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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May 18. 2022

자기 심리치료, 내 마음 나 스스로 치유하기 4

세상에 반드시 해야 하는 건 없다.

외부 상황보다는 내 내면을 들여다보고 알아차리기. 

마음을 다루기 앞서 몸을 편안하게 돌보기. 

의식을 몸에 집중해 생각 없이 감정만 느끼기. 


앞서 이야기한 자기 심리치료의 3가지 과정입니다. 이제 할 일은 생각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이제야 생각이 등장하다니! 맞습니다. 이제야 할 일이 생각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마음이 정말 힘들 때는 이미 뒤틀린 생각을 부정적인 관점에서 다루기 쉽기 때문입니다. 한참 괴로움의 수렁에 빠져 있을 때 생각을 바로 해 보려고 하는 것은 이미 오물이 잔뜩 묻은 안경으로 세상을 본 뒤 내 안경이 어떤지는 까마득히 모르고 세상을 바로 잡으려는 꼴입니다. 


괴로운 마음일 때는 이치와 사리에 맞는 생각, 건설적이고 건강한 생각을 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이런 선행 과정이 필요합니다. 내면으로 내향하기, 몸을 편안히 하기, 감정을 흘려보내기. 이쯤 되면 격했던 부정적인 에너지가 다룰 만한 수준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이제 도통 오갈 길을 잃었던 생각을 다시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럼 생각은 어떻게 다룰까요? 부정적 수렁에 빠졌던 생각을 구조하기 위해서는 생각을 지금의 나와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타인의 관점에서 내 생각을 다시 보는 것이지요. 나는 이미 상처 입은 입장에서만 생각이 맴돌기 쉽기 때문에 객관성을 잃은 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를 벗어난 외부의 관점에서 그 기억, 그 상황, 그 사람을 본다면 어떨까요? 


상처의 사건이 끝난 지 오래됐는데도 심리적인 고통이 계속되는 이유는 내 생각이 고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흔히 이런 생각이 남지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건 아니잖아!' 고통스러운 생각에 매몰되어 있기에 마음의 상처는 끝날 줄 모릅니다. 딱딱하게 굳은 생각이 내 심리적 고통을 확증하고 정당화하기 때문입니다. 심리적 고통의 토대는 과거의 그 사건이 아니라 굳어 있는 내 생각입니다. 


오래전에 끝난 그 사건에 대한 내 생각을 잘 다루면 희망이 보입니다. 굳어 있던 근육을 풀듯이 고착된 생각을 말랑말랑하게 하면 괴로움도 끝날 기미가 보입니다. 그래서 외부의 관점에서 전면적으로 다시 검토를 하는 것입니다. 단지 지금의 내 생각이 틀렸고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옳기 때문이 아니라 내 마음의 상처를 끝내고 고통에서 해방되기 위해서 외부의 관점에 서 보는 것입니다. 


나를 벗어나 타인의 관점, 외부의 관점에 서면 나의 편협하고 왜곡된 생각들이 보입니다. 이때 특히 '~해야 한다'라고 하는 나만의 신념을 잘 검토하면 좋습니다. 한 심리학자는 이를 두고 '해야 한다라는 폭군'이라고 칭하기도 했습니다. 나 자신과 삶을 얽어매는 온갖 신념과 신조들이 심리적인 고통을 가중하기 때문입니다. 


누가 봐도 옳다고 여겨지는 신념들도 투명하게 다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심리치유 분야에서 흔히 말하는 '자기를 사랑해야 한다'라는 말도 그렇습니다. 당연히 옳은 것 같은 이 말도 어미에 '해야 한다'가 붙기 때문에 강요와 억지가 될 수 있습니다. 정작 정말로 자기를 사랑할 때 우리는 자기를 사랑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정말로 자기를 사랑할 때는 그렇게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렇게 하고 있지요. 전심으로 사랑하고 있으니 그런 생각이 들지도 않고 들어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해야 한다'라고 무언가 나 스스로 강요할 때 이미 그리 살지 않고 있는 나에게 나 자신이 폭군이 됩니다. 정말 그리 살기 시작하면 '해야 한다'는 생각 따위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한 톨의 마음이라도 그렇게 움직이고 그렇게 살 때 '해야 한다'는 불필요한 마음의 짐일 뿐입니다. 타인과 세상에 대한 '해야 한다'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나는 신이 아니기에 타인과 신에게 '해야 한다'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미 그렇지 않은 타인과 세상에 '해야 한다'라고 끊임없이 중얼거리면 끝없이 고통에 빠지게 됩니다. 그럴 때 있는 그대로 드러나는 현실에 항거하며 마찰을 빚고 나에게 고통을 유발하는 것은 나 자신입니다. 이렇게 보면 모든 '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어떻게 우리 마음속 폭군으로 군림하게 되는지 이해가 되지요. 


내 고통의 단단한 토대였던 그 생각이 허물어지면 어떨까요? 그 생각이 더 이상 없다면 내 마음이 어떨까요? 근육도 유연해야 건강하듯 마음도 유연해야 건강합니다. 나를 한 시점에 가두고 삶을 딱딱하게 굳게 만들었던 그 생각이 풀어진다면 어떨까요? 그 생각에서 스스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그런 내가 어떻게 느껴질까요? 


자기 심리치료의 4번째 퍼즐, 생각 정리하기.  

나를 벗어나 외부의 관점에서 나의 기존 생각들을 다시 보세요. '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있거든 투명하게 다시 들여다보세요. 생각을 토대로 심리적 고통을 지금까지 끌고 온 것이 나 자신이었다는 사실은 지금 당장 고통에서 해방시킬 열쇠 또한 나 자신에게 있다는 기쁜 소식입니다. 그 생각을 매듭진 것이 나이고 풀 수 있는 것도 나입니다. 마음의 상처를 멈추고 치유할 힘은 나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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