각을 멈추어야 합니다. 그런데 단지 생각을 멈추기만 하려고 하는 것은 큰 소용이 없습니다. 생각은 약간의 틈만 있으면 비집고 들어와 활개를 치니까요. 그래서 할 수 있는 방법이 생각을 비롯한 모든 의식을 몸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생각이 뭉게뭉게 딴짓을 하려고 하면 얼른 몸의 감각으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감정의 표현인 불쾌한 몸의 감각에 온 신경을 다 쏟는 것입니다. 이때 미리 바디스캔을 연습해 두었다면 효과가 있습니다. 훈련이 되어 있다면 단지 몸의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서서히 이완을 할 수 있으니까요. 불쾌감에 투정 부리지 말고 단지 힘을 빼고 느끼기만 하면 불쾌감이 옅어집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감정 에너지가 방출됩니다. 에너지의 오고 감이 파도를 타듯이 느껴집니다. 몸의 수축과 이완이 느껴지고 때로는 어딘가 떨리기도 하면서 갇혀 있던 감정 에너지가 몸을 통해 빠져 나갑니다. 몸이 점차 이완될수록 감정도 편안해집니다. 앞서 말했듯이 몸의 감각이 곧 감정의 표현이니까요.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하다 보면 생각보다 쉽습니다. 사실 우리는 누구나 아주 어렸을 때부터 본능적으로 감정을 몸으로 느껴 왔습니다. 그리고 감정을 느껴도 된다는 것이 사실이라는 것과 느끼고 나면 개운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거세게 휘몰아치더라도 감정은 적이 아닙니다. 내가 생각으로 뒤죽박죽 만들지만 않으면 감정에는 아무 하자가 없습니다. 생각이 개입하지 않으면 감정은 그 자체로 치유의 가능성입니다. 생각을 멈추고 감정만 느끼면 마음이 낫게 될 통로가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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